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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당분간 상승 기대 접어야

[Stock] 당분간 상승 기대 접어야

미국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2조4000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줄이기로 하면서 세계 경제가 긴축 쇼크에 빠졌다. 이에 따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차 양적 완화 정책(QE3)’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끝났다. 채무 한도를 최대 2조4000억 달러 올리고 재정 지출도 앞으로 10년간 같은 규모로 감축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과정만 보면 이번 부채 한도 협상의 본질은 그리스 문제와 다르다. 그리스는 정부가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어 국제 공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하는 입장에서 그리스가 자국에 큰 손실이 되지 않을 경우 쉽게 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오래 끌면서 최대한 타협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지원 방안이 합의되더라도 완전한 것이 될 수 없었다. 반면 미국 부채 한도 문제는 정치적으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게 문제였으므로 손쉽고, 완전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었다.

미국의 부채 한도가 늘어나면 주가가 올라갈까?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된 후 며칠은 세계 금융시장이 홍역을 치렀다. 투자자들은 부채 한도 확대가 진통을 겪을 때에도 결국 타협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었다. 중간에 사안이 틀어질 것처럼 어려워 졌을 때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은 이런 기대 심리가 하락 때 주식을 사는 힘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오자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미국발 ‘긴축의 그늘’을 걱정해서다.



미국발 ‘긴축의 그늘’ 걱정더구나 부채 문제가 진정됐어도 부담 요인 자체까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올해 8~10월 사이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 6개국 국채 만기분이 3조 달러에 이른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실시하며 민간 부실을 떠안은 관계로 지난 2~3년 사이에 가장 많은 액수의 만기가 돌아온다. 인플레이션과 느린 경기 회복으로 재정 정상화가 미뤄지고 있다. 선진국 국채가 차환 발행이 안 돼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펀더멘털이 취약한 나라의 경우 조달 금리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부채 한도 해결 이후에도 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기대 이하의 실적이다. 4월부터 국내외 경기가 둔화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던 만큼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 6월 중순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이익 기대치를 각각 16%포인트와 2%포인트 낮추는 작업이 있었지만 주가는 실적 하향 조정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발표해 전체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이끌었다.

실적 부진으로 시장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이 9.7배까지 올라갔다. 과거 11년 동안 PER 수준을 감안하면 지금이 그렇게 싸지도,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은 상태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기업 실적은 숫자가 발표되는 즉시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는 반영 정도가 늦다. 이미 발표된 2분기 이익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시장 밸류에이션을 개선시키는 적극적인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3분기다. 어떻게 보면 3분기가 2분기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2분기가 해외 경기가 둔화되는 초기였다면 3분기는 본격화되는 때다. 원화 환율은 1050원까지 밀고 내려왔는데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원화 강세가 심화됐다고 얘기하지만, 양국의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지표는 국내외가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6월 산업활동 동향은 광공업 생산이 증가한 가운데 소비, 설비투자 등도 늘어나고 있다. 광공업 생산이 자동차, 반도체·부품 등의 생산 증가로 전년 동월비 6.4% 상승했고,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역시 2개월 연속으로 올라 기조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다.

반면 미국의 상황은 좋지 않다. 상반기 경기 위축이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그 폭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 1.8%를 하회한 1.3%에 그쳤으며 1분기도 당초 1.9% 성장에서 0.4% 성장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고용 사정이 불안하고 정부의 재정 지출이 약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당분간 경기 둔화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 한도 확대 합의로 앞으로 미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금융정책만 남았다. 재정적자를 줄이기로 합의했으면서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정정책은 빠르게 효과가 나오는 반면 금융정책은 효과가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현재 경제 상태를 볼 때 시간이 지나면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쓸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정책이 실물 경기를 화끈하게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건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상반기 미국 경제가 좋지 않았고 이를 부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시장이 인식할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단하기 힘들다.



주도주 공백 누가 메울까지난 두 달간 시장을 압박하던 이벤트성 악재가 해소됐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에 대한 지원 합의안을 계기로 사라졌고, 미국의 부채 한도 확대도 타협을 통해 해결됐다. 재료가 사라진 만큼 이제 시장은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큰데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반면 기업 실적이 양호하고, 우리는 반대로 실적은 나쁘지만 경제지표는 좋다. 이렇게 중요한 지표 사이에 방향이 엇갈리는 상태여서 시장도 한쪽 방향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8월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종목과 관련해 당분간 주도주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6월이 지나면서 화학주가 주도주에서 내려왔다. 자동차는 2분기 실적이 좋았음에도 주가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공백을 음식료, 유통 등 내수 관련업종이 대신했지만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점 외에 상승 동력이 없는 상태다. 주도주 부재 문제는 하반기 내내 개선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는 많은 종목이 다양한 이유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접근도 가능하다. 자동차·화학은 남아 있는 기대감으로, IT·건설·금융은 그동안 주가가 움직이지 못한 데다 업종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생각으로, 코스닥과 거래소의 개별 종목은 중소형주 우위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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