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카메라가 빈자리·차량 흐름 실시간 분석
전광판·차단기까지 스스로 판단해 제어
향후 로보택시·자율주행차 인프라로 확장
지난 9일 찾은 서울역 주차장에서는 이런 익숙한 풍경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차량이 입구를 통과하자 전광판이 빈자리까지 이동 경로를 알려줬다. 앞서 진입한 차량이 있으면 다른 주차면으로 안내했고, 보행자가 가까워지자 ‘보행 주의’ 문구가 자동으로 켜졌다. 운전자가 주차장을 살피기 전에 주차장이 먼저 차량과 주변 상황을 보고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변화를 만든 건 휴맥스모빌리티 자회사 하이파킹이다. 하이파킹이 구축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영상 유도 시스템 ‘에이아이 파스’(Ai-PAS)가 빛을 발했다. 360도 AI 카메라가 주차장 안 차량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집한 영상을 AI 서버가 분석해 차량 흐름과 혼잡도를 판단하고, 전광판과 차단기까지 알아서 움직인다.
작동 방식은 직관적이다.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면 시스템이 차를 인식하고 빈 주차면까지 경로를 안내한다. 빈자리가 있다고 무조건 그곳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먼저 들어온 차량이 해당 주차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다른 빈자리로 안내한다. 주차를 마친 뒤에는 출구까지 가는 길도 알려준다.
사람과 차량이 뒤엉키는 상황도 카메라가 지켜본다. 보행자가 차량 주변에 접근하면 전광판에 ‘보행 주의’ 문구가 나타난다. 차량 두 대의 동선이 겹치면 ‘차량 주의’ 안내가 켜진다. 특정 구역이 곧 만차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가 추가 진입을 막는다. 주차 공간이 생기면 다시 열린다. 별도의 관리자가 일일이 판단해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주차 유도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는 ‘판단’에 있다. 기존 초음파 방식이나 영상 유도 시스템이 빈자리 여부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Ai-PAS는 ‘인지·분석·판단·행동’까지 이어진다. 주차장을 단순히 주차면의 집합이 아니라 차량과 사람이 계속 움직이는 하나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현장을 돌아보니 화려한 장비가 곳곳에 들어선 모습은 아니었다. 평소 보던 카메라와 전광판, 차단기를 AI가 하나로 묶은 느낌이다. 주차장 하나를 이처럼 바꾸는 데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일반적인 영상 유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비용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한다. 일반적인 옥외 시스템의 경우 시설 구축비는 2억원 미만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역은 시작점이다. 휴맥스모빌리티는 Ai-PAS를 서울 도심 주요 거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광화문 D타워와 여의도 IM증권 등에도 Ai-PAS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대 서울병원, 정부세종청사 체육관 등 이미 설치를 마친 사업장도 있다. Ai-PAS의 설치 방식 자체는 기존 영상 주차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별도의 새로운 규제도 적용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휴맥스모빌리티가 주차장에 AI를 심는 이유는 단순히 주차를 편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곳은 자율주행차와 로보택시다. 운전자가 없는 차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되더라도 스스로 충전하고 정비하며 대기할 공간을 찾는 문제는 남는다. 차량만 똑똑해져서는 완전한 무인 운행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처럼 AI 카메라가 차량을 인지·분석해 빈자리로 유도하고, 이후 축적된 데이터로 주차장 전체의 혼잡을 예측하는 단계로 발전시킨다. 다음에는 차량 상태를 파악해 충전·정비·세차를 자동으로 연결하고 마지막에는 자율주행차가 입차부터 충전, 정비, 대기까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확보를 위한 장소도 충분하다. 휴맥스모빌리티가 직접 운영하는 주차장은 전국 약 1400곳에 달한다. 여기에 약 3300개의 전기차 충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주차 인프라를 거쳐가는 차량만 한 달 약 2500만대다.
박준규 하이파킹 대표는 “Ai-PAS는 주차장 전체를 하나의 데이터 공간으로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차 유도 기술과 활용 범위가 다르다”며 “향후 자율주행차·로보택시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차량·인프라 간 통신(V2I) 인프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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