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아내에게 월급 주면 탈세?…‘가족 인건비’ 인정받는 법 [ECONO TAX]
- 가족 채용 문제없어…실제 근무·급여 적정성 관건
근로계약서·출퇴근 기록 필수…가공 인건비 땐 세금 부담
[편집자주] 돈이 움직이는 곳엔 세금이 따라붙는다. 투자와 거래, 보상과 승계까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세금은 달라지고, 때로는 회사의 실적까지 좌우한다. 기업의 의사결정 뒤에 숨은 세금의 셈법을 짚는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아내가 매일 회사에 나와 회계도 보고 직원들도 챙깁니다. 가족에게 월급을 주면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건가요?”
중소·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배우자나 자녀, 부모가 실제 회사 일을 돕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 자체는 세법상 문제가 없다. 실제 근무하고 그에 합당한 급여를 받았다면 회사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진짜 일한 대가’인지 여부다. 최근 국세청이 생활물가 관련 탈세 혐의 업체 41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도 이른바 ‘가공 인건비’가 적발 사례로 등장했다. 실제 회사에 근무하지 않은 대표이사의 친인척을 직원으로 올려 수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사례다.
최희유 청아세무회계 대표 세무사는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실제 근무했는지, 지급한 급여가 업무에 비해 적정한 수준인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 흔적 남겨라”…업무 대비 급여도 ‘적정선’
가족 인건비 인정의 첫 번째 조건은 ‘실제 근로 제공’이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가족 명의 통장으로 월급을 이체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좌이체 내역은 돈을 지급했다는 증거일 뿐 실제 일을 했다는 사실까지 증명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와 4대보험 가입 내역은 기본이다. 여기에 출퇴근 기록과 ▲그룹웨어 접속 기록 ▲업무용 이메일 ▲사내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보고 ▲결재 서류에 남은 서명 등 실제 근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되기 쉬운 것은 ‘서류상 직원’이다. 회사에 해당 가족이 사용하는 책상이나 컴퓨터가 없고 다른 직원들도 실제 근무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가공 인건비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재택·비정기 근무 역시 실제 업무를 했다면 비용 인정이 가능하지만 업무 결과물과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일을 했다고 모든 급여가 비용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기준은 급여의 ‘적정성’이다. 가족의 급여는 같은 직급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일반 직원과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 단순 경리 업무를 맡은 배우자에게 월 1000만원을 지급하거나 회사 순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한다면 과세당국이 정상적인 급여인지 따져볼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회사 이익을 급여 형태로 몰아주는 것은 위험하다. 비슷한 직급과 업무를 맡은 일반 직원과 비교해 급여 수준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명절 상여금과 성과급,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급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내부의 ▲급여 ▲상여 ▲임원 보수 규정 등에 따라 지급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이 없는데 가족인 임원에게만 수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적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임원 상여금은 정관이나 주주총회·이사회 결의 등 세법상 지급 기준을 충족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가짜 인건비 적발되면 법인세·소득세 부담
실제로 일하지 않은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되면 세 부담은 회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가족에게 지급한 인건비가 회사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그만큼 회사의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돼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회삿돈이 사외로 유출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돈이 실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에 따라 대표이사 등에 대한 상여처분 등 소득처분이 뒤따를 수 있다. 대표의 근로소득으로 합산되면 과세표준에 따라 최고 45%의 소득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최 세무사는 “가공 인건비가 적발되면 단순히 회사가 비용 처리를 못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법인세가 추가되고 자금의 귀속에 따라 대표이사 등에 대한 소득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위 서류 작성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통한 탈세로 판단될 경우에는 최대 40%의 부정과소신고가산세가 적용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조세범 처벌이나 횡령 등 다른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매일 출근부터 ‘투잡’까지…어디까지 인정?
실제 현장에서는 가족이 어떤 방식으로 일했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배우자가 매일 회사에 출근해 경리 업무를 맡고 있다면 일반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출퇴근하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근로계약서 ▲4대보험 ▲출퇴근 기록 등을 갖췄다면 인건비를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학생 자녀가 주 2~3회 재택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을 돕는 경우도 가능하다. 다만 ▲디자인 결과물 ▲SNS 채널 관리 내역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보고 기록 등 실제 업무 흔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남겨야 한다.
고령의 부모를 고문·자문역으로 두고 급여를 지급한다면 실제 자문 내용을 입증해야 한다. 경영회의 참석 기록이나 자문 보고서, 계약·매출 기여 자료 등이 없다면 비용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직장에 다니는 배우자에게 월 50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타 회사에 상시 근무하면서 가족 회사 업무까지 수행했다면 근무시간과 업무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실제 근무했더라도 같은 직급의 직원보다 급여나 상여가 지나치게 높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 자격이나 특별한 기여 등 합리적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면 초과 금액이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최 세무사는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인지 아닌지가 아니다”며 “실제로 일을 했는지, 그 업무에 맞는 수준의 급여를 지급했는지,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가족 인건비 인정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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