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 충격 아직 안 왔다…0.25%p 오르면 6개월 뒤 집값 1.2%↓
- 국토연 “금리 상승기 집값 하락 충격 단기에 집중”
서울 주택자금 대출 비중 15.7%→23.6%
집값 하락·원리금 부담 겹치면 취약차주 연체 위험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 충격이 앞으로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 상승기에는 시장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경우 전국 아파트 가격이 6개월 뒤 1%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최근 서울 주택 매입자금에서 임대보증금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금융기관 대출 의존도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과 집값 조정이 맞물릴 경우 차 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금융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이슈리포트 제95호 ‘금리상승기 주택시장 변동성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금리 상승 국면에서 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6개월 뒤 누적 1.2%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2개월 뒤에는 1.1%, 24개월 뒤에는 0.9%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24개월 시점의 가격 반응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경기와 ▲물가 ▲금리 ▲통화량 등을 함께 고려해 금리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계량분석에는 2006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247개월의 자료가 활용됐다. 경기종합지수와 ▲소비자물가 ▲CD(91일물) 금리 ▲M2 ▲KB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등이 변수로 사용됐다.
전체 기간과 금리 상승기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차이가 나타났다. 금리 상승·하락 국면을 구분하지 않은 전체 기간에서는 금리가 0.25%p 상승하면 전국 아파트값이 ▲6개월 뒤 0.5% ▲12개월 뒤 0.9% ▲24개월 뒤 1.2%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금리 상승기만 놓고 보면 하락 폭이 6개월 뒤 1.2%로 전체 기간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후 12개월 1.1%, 24개월 0.9%로 영향이 점차 축소됐다. 금리가 실제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집값 하락 충격이 장기간에 걸쳐 커지기보다 비교적 초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는 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질 경우 전국 아파트 가격이 ▲6개월 뒤 0.6% ▲12개월 뒤 1.2% ▲24개월 뒤 1.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인상과 인하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속도와 지속기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셈이다.
이번 분석은 최근 국내 금리 환경과 맞물려 주목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 다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두 달 사이 기준금리가 총 0.50%포인트 오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을 금리 인상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문제는 금리가 올랐지만 아직 서울 주택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연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했음에도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4.5% 상승했다.
직전 금리 상승기와도 대조된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15개월 만에 20.0%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주택가격이 금리뿐 아니라 ▲경기와 수급 ▲유동성 ▲정책과 시장 기대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 만큼 최근 가격 상승만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세보증금 줄고 은행 대출 늘어
주택 매입자금의 구성 변화도 변수다. 국토연이 서울 주택 매입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2021~2022년 15.7%에서 2023~2025년 22.6%, 올해 1~4월에는 23.6%까지 높아졌다.
반면 임대보증금을 활용한 매입 비중은 같은 기간 27.1%에서 16.1%, 6.6%로 급감했다. 2021~2022년과 비교하면 금융기관 대출 비중은 7.9%p 높아진 반면 임대보증금 비중은 20.5%p 낮아진 것이다.
자산을 처분하거나 가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도 커졌다. 부동산 처분대금 비중은 2021~2022년 27.9%에서 올해 1~4월 32.9%로 높아졌다.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2.8%에서 6.6%, 증여·상속은 3.7%에서 6.4%로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만으로 주택시장 유동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책금융과 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전세보증금뿐 아니라 증여와 가족 간 차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주택시장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 건전성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동시에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과 자산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차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연체 가능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리와 시중 유동성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금융기관 대출뿐 아니라 정책금융과 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전세보증금, 증여 및 가족 간 차입 등 다양한 자금 유입 경로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정 자금조달 경로를 통해 과도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유입돼 시장 변동성을 키우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금리와 유동성 국면을 함께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통화·금융·주택당국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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