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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 1호가 마천루 건설 최강자 됐다

종합상사 1호가 마천루 건설 최강자 됐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기업이다. 73년 역사의 장수 기업이다. 삼성물산의 지속가능성 DNA는 부단한 혁신과 글로벌 역량,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뚜렷한 지향성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

“사업 수행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겠습니다. 아울러 현지화를 바탕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쟁력을 높여가야 할 것입니다.”

정연주(61)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2011년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글로벌 역량 강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 “국적을 불문하고 우수한 인재를 과감히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인재들이 팀워크를 이룰 수 있도록 삼성건설의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부임한 정연주 사장은 7년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있으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마침내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 실적을 1위에 올려놓고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7년 말 경영지원실 재무담당 이사를 끝으로 삼성물산을 떠난 지 12년 만의 귀환이다.

시장 개척에 관한 한 남다른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평판을 듣는 정 사장은 올해를 해외시장에서 잡을 수 있는 모든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다짐한다. 종합건설회사에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의 업그레이드도 노린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기업으로 1938년 설립됐다. 73년 역사의 장수 기업. 75년 국내 종합상사 1호로 지정 받았다. 그 후 95년 삼성건설을 합병해 건설과 상사 두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전 세계 47개국 100여 개 거점에서는 70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매출액은 2009년 기준 10조8759억원에 이른다. 해외 매출액 비중은 51.9%. 같은 해 307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평균 29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건설시공능력평가액 순위(옛 도급 순위)는 현대건설에 이어 2위(2010년 기준)지만 일찍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비즈니스 영역이 넓다. 주택을 비롯해 초고층 빌딩, 하이테크 공장, 도로 및 교량, 항만, 발전 플랜트 등에 걸쳐 있다.

특히 초고층 빌딩 쪽에서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 세계 최고의 빌딩인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 등의 시공을 맡아 초고층 빌딩 건설업계 리딩 컴퍼니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건설부문이 시공한 세계 5위의 사장교 인천대교도 한국의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주택 쪽은 국내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이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 2010년까지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건설사와 종합상사의 시너지건설부문은 소용돌이치는 물살 이미지를 형상화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시공하기 위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비정형의 혁신적 디자인을 현실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삼성물산 측은 앞으로 이런 비정형 랜드마크 건축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렇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광범위하게 구축하면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각화된 역량이 빛을 발한다. 파이낸싱 능력도 점차 긴요해질 것이다. 앞으로는 발주 주체가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해 주면서 수주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의 막강한 자금력이 수주전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변화된 시장 환경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사 발주 물량이 많은 것도 이점이다. 지난해 삼성 관계사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3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부문은 에너지·환경, 자원, 산업소재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환경 분야는 새로운 성장 축이다. 이런 정책에 따라 태양광·풍력 발전,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물, 발전 플랜트 및 관련 인프라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자원 분야의 경우 석유·가스, 석탄, 광물 등 천연자원 무역뿐 아니라 탐사·개발·생산 등 사업의 전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그린 비즈니스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삼성물산 팜 농장. 팜 유지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인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 및 태양광 복합발전단지를 조성 중이다. 한국전력공사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총 2.5GW 규모의 풍력 및 태양광 단지를 짓는다. 총 사업 규모는 60억 달러. 20년간 운영권을 행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북부에서도 13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것은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지속가능 기업으로서 삼성물산의 DNA는 부단한 혁신과 글로벌 역량,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뚜렷한 지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창립 이래 다양한 경영혁신 활동을 벌여왔다. 건설과 상사 모두 업계 최초로 6시그마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건설 쪽은 2015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설정했다. 초고층 빌딩 시공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물산 측은 상사부문의 핵심 역량을 종합력으로 규정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역량 결합을 통해 창출한 시너지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건설부문도 국내 최초의 에너지 자립형 건물인 ‘그린 투마로우’를 선보였다. 그린 투마로우는 에너지 자립 환경을 실현하고 환경 부하를 최소화했으면서도 실생활이 가능한 친환경 건물이다.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된 인천대교도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해비타트 운동으로 사회공헌삼성물산은 사회적 책임을 경영의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한국해비타트와 손잡고 11년째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6년부터 천안 지역에 조성 중인 ‘희망 마을’은 80가구 규모로 내년이면 완료된다. 사업비 중 부지대금 전액과 공사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해 건축 일이 서툰 자원봉사자들을 돕고 있다. 일종의 재능 기부다. 해비타트 운동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라는 비전에 걸맞은 기업문화를 가꾸기 위해 학습, 글로벌화, 소통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건설부문은 전 부서에 영어회의를 도입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단기 지역전문가제도(GML)도 만들었다.

무역업을 하는 종합상사와 건설사가 동거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시너지 효과는 있다. 상사부문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건설부문의 수주 활동에 도움이 된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즈니스 오거나이저로 부상한 상사부문이 북미 풍력 발전 시장 등에서 수주를 맡고 건설 쪽에서 발전소를 건설하는 식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진도에 건설한 솔루채 진도 태양광발전소.
상사부문 사장은 지난해 12월 김신(54) 자원본부장(부사장)이 맡았다. 내부 승진 케이스. 김 사장은 재무통으로 금융팀장·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종합상사와 건설사의 동거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학수 전 삼성전자 고문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발령받았다. 다음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전무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에 경영하던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외에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았다. 이부진 사장의 상사부문 고문 겸임 조치엔 삼성그룹 차원에서 상사부문을 제대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상사부문의 외형과 경쟁력을 건설부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학수 고문은 두 부문의 이 같은 비대칭적 성장 과정에서 조율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관측은 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삼성물산을 축으로 한 움직임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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