증권 일반
12시간 거래체제 시험대…ETF 제외·전산·인력 등 제도 정비 과제 산적
- [‘애프터마켓’ 시대 개막] ②
거래시간 확대 속도에 인프라 정비는 과제…증권사·거래소 운영 부담 가중
ETF·ETN 제외로 고객 재공지 혼선…LP·헤지·결제체계 등 후속 정비 필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KRX 애프터마켓 개장에 맞춰 주문·매매 전산과 결제 절차, 고객 안내 체계 등을 정비하고 있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거래가 이어지면서 주문 처리와 체결, 잔고 반영뿐 아니라 장애 대응과 고객 응대 업무도 야간으로 확대된다.
문제는 거래시간 연장이 단순한 시스템 가동시간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래 중 발생할 수 있는 전산 장애와 주문 오류에 대응할 인력이 필요하고, 시장감시와 결제 관련 업무도 기존 운영체계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추가 인력 배치와 근무시간 조정, 노동조합 협의 등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개별주식 애프터마켓 준비만으로도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시간 확대에 따른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증권사별 전산·인력 준비 수준의 차이가 개장 초기 운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TF·ETN의 애프터마켓 거래가 개장을 앞두고 제외된 과정은 제도 시행 과정의 조율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KRX는 당초 ETF·ETN을 거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개장 초기에는 개별주식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ETF는 정규장 이후에도 적정 가격과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 산출과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공급, 기초자산 헤지 수단 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해외자산 ETF는 기초시장 운영시간과 환율, 가격 산출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LP의 괴리율 관리 의무가 강화된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국내자산 ETF의 괴리율 관리 기준은 3%에서 2%로, 해외자산 ETF는 6%에서 5%로 강화됐다. 거래시간을 늘리더라도 LP가 적정 가격에 호가를 공급하고 헤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동성 부족이나 가격 괴리 확대 등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큰 문제는 거래 대상 변경에 따른 고객 안내 혼선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KRX의 기존 안내를 토대로 ETF·ETN을 포함한 최선집행기준을 고객에게 사전 공지했지만, 개장을 약 2주 앞두고 해당 상품이 제외되면서 수백만 고객을 대상으로 재공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미고지에 따른 거래 제한이나 과태료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부담을 넘어 제도 시행 일정과 거래 대상 확정, 고객 고지 의무 간의 조율이 충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향후 거래상품을 추가할 때에도 시장 참여자들이 전산과 내부통제, 고객 안내를 마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기간과 명확한 시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RX의 인력 운영 역시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거래소는 애프터마켓 관련 부서의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지만, 거래시간 연장을 이유로 전체 정원을 별도로 증원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복귀 인력과 평년 수준의 신입 채용 등을 활용해 필요한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거래시간이 4시간 늘어나면 시장감시와 전산 운영, 장애 대응 업무도 그만큼 길어진다. 관련 부서에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의 인력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시적인 개장 준비를 넘어 상시적인 야간 운영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확보됐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거래소와 증권사 간 장애 대응체계, 야간 이상거래 감시, 결제 업무의 연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거래시간 확대가 새로운 운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개장 초기에는 거래량과 장애 발생 여부, 주문 처리 지연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역시 ETF 거래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LP 확보와 전산·결제 시스템 정비, 정규장 이후 가격 산출과 헤지 수단 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준비 과정을 고려할 때 연내 ETF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KRX와 NXT 모두 거래시간과 상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ETF의 경우 거래 가능 여부보다 적정 가격 형성과 유동성 공급체계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별 거래제도와 결제·전산 체계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최선집행기준과 투자자 안내도 함께 정비해야 할 과제다.
12시간 거래체제의 성패는 거래시간을 얼마나 늘렸느냐보다 확대된 시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TF·ETN의 막판 제외와 고객 재공지 혼선은 제도 시행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 간 사전 조율과 준비기간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향후 상품 확대에 앞서 전산·결제·인력·LP 등 시장 인프라를 점검하고, 제도 변경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후속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시간 확대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전산과 결제, 인력,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인프라가 함께 준비돼야 한다”며 “상품 확대도 충분한 사전 조율과 준비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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