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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태양광 베팅 - ‘해를 품을 날’ 아직 멀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태양광 베팅 - ‘해를 품을 날’ 아직 멀었다

윤석금(67) 웅진그룹 회장은 2월 8일 계열사 CEO들과 가진 회의에서 그룹 매출의 24.6%를 차지하는 웅진코웨이의 매각 배경과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그룹 전체의 빚 부담을 덜면서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윤 회장은 “코웨이는 내가 두 번이나 사장을 지낸 회사인데다 경영 기반이 탄탄하고 혁신적인 문화가 잘 정착돼 있어 애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회사를 던질 만큼 태양광 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은 “태양광 사업에서 원가를 낮추는 기업이 살아남고 더 잘 될 텐데 이걸 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 후 “태양광 사업의 미래를 믿지만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땜질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금 회장은 윤 회장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때 국내 화장품 빅4 중 하나인 코리아나화장품의 지분을 모두 팔아 받은 돈을 웅진코웨이에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져 웅진그룹을 살린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웅진그룹의 최고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팔고 태양광 사업에 베팅했다. 그의 승부수는 이번에도 통할까.

태양광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삼성·LG·한화 등 주요 그룹이 미래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아 줄줄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내외 태양광 사업은 중국의 과잉 공급,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와 보조금 축소 등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2008년에 ㎏당 300달러가 넘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당 28달러로 폭락했다(그나마 올 들어 2월 9일 현재 31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100개가 넘는 폴리실리콘 회사가 난립한 중국에서는 생산을 중단한 업체가 속출했다. 특히 3000~5000t 규모의 공장은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선두 업체인 GCL만 간신히 가동률 조정 없이 생산을 유지했다.

국내 기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기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연기 방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삼성SDI·LG전자 같은 대기업도 태양광 사업부의 적자 폭이 커졌다. 페인트·건축자재 국내 1위 KCC는 지난해 4분기에 당기순손실 1084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실적 악화의 큰 요인은 폴리실리콘 사업이었다.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아 폴리실리콘 공장의 설비 가치 3237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한 결과였다. 삼성SDI·LG전자·현대중공업의 태양광 사업부도 사정이 심상치 않다. 정확한 실적을 밝히진 않았지만 많게는 1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에서 돈을 벌어 태양광 사업에서 까먹은 것이다.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 1, 2위를 다투는 OCI조차 공장 증설 일정을 늦췄다. OCI의 이우현 부사장은 2월 7일 실적 발표장에서 “올 연말 완공 예정인 4공장 준공을 몇 달 늦추고, 5공장 착공 시점은 상황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OCI는 그동안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분기마다 영업이익률 30~60%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7%로 평범한 실적을 냈다.

태양광 사업의 전망은 엇갈린다. OCI의 백우석 사장은 “올해 미국·중국·일본·인도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듯하다”면서도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 등 태양광 사업의 어느 분야에서든 품질과 규모를 겸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 기업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시장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에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인 웅진이 버틸 수 있을까. 대신증권의 안상희 애널리스트 윤석금 회장의 결정을 두고 반신반의 했다. 올 하반기 이후 태양광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듯하지만 웅진그룹의 경쟁력이 뒷받침 되겠느냐는 분석에서다. 안상희 애널리스트는 “이미 발을 깊숙히 들여놓은 웅진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라 베팅을 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웅진의 태양광 사업 규모도 생사의 기로에 놓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광 산업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이 적어도 연 1만t은 돼야 하는데 웅진은 연간 생산량은 5000t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웅진코웨이를 팔아 설비 증설에 투자해도 7000t에 그친다. 그나마 에너지절약설비에도 더 투자해야 한다.



메이저만 살아남을 시장에서 웅진은…대기업 계열의 태양광 기업의 한 임원은 “태양광 시장은 궁극적으로 반도체처럼 메이저 기업만 돈을 벌 것”이라며 “품질과 규모가 처지는 기업은 문을 닫거나 부품 공급업체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웅진의 생존 확률이 낮다고 주장했다. 메이저급의 품질과 규모를 갖추려면 앞으로 수 조원을 더 투자해도 모자랄 텐데 웅진이 그럴 능력이 있느냐는 거다.

그는 “대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주력 회사를 팔 때는 뚜렷한 명분을 내세우게 마련”이라며 “웅진은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인 태양광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태양광 투자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웅진이 2014년까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분야에 계속 투자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웅진코웨이라는 알짜 기업까지 팔고 나면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제휴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 프랑스의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토탈과 손을 잡는다면 웅진이 단독으로 투자할 때보다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김동준 애널리스트는 “웅진이 토탈의 자회사인 미국의 썬파워와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제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윤 회장이 채권단에게 등을 떠밀려 웅진코웨이를 판 게 아니라면 태양광 사업에서 뭔가 가능성을 봤을 것이고, 그게 토탈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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