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속 받은 집 있어도 LTV 70% 가능…‘생애최초’ 예외기준 나온다
- 금융당국, 은행권 질의 취합해 유권해석
미성년 상속·무산된 분양권 등 주요 쟁점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 미성년 시절 부모로부터 주택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다가 처분한 A씨. 성인이 된 뒤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섰지만 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자신이 직접 집을 사고 거주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과거 주택 지분을 보유했다는 기록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로 보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앞으로는 A씨처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택을 소유했던 실수요자가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과거 주택 보유 이력이 있는 차주에게 생애최초 LTV를 적용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와 관련해 은행권의 질의를 취합하고 있다. 여러 은행에서 공통적으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놓을 예정이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적용되는 LTV는 수도권·규제지역 70%, 비규제지역 80%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과거 주택을 보유했더라도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생애최초 LTV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었다고 곧바로 대출 창구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정작 은행들이 ‘어디까지 불가피한 사유로 볼 것인가’를 두고 판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금융당국은 당초 획일적인 기준을 두기보다 각 금융회사의 여신심사위원회가 개별 차주의 사정을 심사하도록 했다. 문제는 은행 입장에서는 자체 판단으로 예외를 인정했다가 향후 검사나 감독 과정에서 지적받을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제도적으로는 예외 적용 통로가 마련됐지만 은행이 판단을 보수적으로 할 경우 정작 구제가 필요한 실수요자가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실제 대출 심사 과정에서 판단이 어려운 사례를 취합하고 있다. 여러 은행에서 공통으로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는 당국이 직접 해석을 제시해 금융회사별 판단 차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통으로 제기한 질의에는 신속하게 해석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속 지분·무산된 분양권도 쟁점
은행권이 당국에 판단을 요청한 사례도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 주택이다. 미성년자 때 주택 지분을 상속받았다가 이를 처분한 뒤 성인이 돼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본인이 선택해 주택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볼 여지가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여신심사 과정에서 따져봐야 한다.
분양권을 취득했지만 사업이 무산돼 실제 주택을 넘겨받지 못한 경우도 쟁점이다. 주택 관련 권리를 보유한 기록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택 취득까지 이어지지 않은 만큼 이를 생애최초 주택 구입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은행권이 당국에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오면 은행들은 이를 토대로 여신심사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상속이나 분양권 등의 사례에 해당한다고 해서 생애최초 LTV가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주택을 보유하게 된 경위와 처분 여부 등 차주별 사정을 토대로 여신심사위원회가 판단한다.
최근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기준 정비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연립주택·오피스텔 등의 생애최초 매수자 등기 건수는 9343건으로 2020년 8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주택 보유 기록 하나가 대출 한도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기존 실수요 기준 활용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은 생애최초 LTV와 비교하면 현장의 판단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임대하면서 한 번도 실제 거주하지 않은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가 있다면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는 부모 봉양이나 직장 이동 등은 기존 대출 심사 과정에서도 실수요 여부를 판단해온 사례가 있는 만큼 기존 기준을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모 봉양이나 직장 이동 등 대출 실수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이미 있어 큰 틀에서는 이를 준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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