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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치솟은 전셋값, 집값보다 비싸졌다

Real Estate - 치솟은 전셋값, 집값보다 비싸졌다

2년 사이 전셋값이 소득보다 3.8배 더 올라…지방에선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비싸기도



2012년 부동산 시장에는 ‘렌트 푸어(Rent-poor)’라는 새 단어가 등장했다. 하우스 푸어(House-poor)의 전세판인 렌트 푸어는 급등하는 전셋값을 감당하는데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느라 저축을 하지 못하고 생활의 여유 없이 사람을 일컫는다.

하우스 푸어가 집을 가지고 있지만 대출이자를 내느라 실질 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산다면 렌트 푸어는 집도 없이 빈곤하게 산다. 2010년 가을 이후 급등한 전셋값이 서민들의 목줄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2012년도 전년에 이어 어김없이 전셋값은 올랐다. 반면 소득 상승폭은 적어 렌트 푸어의 괴로움은 커지고 있다.



월세보증금도 치솟아최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전셋값 상승세는 전세가구(377만 가구)소득 상승세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 평균 2908만원이던 전세가구의 경상소득은 2012년 3월 4380만원으로 12% 늘어났다. 2년 새 470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들 전세가구가 부담한 전셋값은 평균 9274만원으로, 2010년 7497만원보다 23.7% 올랐다. 전셋값은 1777만원 늘어났는데 소득은 470만원 오른데 그친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단순 비교하면 차액인 1307만원이 고스란히 빚이 되는 셈”이라며 “소득보다 3.8배 빠르게 늘어나는 전셋값은 대출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전세금을 마련하려고 받은 대출금도 늘어나고 있다. 대출이 있는 전세가구의 전세 보증금은 2010년 2057만원, 2011년 2051만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2795만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6.2% 오른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금 관련 대출 누적액은 올해 10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같은 기간보다 새로 늘어난 보증액(3조6000억원)이 두배 이상이다.

전세가구의 전체 대출 중 전·월세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24.9%에서 28.5%로 늘어났다. 월세가구(347만 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월세보증금은 2010년 평균 1127만원에서 2012년 1311만원으로 16.2% 올랐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월세까지 상승한 것이다. 월세가구의 전체 대출 중 6.7%가 대출을 갚는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대출을 받아 대출을 갚는 식이다. 이 비율은 2011년보다 0.9% 늘어났다.

전셋값이 치솟다 보니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싼 경우도 생겼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 매입은 꺼리는 반면 전세 선호도는 높아진 영향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직까지는 지방에 그치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수도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경북, 전남, 전북 등지의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은 평균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73.2%), 광주(75.7%) 등 대도시는 중소형 전셋값이 매매값을 앞지르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영남네오빌비스타 112㎡형(이하 공급면적)의 1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이 아파트 전셋값은 1억6000만~1억8000만원선.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비싸다.

진천동 귀빈타운2차 89㎡형도 비슷하다. 매매시세는 9500만원이지만 전세물건은 1억500만원에 나온다. 북구 태전동 에덴타운 76㎡형은 매매값과 전셋값이 9500만~1억500만원으로 같다. 광주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광산구 산정동 태양아파트 85㎡형은 매매시세(5900만~6300만원선)와 전세시세(5800만~6000만원선)가 별반 차이가 없다. 충남 천안시 두정동 대주파크빌A단지 105㎡형도 매매시세와 전세시세가 1억 7000만~1억9000만원으로 같다. 전세가율이 100%인 셈이다.

2008년 이후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33% 상승한 반면 매매값은 8.5% 하락한 영향이 크다. 같은 가격이라도 손해볼 걱정이 없는 전세를 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 전세가율은 2008년 42%에서 4년만에 14.5% 증가해 2012년 11월 말 기준 57%를 넘어섰다. 최근 2년간 전세시장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렌트 푸어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서울에 99㎡대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5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남권이라면 7년이 필요하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3㎡당 829만원(2012년 12월 기준)이다. 99㎡형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2억4870만원인 것이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중 3인 이하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25만원인 것으로 감안하면 평범한 직장인이 대출 없이 서울에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려면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4.9년을 모아야 한다. 전셋값이 비싼 강남권에 집을 얻으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서초구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1259만원으로, 99㎡형 평균 전셋값이 3억 7785만원이다. 꼬박 7.4년간 월급 전액을 모아야 한다.

강남구에서 (3.3㎡당 1243만원)도 평균 3억7289만원이 있어야 99㎡형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싼 곳으로 꼽히는 금천구에서도 99㎡형 아파트 전셋집을 얻는 평균 3.4년이 걸린다. 금천구의 3.3㎡당 전셋값은 572만원으로, 99㎡형 평균 전셋값은 1억7157만원이다.



박근혜 당선인 ‘돈 안드는 전세’ 공약전문가들은 렌트 푸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마땅한 대책이 없는 데다 거론되고 있는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돈 안드는 전세’가 유일하다. 집 주인이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주고 그 이자를 세입자가 낸다는 제도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 입자를 물어야 해 사실상 월세나 다름 없지만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다른 대출에 비해 이자가 싼 편이라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오를 때마다 추가 대출을 받기 번거롭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선뜻 대출을 받아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 집주인의 신용 평가나 이자 지급을 보증한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적지않다”며 “정부가 세입자에 대한 보증을 서는 등 주택 소유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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