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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pect 2014 - 서유럽 문명의 종말?

prospect 2014 - 서유럽 문명의 종말?

지난 5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해 온 유럽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하지만 그 과정은 수세기에 걸쳐 천천히 진행 될 듯



서유럽은 적어도 지난 5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했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와 스페인, 포르투갈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건설한 거대한 제국부터 과학과 기술, 문학, 예술, 민주정치까지. 지구의 어느 한 구석도 유럽 대륙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21세기의 두 번째 10년대에 들어선 지금 유럽은 심각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쇠퇴의 길로 접어든 듯 보인다. 특히 모든 유럽적인 것의 문화적, 철학적, 정신적 중심이었던 프랑스는 꺼져가는 영광을 되돌아보는 부럽지 않은 위치에 서게 됐다.

프랑스 정치와 사회에 정통한 미국인 전문가 더글러스 예이츠를 만나 프랑스와 서유럽 전반의 쇠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았다. 예이츠는 파리 아메리칸 대학과 대학원의 정치학 교수로 1995년부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이다.

유럽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계속 들린다. 경제위기, 높은 실업률, 불법 이민자와 망명자들에 대한 지나친 우려, 극우파의 부상, 새로운 ‘잃어버린 세대’의 등장 등. 이런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가? 현재 유럽의 상황이 정말로 그렇게 나쁜가? 1980년대 가장 어려웠던 시기보다 더 안 좋은가?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계층은 호사를 누린다. 빈부의 격차가 이런 모순을 낳았다. 미래가 과거보다 더 나쁠 거라는 인식과 정치가 진보하지 않으리라는 비관주의가 프랑스인들 사이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낙천적인 미국 사회 출신인 나는 이 비관주의를 프랑스 문화의 일부로 인식해 왔다. 비관주의는 때때로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비관적인 세계관은 일종의 방어기제다. 변화가 계속되는 세계에서 일이 잘못 됐을 때 실망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수단이다.

미국인들(그리고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서유럽을 세계문화와 패션, 스타일과 지성, 예술과 품위의 중심으로 여긴다. 세계 경제의 원동력이 신흥 경제 쪽으로 옮겨갔는데도 말이다. 프랑스는 이 ‘친유럽주의’의 중심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프랑스는 뭐가 문제인가? 프랑스인들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프랑스 문화를 부러워하게 만들었던 ‘삶의 기쁨’을 정말 잃었나?

프랑스가 멋지고 부유하고 신나는 곳이라는 개념은 대체로 명품산업이 만들어 낸 환상이다. 명품산업은 요즘 같은 대량소비 사회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유럽하면 떠올리는 대상이다. 고풍스러운 장소를 배경으로 예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한 광고 사진들은 요즘 프랑스의 실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미학적 체험으로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 그러나 현대 프랑스 문학이나 신문, 기타 정보지를 읽는 사람들은 나라 사정이 안 좋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호화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운다.

서유럽(특히 프랑스)이 불법 이민 문제로 골치를 앓는 주된 이유는 생활이 쾌적해서 많은 외국인들이 그곳에서 살고 싶어하기 때문 아닌가?

불법 이민 문제는 부분적으로 더 나은 생활수준의 혜택을 보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게 맞다. 서유럽은 사회복지를 포함해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비교할 때 월등하게 높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자국 영토 안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그런 사회복지를 제공한다. 서유럽 국가의 경제적 매력이 불법 이민 문제의 한 요인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지리적인 요인도 무시하지 못한다.

유럽은 여전히 지중해와 아시아, 대서양을 잇는 교차점이다. 따라서 인접한 지역의 국가가 정치적 무정부 상태나 자원고갈 상태에 빠질 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유럽 이민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를 떠나고 싶거나 살아남기 위해서 떠나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어떤 식으로든 도망칠 방법을 찾는다. 이때 이웃이나 다름없는 유럽은 이들의 우선적인 목적지가 되기 쉽다. 지리적 요인은 여전히 이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가 닥친 이후 서유럽 (그리고 프랑스)에 다녀온 미국인들이 많다. 그들 모두가 그곳에서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그건 단지 그들이 고성과 카페,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관광 프로그램’에만 몰두하고 유럽의 ‘나쁜 상황’은 외면했기 때문일까?

나 같은 북미 출신 사람들이 유럽을 찾는 주된 이유는 자신의 나라에 없는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영원의 도시’ 로마나 ‘민주주의의 요람’ 아테네, ‘빛의 도시’ 파리, 또는 런던이나 비엔나, 바르셀로나 같은 유서 깊은 도시와 견줄 만한 것이 자국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성과 카페, 와인, 명품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에 몰두하고 현재 이 나라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프랑스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성과 카페, 와인, 명품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에 몰두하고 현재 이 나라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따라서 대서양을 건너 큰 돈을 들여가며 유럽까지 갈 때는 가난이나 비참한 생활, 고통 같은 것을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때때로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들과 마주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프랑스와 프랑스인, 그리고 그 문화에 대해 왜곡되고 과장됐으며 부정확한 견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나? 예를 들면 와인이나 에펠탑 같은 상투적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춘 단순하고 얄팍한 인식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듯하다. 그 세계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온갖 이미지와 아이디어, 이상적인 꿈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거트루드 스타인이 거의 한 세기 전에 말했듯이 실제로 “거기엔 그곳이 없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영어권 국가들(영국, 그리고 특히 미국)이 자국 문화를 “오염시켰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일상적인 대화에 침투한 영어 단어들과 패스트푸드, 저속한 TV 프로그램과 영화, 스포츠, 힙합 음악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들의 주장이 맞나? 세계화가 프랑스의 문화적 가치관을 무너뜨렸나?

미국의 대중문화는 프랑스 같은 과거 패권 국가들의 사회전통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까지 위협하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의 원천이다. 프랑스의 보편주의적 이상과 문화 정책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 계몽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된 이후 그 나라의 위엄과 자부심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 프랑스인들은 세계화를 미국화로 인식해 매우 두렵게 여긴다.

중국과 인도가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다른 신흥국가들이 자국의 문화적 가치관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프랑스에서 ‘미국인들’에 대한 두려움은 차츰 가라앉을 것이다. 그리고 TV와 인터넷, 팝음악과 돈을 바탕으로 한 지위체계의 영향력은 어떤 전통적 가치관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고 유혹적이다. 게다가 프랑스인들은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이런 현상들은 전통적인 프랑스 부르주아 문화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프랑스(그리고 넓게는 서유럽)가 정말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나? 만약 그렇다면 인구 노령화와 경제 약화 외에 어떤 면에서 그런가? 그들의 문화와 ‘핵심가치’가 죽어가고 있나?

그렇다. 프랑스는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아주 길고 천천히 진행될 것이다. 유럽이 세계 중심으로서의 지위를 잃기까지는 앞으로 수십 년이 아니라 수세기가 걸릴 것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꾸준히 태평양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여전히 유럽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다.

군사적·전략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아시아의 영향력이 우세하지만 외교적·국제관계적 측면에서는 유럽이 여전히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또 유럽의 노령화하는 인구가 이민자 집단으로 대치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지만 그 새로운 집단이 유럽 문화와 문명에 동화되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 세계를 호령했던 유럽 강대국들의 힘이 미약해진 지금 유럽연합(EU)의 결성은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랑스 생활이 미국보다 나은 점은 무엇이며 미국이 더 나은 점은 무엇인가?

프랑스는 학교와 병원, 대중교통 등 공공 서비스 체제가 미국보다 더 잘 돼 있다. 박물관과 공원, 역사적인 장소, 도서관 등이 대부분 대중에 개방된다. 반면 미국에는 미개척지와 야생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 프랑스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와 연관된 개척정신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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