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아기 옷 사려 번호표까지…남대문서 5벌 사니 '7만2000원'
- [이혜리의 맘대로 산다]
SNS 인기 브랜드 찾아 몰린 엄마들…일부 매장 번호표 운영
직접 고르는 재미에 가격도 다양…품절·배송 대기는 아쉬워
서울 중구 남대문 아동복 시장이 아이 옷을 사려는 엄마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기 매장에서는 입장 번호표가 조기에 마감될 정도다. 지난 10월 16일 정오께 찾은 아동복 매장 ‘콘’도 마찬가지였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매장 안팎은 쇼핑객들로 붐볐다. 입구에는 ‘번호표 마감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오후 1시부터 자유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눈에 띄었다. 기자 역시 옷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남대문 아동복 시장이 엄마들의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눈여겨본 아동복 브랜드를 찾아 직접 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직접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다만 일부 인기 매장에서는 입장을 기다려야 하고 원하는 상품을 바로 구매하기 어려운 불편도 뒤따른다.
대기표까지 등장한 아동복 시장…5벌에 7만2000원
남대문 시장은 오래전부터 아동복 도매 상가가 밀집한 곳으로 알려져 왔다. 부르뎅·포키·마마·크레용 등 여러 상가에 아동복 매장이 모여 있다. 도매 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일반 소비자도 직접 방문해 옷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를 찾아 시장을 방문하는 소비가 눈에 띈다. 콘과 페퍼, 멜멜 등이 SNS에서 관심받는 브랜드로 거론된다. 방문한 콘 매장에서는 번호표를 배부해 입장객을 관리하고 있었다. 매장 안팎으로 쇼핑객들이 몰리면서 원하는 상품을 여유롭게 살펴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30대 이모씨도 SNS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궁금해 남대문을 찾았다. 이씨는 “콘과 파이 등 SNS에서 유명한 브랜드가 궁금해서 왔다”며 “매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구매하기 힘들 정도지만 아기가 입을 생각을 하니 기분 좋게 쇼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도 남대문 쇼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기 매장에서는 옷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비교적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었다. 기자는 소이빈과 코앤코 등 두 브랜드에서 아동복 다섯 벌을 구매했다.
소이빈에서는 티셔츠 두 장을 각각 1만원과 1만2000원, 바지 한 벌을 1만3000원에 샀다. 코앤코에서는 티셔츠와 바지를 각각 1만7000원, 2만원에 구매했다. 총구매 금액은 7만2000원으로 한 벌당 평균 1만4400원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디자인과 가격을 비교하고 원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어 남대문 아동복이 다른 유통 채널보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구매 방식도 매장마다 달랐다. 현장에서 바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는 곳이 있는 반면, 재고가 없는 상품은 주문한 뒤 배송받아야 했다. 품절된 상품을 다시 주문하는 ‘리오더’(reorder·재주문) 방식이다. 인기 브랜드를 찾아 시장까지 방문하더라도 원하는 옷을 당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숏폼 보고 남대문으로…달라진 엄마들의 쇼핑
남대문 아동복 쇼핑 정보는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남대문 아동복’을 검색하면 인기 브랜드 추천부터 쇼핑 동선, 구매 후기 등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나온다. ‘남대문 아동복 코스 총정리’, ‘남대문 쇼핑리스트’처럼 처음 방문하는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도 남대문 아동복 쇼핑을 다룬 영상이 속속 등장한다. 모델 이현이와 방송인 제이쓴이 출연한 콘텐츠에서는 아이들의 등원룩과 코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소비자들은 이런 영상을 통해 브랜드와 매장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방문할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30대 최모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어린이집 등원 후 남대문 쇼핑’이라는 숏폼 영상을 보고 직접 남대문을 방문했다. 최씨는 “아기 옷뿐 아니라 다른 쇼핑할 것도 많아서 재미있었다”며 “옷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최씨 역시 일부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현장에서 받지 못하고 배송을 기다려야 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접한 브랜드를 직접 찾아왔지만 구매까지 한 번에 끝내지는 못한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브랜드를 발견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확인하는 소비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여러 매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방문 전부터 원하는 브랜드를 정해놓고 시장을 찾는 소비자도 있는 것이다.
다만 일부 인기 매장에 대기 줄이 생겼다고 해서 남대문 아동복 시장 전체가 호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브랜드별 인지도와 판매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화제가 된 매장의 옷은 구매하지 못했다. 대신 다른 매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옷 다섯 벌을 골랐다. 인기 브랜드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옷을 발견하는 즐거움 역시 남대문 아동복 시장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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