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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INTERVIEW WITH AMBASSADORS - “한-인도 공동제작 영화 꿈꾼다”

periscope INTERVIEW WITH AMBASSADORS - “한-인도 공동제작 영화 꿈꾼다”

비쉬누 프라카쉬 주한 인도대사가 말하는 한-인도 관계



“한국은 제 여덟째 해외 근무지입니다. 짧은 방문까지 포함하면 100개국 넘는 외국을 방문했죠. 하지만 제가 스스로 선택한 근무지는 오직 한 곳뿐입니다.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비쉬누 프라카쉬 주한 인도대사는 거침 없는 열정을 쏟아냈다.

프라카쉬가 한국에 이처럼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시아 외환위기였다. 1990년대 말 일본에 파견 근무 중이던 프라카쉬는 ‘한국 여성들이 경제 회복을 도우려고 금을 기부하러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엔 그 얘기를 믿지 않았다”고 프라카쉬는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이었다.”

한국 여성들이 벌인 ‘금모으기 운동’은 프라카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도는 매년 금 800~1000t을 수입하는 최대 금 수입국이다. 인도 여성이 보유한 금은 적게 잡아도 2만t 정도로 추산된다. 인도 여성이라면 절대로 금을 포기하지 않는다. 내 아내가 ‘남편은 데려가도 되지만 금은 안 된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프라카쉬는 금모으기 운동을 비롯한 한국인들의 노력 덕분에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외환위기를 벗어났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한국에 오겠다고 마음을 정

했다”고 말했다.

프라카쉬는 한국의 대표적 특징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꼽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이다. 프라카쉬는 이를 “남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한국인의 투지”라고 말했다. “성과를 중시하는 ‘빨리빨리 문화’가 이를 반영한다. 또한 한국 직장인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다.” 한국인의 과도한 업무 강도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은 이미 변하고 있다”고 프라카쉬는 말했다. “주5일제 근무가 자리를 잡았고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점점 늘어난다.”

한국과 인도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프라카쉬는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높은 교육열이다. “한국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빠르게 교육체계를 다시 세웠다. 한국이 빠르게 성장한 요인은 뛰어난 교육수준이라고 본다.” 교육열이 높기는 인도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도는 IT인력부문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프라카쉬는 “인도는 매년 100만 명에 달하는 기술자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인도 기술자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진출해 우수성을 입증했다. 프라카쉬는 “삼성전자의 외국인 기술자 약 4만5000명 중 1만2000명 정도가 인도인”이라며 한국에서도 많은 인도인 기술자가 일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많은 기술자 못지 않게 인구 또한 규모가 매우 크다. 미 중앙정보국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 인구는 2013년 7월 기준 12억 명이 넘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중산층도 크게 늘었다. 프라카쉬는 “2030년까지 인도 중산층은 6억 명으로 늘어나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자 한국과의 무역량도 크게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03년 40억 달러였던 무역 규모는 2013년 161억달러로 10년 새 4배 이상 성장했다.

무역 부문에서는 개선할 점이 많다. 2013년 한국은 인도에 104억 달러를 수출한 반면 수입액은 57억 달러에 그쳤다. 인도 입장에서 보면 무역수지 적자가 47억 달러인 셈이다. “심각한 무역적자는 인도 경제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고 곽창호 한인도사회연구학회 학회장이 한-인도 협력과 진출전략 세미나에서 말했다.

인도의 연간 무역적자는 1960억 달러에 달한다. 곽 회장은 인도 무역적자의 20%가 중국에서 비롯되는 탓에 “중국에 대한 인도 기업인들의 감정은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인도 IT서비스 한국 진출에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인도 직접투자 비율도 낮은 편이다. 2008년을 기점으로 인도의 대한 국 투자 규모가 한국의 대인도 투자 규모를 앞질렀다. 1990년대 전체 4위를 기록했던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2013년 기준 12억 달러를 기록하며 13위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모든 국가가 균형잡힌 무역을 원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리도 이해한다. 인도는 시장이 크고 수요가 많은 개발도상국인 반면 한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다.”프라카쉬는 말했다.

그럼에도 프라카쉬는 한-인도 경제협력의 향후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대인도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프라카쉬는 낙관의 근거로 2013년 잇따른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들었다. 포스코는 인도 오디샤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제철소를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단일 사업으로는 인도 내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다.

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뉴델리 인근에 140만㎢에 달하는 한국기업 전용산업공단을 조성하기로 했다. 공단 부지는 한국 기업에 기존가 대비 10~25% 저렴하게 공급될 예정이어서 향후 2~3년 내 공단이 완성될 경우 한국 기업의 대인도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의외의 분야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모른다. 바로 영화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는 나라다. 매년 1200편 이상이 쏟아져 나온다. 연평균 9% 성장률을 이어가는 인도 영화산업은 2014년 3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다 훌륭하진 않다.

헐리우드에도 좋은 영화가 있고, 안 좋은 영화가 있는 것과 같다”고 프라카쉬는 말했다. “그러나 인도 영화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수한 배우가 많고 각본이 뛰어나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줄거리 속에 잘 녹여낸다. ‘세 얼간이’는 인도인, 한국인, 중국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이해할 법한 고민을 담았기에 큰 성공을 거뒀다. 성적과 진로를 둘러싼 청년들의 고민이다.”

프라카쉬는 인도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에서 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참석한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단지 홍보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인도의 공동 영화제작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프라카쉬는 밝혔다. “주인도 한국대사와 함께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흥행 영화에 2억 관객이 몰린다.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면 보다 많은 인도인에게 한국을 알리는 기회가 된다.”

영화는 한국과 인도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도 한다. 프라카쉬에 따르면 “인도 북동부 지역 사람들은 한국 영화, 드라마를 즐겨 보고 한국인처럼 옷을 입는다.” 하지만 다른 지역까지 한류가 퍼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프라카쉬는 이렇게 제안했다. “인도의 영화사들은 유럽, 미국, 호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영화를 촬영한다. 현재도 끊임없이 이국적인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한국정부나 관련 단체는 인도 영화사가 한국현지에서도 영화를 촬영하도록 교섭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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