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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국채·주식 투자 여전히 매력적

부동산·국채·주식 투자 여전히 매력적



브라질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코폼, COPOM)가 열린 이튿날인 7월 12일 오전 8시 상파울로 금융중심지인 파울리스타 거리. 은행과 관공서, 해외기업이 몰려있는 이곳에는 직장인들이 손에 신문을 쥔채 출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신문 1면의 헤드라인은 ‘기준금리 사상 최저 8.0%’였다. 전날 코폼은 8.5%였던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포콤은 지난해 8월 이후 여덟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4.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8.0%는 브라질이 기준금리제를 채택한 1986년 7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라질 경제 일간지 발로르는 이번 인하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경기 부양기조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헤드라인 밑에는‘기준금리 7% 인하 가능성’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도 있었다.금융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는 알렉산드리아 가르시아 연구원은“이번 금리 인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정부의 선택을 믿는다”고 말했다.

브라질 증권거래소보베스파 루시 밤보우지안 글로벌 대외협력부 이사는 “브라질은 룰라 정부가 들어선 후 소비와 투자 확대정책에 힘입어 그동안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지금은 유럽위기로 경기침체 국면에 있다”며 “이번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브라질은 자원이 풍부하고 해외 투자자금이 몰려오고 있는 만큼 위기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서면 바로 턴어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기대와 달리 당일 브라질 증시에는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파울리스타에서 20km정도 떨어진 센트로에 위치한 브라질 증권거래소 보베스파(BM&FBovespa). 개장시간인 10시를 넘었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보베스파 파리네일 홍보담당자는 잠잠한 증시 반응에 대해 “시장이 금리인하를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베스파 지수는 전날보다 0.25% 하락한 5만3569.14포인트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브라질 금융시장을 불신하고 있다. 브라질은 그동안 10%가 넘는 높은 금리를 유지했다. 저금리 기조에 있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투자자에게 브라질 채권은 매력적인 상품이었다.한국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높은데다, 한국과 브리질 정부 간 맺은 조세협정으로 이자에서 세금을 떼지 않기 때문에 최적의 투자처로 꼽혔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한국이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금액은 1조8354억원이다.

올해 투자한 금액만 약 4000억원. 하지만 금리 하락으로 지난해 5월 12%였던 2017년물 브라질 채권 금리는 현재 8.6%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익률은 더 하락했다. 지난해 달러당 1.58헤알이었던 헤알화 가치는 현재 달러당 2.02헤알로 떨어졌다. 원·헤알 기준으로 만약 지난해 1000만헤알을 국채에 투자 했을 때는 6550만원이 필요했지만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되판다면 5019만원만 돌려받게 된다.

채권 투자는 금리가 가장 주요한 변수이지만 해외 채권 투자의 경우 환율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과 달러·헤알 환율에 대해 두 번 환헤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환차손은 커진다.



헤알화 가치 1년 새 20% 절하유럽 위기 여파에 따른 국제상품지수와 에너지수 하락으로 보베스파 지수도 떨어졌다. 7월 23일 현재 보베스파 지수는 5만4194.74포인트로 지난해 고점인 7만1091포인트 보다 2만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브라질 국영 에너지 업체인 페트로브라스와 광산업체 발레 등의 주가가 20%까지 급락했다.

브라질은 천연자원과 내수시장 확대로 성장하는 만큼 현재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도 대부분 페트로브라스와 발레 등 우량기업에 투자한다. 때문에 브라질펀드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은 -6.89%로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 -1.31% 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이만열 브라질 법인장은 “월 지급식 국채상품의 경우 매년 1월 말과 7월 말의 환율로 6개월의 이자가 지급되는 방식”이라며 “헤알화가 약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환율 수준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최대 투자은행인 BTG 팍투알 리안드로 부알크 선임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따라 브라질 국채에 대한 관심이 다소 낮아진 것”이라며 “그러나 브라질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만기가 긴 채권을 매입해 매매차익을 얻는 투자방법은 여전히 좋은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금리가 내렸지만 여전히 다른나라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브라질 국채 금리는 2017년물(4년5개월) 기준으로 8.6%(세전 기준)이고 2021년물(9년 5개월)은 9.2%다. 우리나라 국채는 현재 10년물 금리가 3%다. 외환은행 이동만 브라질 법인장은 “브라질 기준금리가 하반기 7%까지 하락한다고 해도 한국과 금리차가 크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며 “이번 위기가 지나가면 다시 10%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BTG 팍투알 리안드로 부알크 선임연구원은 “최근 브라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헤알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췄고 2년 간격으로 예정돼 있는 스포츠 이벤트는 헤알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브라질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소비 비중이 70%를 웃도는 것도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김영환 브라질 법인 최고투자책임자는 “헤알화 환율은 올 한 해 동안 500원 후반에서 600원 초반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헤알화가 강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브라질은 중산층이 늘고 있고, 한 해 100만 명이 결혼을 한다. 브라질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의 부동산 수요도 늘고 있다. 브라질은 상업용 빌딩의 경우 최근 4년 동안 전국적으로 60% 넘게 상승했다. 상파울루 도심인 파리아리마나 모룸비 등 지역은 3배 이상 급등했다. 이만열 법인장은 “상파울로에는 뉴욕의 파크 애비뉴나 5번가의 빌딩 임대료보다 더 비싼 사무실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빌딩·주택 가격 4년 새 60% 늘어실제로 브라질은 곳곳에서 대형 건설 현장을 볼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 현지법인이 있는 파리아리마 거리 주변에만 5~6개 상업용 건물이 한창 공사 중이었다. 연말쯤이면 미래에셋자산운용 근처에 있는 30층짜리 오피스 건물 1곳이 완공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티브 김 브라질 법인 부동산투자 상무는 “이곳은 6~7개월 전부터 사전 임차활동을 하기 때문에 완공되지도 않은 건물도 100% 분양된다”며 “지금 짓고 있는 건물들도 모두 분양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상파울루 내 오피스 공실률은 3% 수준이다.상파울루 도심에서 한해 동안 오피스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부지는 총 30만㎡에 불과하다. 또 브라질은 건물 임대료가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임대인은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

지난 1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브라질 법인이 구입한 호샤베라 건물에 투자하는 ‘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 펀드1호’를 출시했다. 800억원 규모로 모집했던 이 펀드는 마감일 일주일 전에 마감됐다. 현재 수익률은 -3.18%지만 브라질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KB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주식)A의 1년 수익률이 -16.61%에 비하면 선방했다.

스티브 김 상무는 “임대는 5~10년 가량의 장기 계약이 일반적”이라며 “부동산 세금이나 보험료 등도 임차인이 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은 항상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땅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투자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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