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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4분기 증시 하락에 무게

[Stock] 4분기 증시 하락에 무게



경제 정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초 그렇게 예상됐다. 예상에 부응하듯 여러 조치들이 발표됐다.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이 유럽 국채매입 프로그램이다. 2010년 시행됐던 매입안(SMP)을 대신해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시행 과정에 많은 제약 요인이 있고, 비슷한 전례까지 있어 신선미가 떨어지지만 의미 있는 조치임에 틀림없다.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9월 12~13일(현지시간)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3차 양적 완화(QE3)를 시행해 매달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부채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또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해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올 들어 정책에 주가 좌우연준이 매달 400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하기로 함에 따라 종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조치를 통해 사들이는 월450억달러 가량의 장기 채권까지 합쳐 연말까지 매달 850억 달러어치의 장기 채권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장기 금리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늘리는 동시에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연준은 또 2014년 말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종전 방침을 바꿔 이를 2015년 중반까지로 6개월 이상 연장했다. 기업들이 초저

금리 기조 유지 기간이 늘어남으로써 안정적으로 경영 계획을 짤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고용 극대화와 가격 안정이라는 지속적인 진전을 지원하는 통화 정책을 통해 고용과 경제 회복이 더 탄력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 몇 달간 정책 방향은 하나였다.

미국 FRB와 유럽중앙은행, 중국 인민은행 모두 성장 하락 위험을 강조하면서 완화 정책을 표방했다. 실제 완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9월 초에 연준이 2014년까지로 되어 있는 제로 금리 기간을 연장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불발됐다. 유럽에서는 8월 말 드라기 총재의 연설이 기존 발표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정책 방향과 강도에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 해도 월말까지 정책에 의한 주가 흐름이란 구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주식시장은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정책이 상황에 따라 주가에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묘미가 있다. 어떤 때는 효과가 증폭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주목을 끌지 못하고 끝난다. 지금은 효과가 증폭되는 때다.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재료가 오랜 시간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넘었다. 위기와 관련해 나올 수 있는 위험과 대책이 모두 나온 만큼 재료가 조금만 신선해도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 7월 스페인에서 안달루시아 등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지방 정부가 중앙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님에도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했던 건 오랜 노출로 인해 투자자들이 재료에 민감해진 때문이다.주가가 상승 국면에 있는 점도 이유가 된다.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주가가 오르기 힘든 상황이다. 8월 이후 시장은 이런 제약이 무색할 정도로 상승했다.

특히 미국 시장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치에 다가섰다. 상황이 어려운 데에도 주가가 오르는 걸 보면, 상황이 좋아질 경우 더 크게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금리도 너무 낮다. 8월에 국내외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통해 낮아진 금리에 적응해 가고 있다.정책에 의해 주식시장이 좌우되는 상황은 9월이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은 사실 못지 않게 판단이 중요하다.

시장에 대한 판단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주가가 높을수록 불리하다. 9월에 주가가 올랐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강도가 센 정책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다. 지난 4년간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경제 정책이 시행돼 왔다. 금융 정책은 저금리로 인해 더이상 정책을 펼 수 없을 정도이고, 재정 정책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대부분이 이미 쌓여 있는 적자를 해결하기도 버거운 상태여서 새롭게 부채를 일으킬 여지가 없다.

9월이 정책을 세우는 기간이었다면 10월은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기간이다. 9월과 달리 10월에는 유럽 위기국가의 국채 만기가 늘어난다. 무제한 국채 매입 정책이 이 상황에 대비해 만든 것인데 정책이 잘 작동하는지, 효과를 기대할만한지 증명해 줘야 한다.9월이 시작될 때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정책 이벤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유럽 통화 정책 회의인데 무제한 국채 매입으로 결론이났다. 두 번째는 미국 FOMC회의에서 양적 완화가 시행되길 기대했는데 이 역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유럽의 무제한 국채 매입은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 정책 이전에도 드라기 총재는 여러 차례 발언을 통해 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가 낮추는 역할을 했다. 올 하반기 최고 7.62%까지

올랐던 스페인 금리가 정책 발표 전 6.40%로 하락한 게 그 예다. 이런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투자 심리 개선에 의한 주가 상승 동력이 소진됐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지난 두 달간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가 개선됐음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재정 문제 진정에 의존해 안도 랠리를 펼 여지가 없다.정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빚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출 축소와 세수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떤 하나도 쉽지 않다. 근본적 대책이 없으면 유럽은행의 단기 국채 매입 방안은 위기국 국채 만기가 밀집된 올 10~12월을 넘기기 위한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8월 미국의 실업률은 8.1% 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1,2차 양적 완화를 시행할 때와 달리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매달마다 10만 건 내외의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책 여지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올 수도9월에는 시장에 큰 어려움이 없다. 걱정은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다. 유럽 국채 만기를 잘 방어해야 할 뿐 아니라, 높아진 주가를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경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분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주가가 의외로 쉽게 약해질 수도 있다. 두 달간주가가 상승했지만 아직 박스권을 뚫고 나올 만큼 힘을 축적하지 못했다. 연초와 8월 상승을 통해 경제가 나쁠 때에도 주가는 1년에1~2회 정도는 올랐다는 경험적 사실을 충족시켰다. 8월에 주가가 상단을 확인했기 때문에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경우 박스권 하단을 향해 내려올 수 있다. 시장도 종목도 매력적인 상황이 아니므로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가져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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