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안 졌는데 대출은 어렵다”…1247만명 ‘신용평가 사각지대’
- 20대 평가 대상자 41.4% 금융이력 부족…고령층도 435만명
카카오뱅크·토스뱅크, 소비·납부정보 활용해 대출 문턱 낮춰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이나 신용카드 이용 기록이 적어 신용도를 충분히 평가받기 어려운 ‘금융이력부족자’가 124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은 통신·유통·소비정보 등을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로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지만,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심사에 반영하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 10명 중 4명 금융이력 부족…고령층도 사각지대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금융이력부족자는 1247만명으로 전체 신용평가 대상자 4988만명의 25.0%에 달했다. 2022년 말 1210만명보다 37만명 증가했다. 비중은 같은 기간 25.1%에서 25.0%로 다소 낮아졌다. 전체 대상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평가 대상자의 41.4%인 262만명이 금융이력부족자였다. 이어 ▲30대 22.9% ▲40대 17.5% ▲50대 12.8%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카드나 대출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영향이다. 결국 청년들이 신용평가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대출과 같은 금융거래가 필요할 때 접근성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중장년층과 고령층도 예외는 아니다. 30~50대 금융이력부족자는 46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금융이력부족자의 37.1%였다. 60세 이상은 435만명으로 연령대별 인원이 가장 많았고, 해당 연령대 평가 대상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26.9%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의 금융이력 부족은 나이가 들어도 신용평가에 필요한 거래 기록이 충분히 쌓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출과 신용카드를 적게 이용하거나 장기간 신용거래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충분한 금융거래 기록이 쌓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소비정보로 재평가…기존 거절 고객에도 대출
금융사들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금융소비자가 금융소외를 겪지 않도록 생활 속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용평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인터넷은행들은 통신·유통정보나 납부 내역 등을 활용해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 하반기 카카오 공동체와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금융결제원 등의 가명 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했다. 이를 신용대출 심사에 적용해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대안신용평가모형 적용 이후 취급한 중·저신용 대출의 약 12%(건수 기준)는 기존 모형상 거절 대상이었던 고객에게 공급됐다. 카카오뱅크 측은 기존 모형으로는 거절됐을 중·저신용자에게 추가 공급한 대출이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모형(TSS)을 통해 소비 성향과 현금흐름, 납부 내역 등 대안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올해 8월 발표에 따르면 중·저신용 청년 대출자 가운데 33%가 비금융정보를 반영한 평가에서 추가 신용점수를 부여받았다.
케이뱅크는 통신 3사 등이 공동 설립한 통신대안평가의 이퀄(Equal) 모델을 지난해 2월 도입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광주은행과 중·저신용자 및 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공동 금융상품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신용평가모형(CSS)을 연계해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까지 함께하는 구조다.
시중은행도 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평가체계를 보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3월 자체 개발한 ‘서민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평가가 어려웠던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사회초년생, 주부 등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객도 심사를 거쳐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 등을 통해 확보한 통신데이터와 금융·비금융정보를 결합한 ‘대안정보 전략모델’ 등을 기반으로 대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알뜰폰 브랜드 ‘우리WON모바일’을 통해 통신데이터와 비금융 소비 패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정보는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과 대출심사 정확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평가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개인 대안신용평가의 연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위는 8월 말부터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부산·제주은행 등 8개 은행에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SCB) 시범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은행도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SCB는 ▲매출 ▲업종 ▲상권 등 사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정보를 함께 살펴 개인사업자 대출 심사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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