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투자자 ‘표심 잡기’ 급급한 이재명·윤석열…공약 승자는?
[선택, 누가 살림살이를 바꿀 것인가]
지난달 말 나란히 가상자산 공약 발표한 이재명·윤석열 후보
초미의 관심사 비과세 공제한도 두 후보 모두 5000만원 상향
“표심용 공약 남발…부작용 없는지 검증 필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며 800만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두 후보의 공약 모두 가상자산을 사실상 제도권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누가 당선되든 코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보다는 나은 투자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과세 정책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비과세 공제한도액 5000만원 상향’을 똑같이 외치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치열한 검토 후 내린 공약이 아닌 ‘당선만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후보의 가상자산 공약, 핵심은 과세 정책
이 후보는 가상자산 공약으로 ▶가상자산 법제화 신속 추진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 검토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과 공개(STO) 검토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 지원 등을 내걸었다.
윤 후보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정책 총괄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안전장치 마련된 거래소발행(IEO) 방식 도입 후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 ▶부당거래 이익 전액 환수, 시스템 오류 대비 보험제도 확대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만들고 ICO 허용을 검토하는 등 기본적인 틀은 비슷하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해 업계와 투자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면서도 두 후보간 공약이 거의 유사한 점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예상 가능한 공약들이 나왔다는 분위기다.
결국 업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은 과세 정책으로 쏠릴 수밖에 없지만 여기서도 두 후보는 똑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결정했고 세금은 2023년 1월1일 이후 소득분에 대해서 납부하게 됐다. 그동안 가상자산, 특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짭짤한 수익을 얻어왔던 투자자들에게는 분통이 터질만한 소식이었다.
특히 투자자들은 정부가 가상자산을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등 기타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한 것에 분노했다. 국내 상장주식은 소득에 대한 비과세 공제한도가 5000만원이지만 가상자산은 기타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돼 250만원으로 묶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인 투자에 대한 세금을 걷는 것도 서러운데 공제한도까지 낮춰 더 걷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니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에 ‘비과세 공제한도 5000만원’은 두 후보의 가상자산 공약 필승 키워드가 됐다. 코인 투자자 상당수가 250만원으로 묶인 비과세 공제금액에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은 국내 이용자 800만명 중 2030세대가 67%를 차지할 정도로 MZ세대에게는 뜨거운 관심사다.
문제는 금액을 얼마로 상향시키냐다. 업계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주식시장 수준인 5000만원까지 올려야한다는 여론과 함께 아무리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킨다해도 250만원에서 5000만원은 너무 큰 폭의 상승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주식에 비해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은 기업이 있고 그 기업이 내는 수익이 있어 실체가 존재하지만 가상자산은 그런 시장이 아니다”라며 “250만원보다는 높여야겠지만 실체가 없는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해 비과세 공제한도액을 적정 수준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000만원 상향, ‘유권자 달래기용 공약’ 비판
결국 이 후보는 다음날 ‘비과세 공세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 거래시 발생하는 손실도 5년간 이월공제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윤 후보의 공약 발표에 부랴부랴 대책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두 후보가 코인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공약을 남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후보가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일 생각이 있었다면 거래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그것을 발표하지 않았겠느냐”라며 “윤 후보의 공약이 나오자 불과 하루만에 공제한도 5000만원을 발표한건 공약의 실제 실행 가능성이나 파급력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표심 잡기에 급급해보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의 공약 발표 때도 5000만원 상향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나 근거가 부족했다고 본다”며 “투자자 달래기용 공약에 불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수십년 역사를 쌓아온 국내 주식시장과 동등한 지위에서 과세되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라며 “무작정 5000만원으로 올리면 형평성 문제, 실제 시행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250만원에서 단 6개월이라도 과세를 진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수정해도 늦지 않다”며 “(두 후보가) 표심에 휘둘려 무리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가상자산을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면 비과세 공제한도액 상향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교수)은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가상자산 투자도 많이 하는데 두 투자 소득을 굳이 기타소득과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리할 이유가 없다”며 “비과세 공제한도 5000만원 이슈도 가상자산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하면 해결될 문제로, 과세소득 분류가 바뀌면 공제금액이나 이월결손금 처리 문제도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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