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채는 줄었는데 스펙은 늘었다?…은행 취업, 금융자격증에 AI까지
- [김윤주의 금은동]
금융·AI 역량 모두 갖춘 신입 찾아
공채는 줄고 직무별 채용은 세분화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취업은 언제 하니? 가족들이 모인 추석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올해는 은행권 취업 준비생, 이른바 ‘은준생’에게 더 무겁게 들릴 수 있다. 주요 은행의 하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된 데다, 줄어든 공채 문을 통과하기 위한 필기와 자기소개서, 면접 준비까지 연휴에도 이어가야 해서다.
호실적에도 줄어든 채용…‘좋은 일자리’ 경쟁은 더 치열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최근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채용인원은 ▲하나은행 230명 ▲KB국민은행 180명 ▲신한은행 130명 ▲NH농협은행 120명 등이다. 우리은행까지 더하면 주요 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700~80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공채가 시작됐지만 은준생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은행권 전체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5대 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은 약 1300명으로, 2024년 하반기(1380명)보다 감소했다.
이는 은행권의 호실적과 대비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에만 11조33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3254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은행의 호실적이 채용 확대로 이어지는 공식은 옅어지고 있다. 은행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고용 안정성을 갖춘 직업으로 꼽히며 청년층의 선호도도 높다. 그러나 은행들은 실적을 내더라도 대규모 신입 공채를 늘리기보다 비용 효율화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직무 인력을 선별해 뽑는 쪽으로 채용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점포 줄고 AI 늘고…‘일괄 공채’는 축소
채용 감소의 배경에는 은행 영업 환경의 변화가 있다. 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영업점 이용이 줄면서 은행들은 점포망을 줄이고 있다. 계좌 개설과 이체, 대출 조회 등 일상 금융 업무를 앱에서 처리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전통적인 창구 인력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기가 ▲단순 상담 ▲서류 처리 ▲내부 지원 업무까지 맡기 시작했다. 고기능 자동화기기(STM)와 챗봇, AI 상담 서비스 등이 늘면서 신입 공채를 통해 대규모 인력을 일괄 충원할 필요성도 예전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AI가 은행원을 통째로 대체한다기보다, 은행이 새로 뽑는 인력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은행들은 일반직 공채 규모를 줄이는 대신 데이터 분석과 AI 서비스 기획, 디지털 전환 등 직무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별도로 찾는 방식으로 인력 구성을 재편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ICT 부문 채용도 실시한다. ICT 부문은 IT와 AI·플랫폼 개발 분야로 나눠 선발한다. 서류전형과 코딩테스트, 면접 등을 거쳐 금융산업의 기술 변화에 대응할 인재를 채용할 예정이다.
전문 인력 수요는 경력 채용으로도 이어진다. 하나은행은 AI·데이터 분석 전문가 확보를 위해 경력 정규직군을 신설했다. 신한은행도 최신 AI 기술을 활용한 보안 도구와 자동화 체계를 구현하고 운영 모델 수립을 주도할 AI 보안 전문가 경력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은준생 입장에선 기존 금융 자격증과 어학 점수, 인턴 경험에 더해 데이터 분석 경험과 AI 역량검사 준비까지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은행 취업을 준비하며 신용분석사·AFPK·투자자산운용사 등 금융 자격증에 데이터분석준전문가(ADsP)와 같은 데이터 관련 자격증을 추가해야 하는지 묻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고객에게 맞는 금융 해법을 제시하거나 기업의 사업성과 상환 능력을 살피는 일까지 기계가 대신하기는 어렵다”며 “금융 이해도와 디지털 활용 능력을 함께 갖춘 인재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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