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HD현대, 왜 한화와 다른 '어려운 길'을 택했나
- HD현대, 미국 조선업 진출 위한 신규 조선소 건립 선택
기존 조선소 인수 쉬운 길 놔두고 '황무지 개척'에 가까워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HD현대가 미국 조선업 진출을 위해 한화그룹과는 다른 선택을 취했다. 기존 조선소 인수나 지분 투자라는 '쉬운 길'을 두고, 황무지 개척에 가까운 '어려운 길'인 신규 조선소 건설을 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D현대는 23일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과 손잡고 미국에 신규 조선소를 짓기로 했다. 키윗은 조선소 등 설계·조달·시공(EPC) 전문업체고, HD현대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강점이 있는 세계 1위 기업이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부지 선정부터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만큼 쉽지 않은 길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지난 2025년 7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발표된 뒤 HD현대는 15개월 동안 미국 진출 전략을 검토해 왔다. 그간 미국 내 기존 조선소 인수와 지분 투자, 신규 조선소 설립 등을 놓고 저울질해 왔던 HD현대는 신규 조선소 건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하기로 최종 결단을 내렸다.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 측면에서 신규 조선소 건립이 최고의 선택지라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매물로 나온 조선소는 노후화된 데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이 크게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화도 인수 이후에 리모델링 차원에서 더 많은 투자금을 투입했다”며 “기존 조선소 매입과 신규 조선소 건립을 비교했을 때 투자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조선소 건립 이후의 건조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HD현대가 처음부터 밑그림을 그려서 조선소를 구축하면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는 신규 조선소에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시스템, 로봇 용접 등 첨단기술이 도입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과 품질, 안전성을 높이고 현지 숙련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상선 분야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미국 조선소에 선박 블록·모듈을 제작·공급하는 사업도 검토할 예정이다. 향후 항만 인프라 분야로 사업 협력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HD키윗조선의 조선소가 계획대로 준공되면 이는 한화 필리조선소에 이어 국내 조선사가 미국에 확보하는 두 번째 조선소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존에 있던 노후 조선소를 인수해 재가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선소를 새로 짓는 점은 HD현대의 차별점이다. 한화가 재작년 12월 1억달러에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1997년 설립됐다.
신규 조선소 건립은 미국 현지 선박 건조역량 확충과 조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선업 재건 기조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평가도 있다.
HD현대는 신규 조선소가 본격 가동되면 현지 고용 인력이 약 3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미국 내 공급망 강화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합작 조선소 건립 사업이 향후 1500억달러 규모 마스가 펀드의 투자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은 "HD키윗조선의 출범은 미국 조선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HD현대의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신규 조선소는 2027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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