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삼전닉스 다음은?”…AI 낸드 열풍에 뜨는 종목 '셋'
- [낸드의 화려한 부활]②
낸드 고단화에 뚫고 깎고
소부장 밸류체인으로 확산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의 다음 무대가 낸드플래시로 옮겨가고 있다. AI 서버용 기업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가격은 1년 새 두 배 뛰었고, 2026년 낸드 공급 부족률은 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됐던 투자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고단화 공정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티씨케이·하나머티리얼즈, eSSD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파두 등 낸드 생태계의 수혜주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AI 서버 수요 폭증…낸드 공급 부족 현실로
AI 서버용 낸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HBM과 마찬가지로 공급 부족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용 스토리지 수요 급증으로 2026년 낸드 공급 부족률이 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도 5% 수준의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서버에서 eSSD가 차지하는 비용 비중과 가격 상승 폭도 HBM을 웃돌고 있다.
LS증권 리서치센터가 엔비디아 AI 가속기 B200 8개가 탑재된 AI 서버 한 대의 부품별 가치 변화를 분석한 결과, 5세대 HBM 가격은 2025년 1월 4만8000달러(약 6400만원)에서 올해 1월 5만2800달러(약 7000만원)로 약 10% 오르는 데 그쳤다. 전체 서버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2%에서 17.8%로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반면 NVMe 7.68TB 제품 8개로 구성된 eSSD 스토리지 가격은 같은 기간 9600달러(약 1300만원)에서 1만9200달러(약 2600만원)로 두 배 뛰었다. AI 서버 내 eSSD 비중도 3.6%에서 6.5%로 약 1.8배 높아졌다.
글로벌 낸드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선호주로 꼽히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낸드 고단화와 eSSD 생태계에 연결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KB증권은 낸드 고단화의 직접적인 소모품 수혜 기업으로 티씨케이를 꼽았다. 낸드 고단화는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을 아파트처럼 높게 쌓는 기술이다. 적층 수가 늘어날수록 셀과 셀 사이를 깊고 좁게 뚫는 고난도 식각 공정의 중요성도 커진다.
반도체 식각 장비용 소모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티씨케이는 이 과정에 필요한 SiC(탄화규소) 포커스링을 공급한다. SiC는 기존 실리콘 소재보다 강도와 내열성이 뛰어나 강한 플라즈마로 깊은 구멍을 뚫는 고진공·고출력 식각 환경을 견디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SiC 포커스링은 웨이퍼 테두리에 장착돼 플라즈마를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공정 난도가 높아질수록 마모가 빨라지고 교체 주기도 짧아져 수요가 늘어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들이 SiC 포커스링 시장의 90%를 점유한 티씨케이에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어 2027년까지 풀가동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단화·eSSD 수혜주로 번지는 열기
낸드 고단화에 따른 식각 공정 증가로 실리콘(Si) 파츠 수요가 늘어나는 하나머티리얼즈도 주요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SiC 부품 중심의 티씨케이와 달리 하나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고순도 Si 부품 시장의 강자다.
낸드 적층 수가 높아질수록 고난도 식각 공정이 늘어나 부품 마모가 빨라지고 교체 주기도 짧아진다. 하나머티리얼즈는 글로벌 식각 장비 선두권 기업인 도쿄일렉트론(TEL)을 2대 주주로 두고 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D램 미세화와 낸드 고단화로 단단한 산화막을 깎아내는 식각 공정 횟수가 늘어나면서 Si 파츠 수요 증가는 구조적”이라며 “주요 고객사인 TEL의 생산설비 3배 확장 및 2027년 신규 공장 가동 확대와 맞물려 가파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SSD 컨트롤러 전문 기업 파두도 주목받고 있다. eSSD 컨트롤러는 대용량 낸드플래시를 제어하고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를 끌어올리는 ‘두뇌’ 역할의 핵심 시스템 반도체다. AI 서버에 고성능 낸드를 많이 탑재해도 컨트롤러의 처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데이터 병목이 발생한다.
파두는 상장 직후 실적 급락으로 ‘뻥튀기 상장’ 논란에 시달렸지만 최근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26년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27억원으로 2024년과 2025년 연간 매출 합계에 육박한다. 영업이익도 24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파두의 과제는 특정 고객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다. 2025년 기준 최대 고객사 한 곳의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대기업이 eSSD 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하는 점도 진입 장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토리지가 잘 나갈수록 파두가 유일무이한 한국 컨트롤러 팹리스로서 수혜를 보는 것은 맞다”면서도 “국내 주요 메모리 기업의 컨트롤러 내재화 벽을 넘어 해외 데이터센터와 고객사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낸드 시장의 강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낸드의 몸값이 HBM 수준까지 치솟지는 않더라도 고성능 저장 능력을 요구하는 AI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수직 적층 기술과 반도체·패키징 연결 효율을 높이는 선단 기술력을 유지한다면 국내 낸드 밸류체인 기업의 수혜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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