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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사막 걷다 ‘숨통 틔인 신발’ 아이디어로 대박

[CEO] 사막 걷다 ‘숨통 틔인 신발’ 아이디어로 대박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크로세타 델 몬텔로는 중소기업 중심지로 불린다. 마리오 모레티 폴레가토(59)는 이곳에서 3대째 포도를 재배하는 와인양조장 주인이었다. 1990년대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와인 컨벤션에 참석한 그는 네바다 사막으로 트레킹을 떠났다. 한참을 걷던 그는 열기와 땀으로 가득한 신발 탓에 견딜 수 없었다. 주머니칼로 밑창에 구멍을 내고서야 트레킹을 마칠 수 있었다. 점유율 13.7%로 라이프스타일 신발 분야 세계 2위인 제옥스(GEOX)는 우연한 체험에서 출발했다.

밑창에 촘촘한 구멍을 뚫어 신발의 숨통을 틔워주고 외부 물기는 막고 내부 증기는 배출할 수 있도록 얇은 막으로 깔창을 깔아준 아이디어 상품. 특허를 따낸 폴레가토는 여러 신발회사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팔려고 내놨다.

그러나 어느 회사도 새로운 신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직원 5명과 함께 베네치아 인근에 작은 공장 ‘제옥스’를 차렸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이 작은 신발공장은 103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고, 밀라노 증권거래소 상장사가 됐다. 양조장 주인이던 폴레가토는 글로벌 기업의 회장이 됐다.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폴레가토 회장은 성공비결로 단연 혁신을 꼽았다. “혁신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창의, 특허, 협업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특허를 내야 합니다. 이를 실험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 등과 협력해야죠. 이런 전략 모델을 꾸준히 실천하다 보니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폴레가토 회장은 “명품이 주류인 이탈리아 신발산업에서 제옥스 제품의 특징은 ‘이탈리아적인 멋, 새로운 기술, 적당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구두가 품질, 디자인, 스타일에서 모두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제옥스는 명품보다는 저렴한 중고가의 대중적인 상품을 만든다. 격조 높은 명품과 스포츠화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이다. 폴레가토 회장은 그러면서도 “이탈리아 명품의 특징이 제옥스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좋은 가죽을 쓰고, 뛰어난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과 가격에서의 명품이라고 말한다.

제옥스는 2005년 한국에 진출했다. 2006년 교황 베네틱토 16세가 즐겨 신는다는 소식이 세계적으로 퍼진 후 국내 판매량도 해마다 20% 넘게 늘었다. 제옥스 제품은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폴레가토 회장은 한국 진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더불어 발한 기능이 가미된 재킷, 발 전면에 걸쳐 발한·방수 기능을 갖춘 신발도 국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제옥스의 한국 독점 총판은 코오롱이 맡고 있다. 폴레가토 회장은 코오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해외 파트너는 현지의 최고 회사로 고르는 게 원칙”이라며 “코오롱은 한국에서 평판이 좋고 경영진의 철학도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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