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4표의 벽’ 못 넘은 수협은행장 인선…신학기·이형주 승부 장기전
- 정부·수협 어느 쪽도 단독 결정 못하는 ‘4표 구조’ 변수↑
행추위 추후 재논의…신학기 연임·이형주 관료 복귀 주목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차기 Sh수협은행장 인선이 다시 장기전으로 넘어갔다. 신학기 현 수협은행장이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 5명 가운데 과반인 3명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후보 선임에 필요한 4표를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정부와 수협중앙회 어느 한쪽도 독자적으로 행장을 결정할 수 없는 이른바 ‘4표 룰’이 다시 한번 작동한 셈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추위는 이날 오후 차기 행장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다. 수협은행은 “행추위원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보자가 없어 추후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추위는 전날 신 행장을 비롯해 ▲정철균·박양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 ▲이형승 BNK증권 사외이사 등 지원자 6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금융권에서는 당초부터 신 행장과 이 원장의 양강 구도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실제 이날 표결에서도 두 후보를 중심으로 표가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기 3표·이형주 2표…정부 측 표심도 갈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표결에서 신 행장은 행추위원 5명 가운데 3명의 지지를, 이 원장은 2명의 지지를 각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행장은 수협중앙회 측 위원 2명에 더해 정부 추천 위원 가운데 1명의 표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정부 추천 위원 2명은 이 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반인 3표를 확보하고도 신 행장이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은 수협은행 특유의 행장 선임 구조 때문이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 추천 위원 각 1명 등 정부 측 3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로 선정되려면 이 가운데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측 위원 3명이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더라도 중앙회 측 표가 최소 1표 필요하고, 반대로 중앙회 측 위원 2명이 같은 후보를 지지해도 정부 측에서 최소 2표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수협 어느 한쪽도 독자적으로 행장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번 표결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그대로 작동했다. 신 행장이 중앙회 측 지지에 정부 측 1표까지 확보했지만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 측에서 한 표를 추가로 가져와야 한다.
신 행장에게 표를 던진 위원들은 임기 중 실적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중장기 과제의 연속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신 행장은 2024년 11월 취임 이후 수협은행의 기업금융 확대와 디지털 전환, 비은행 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올해 상반기 세전 당기순이익은 20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했고 총자산은 70조원까지 늘었다.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면서 외형 성장도 이어왔다는 평가다.
특히 ▲내부등급법 승인 추진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 전환(AX) 등 아직 진행 중인 핵심 과제가 적지 않다. 여기에 지난해 Sh수협자산운용 출범을 시작으로 증권사 인수와 캐피탈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인피닛블록 지분 14.95%를 확보하며 디지털자산 분야로도 보폭을 넓혔다.
수협은행이 단순한 은행 성장을 넘어 비은행 사업 확대와 금융지주 체제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신 행장의 연임 논리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이 원장은 금융산업 전반을 거친 정책 전문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 원장은 금융위에서 서민금융과장과 ▲산업금융과장 ▲자본시장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혁신기획단장 ▲금융산업국장 ▲금융정책국장 등을 거쳐 상임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FIU 원장을 맡고 있다.
수협은행이 자산운용을 넘어 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사업을 확대하고 금융지주 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업권 전반에 대한 이해와 관계기관 조율 경험 등이 이 원장의 강점으로 거론된다.
되풀이된 ‘장기전’…추후 회의서 다시 표 대결
행추위는 추후 회의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 선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별도의 재공모 없이 추석 연휴 이후 기존 후보군을 놓고 다시 협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협은행장 인선이 한 차례 면접과 표결로 끝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정부와 수협중앙회 측 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재공모와 추가 논의를 거치는 사례가 반복됐다.
향후 인선의 관건은 신 행장과 이 원장을 둘러싸고 갈린 행추위 표심이 다음 회의에서 움직이느냐다. 신 행장은 현재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3표에서 한 표를 추가해야 연임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이 원장 역시 최종 후보가 되려면 현재 알려진 지지표에서 추가 표를 확보해야 한다.
신 행장이 최종적으로 연임에 성공하면 2016년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에서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첫 연임 행장이 된다. 반대로 이 원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금융위원회 출신으로서는 첫 수협은행장이 된다.
최종 후보는 향후 수협은행 이사회와 수협중앙회 이사회,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차기 행장으로 선임된다. 신 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1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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