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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재테크 성형’으로 은퇴의 축배를

Retirement - ‘재테크 성형’으로 은퇴의 축배를

자산 증식→자산 관리, 저축→투자로 … 최고의 노후 준비는 평생현역



고령화·저성장·저금리 시대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녀 교육·결혼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맞을지 막막하게 마련이다. 이제 예전과는 다른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매주 실린 재산리모델링 코너의 상담 사례를 모티브로 삼아 은퇴 성공학을 연재한다. 첫 회는 상담 의뢰인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무엇이고 빠지기 쉬운 오류와 함정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본다. 2회부터는 이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누구나 자신의 자산이 불어나길 원한다. 제아무리 뭐라 해도 행복의 원천은 든든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때 재테크란 말이 풍미했다. 경제가 쭉쭉 뻗어가던 시절이었다. 부동산 펀드 등 돈 버는 수단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다. ‘부자되세요’가 새해 인사로 등장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재테크 신화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후 이어진 유럽발 재정위기로 막을 내렸다.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재테크 세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은행 예금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제로금리에 가깝다. 재테크의 총아로 각광받던 주식과 펀드 시장은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곳곳이 지뢰밭이다. 부동산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그렇다면 개인이 재산을 불리는 일은 아예 글러 버린 것일까. 인생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몇 가지 이벤트가 있다.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및 결혼, 노후생활이다. 물론 생활하면서 들어가는 잡다한 비용이 있긴 하나 이들 이벤트는 사람들이 돈을 모으고 불리는 이유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어지러워진 시장판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회적 상황이 삶을 고단하게 만든다. 저출산·고령화가 대표적이다. 저출산은 세대 간 복지 부담의 불균형을 초래해 젊은층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고령화는 은퇴 후 노후생활의 기간이 길어짐을 의미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피곤한 황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테크에도 성형이 필요하다. 달라진 경제·금융환경에 발맞춰 돈을 굴리는 방법, 투자상품 선정 등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이야기다. 살아가는 리스크가 커진 사회는 재테크로 불린 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증식’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재테크 성형의 요체다. 그러려면 치밀하고 과학적인 설계도면을 그린 다음 각각의 이벤트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무작정 돈만을 좇는 세계는 삭막하다. 스스로가 삶의 중심에서야 한다. 살아가는 데 적정한 돈의 규모를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만큼만 노력하고 남는 시간은 인생을 행복하게 꾸미자는 의미다. 앞으로 연재할 은퇴 설계 시리즈는 그동안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매주 실린 재산리모델링 코너의 상담 사례를 모티브로 삼았다.

시리즈 첫 회는 상담 의뢰인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무엇이고 빠지기 쉬운 오류와 함정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본다. 2회부터는 이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생은 돈으로만 살아갈 수 없다. 비재무적 요소도 중요하다. 화려한 노후를 위해 자기관리와 인적 네트워크킹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알아본다.



◇투자 손실의 트라우마= 지난해 12월 초 서울 서초구에 사는 회사원 유모(45)씨가 재산리모델링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펀드에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그는 월 수입 760만원 가운데 쓰고 남은 300만원을 은행에 저축하고 있었다. 유씨는 “은행 저축으로 인생설계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 수 없다는 걸 잘 알지만 투자는 위험하다는 생각에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재무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의 재산상황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유씨처럼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상품보다는 은행 예·적금 등 금리상품 위주로 자산운용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주식 펀드 투자자들 상당수가 손을 털고 나갔거나 손실을 끌어안은 채 시장이 회복하는 날만 기다리며 속을 태웠다.

시장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머리 속에 깊이 박힌 탓에 투자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안전빵’인 은행 상품에 돈이 몰린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자산 운용을 은행 상품 위주로 한다는 것 또한 위험한 발상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나 마찬가지여서 가만히 앉아서 자산을 까먹는 결과가 된다. 주식이나 펀드 같은 투자자산으로 수익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수익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은행 예금이나 적금은 이자를 꼬박꼬박 주기때문에 비용을 치르고 말 것도 없지만 투자자산은 그렇지 않다. 수익이 좋다고 덥석 물었다간 된통 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원금이 깨질 수 있다는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그 위험이라는 건 시간 앞에서 나약해진다. 세월이 약이 듯이 위험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맹렬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게 돼 있다. 투자자산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란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하고 그게 싫으면 시간 속에 묻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투자 손실의 트라우마는 깊고 길었다. 많은 재무상담 신청인이 예금과 투자 사이에서 방황했던 건 그래서였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쳤던 지난 3년 간이 특별히 더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자녀교육이나 노후준비 같은 중장기 목적 자금은 투자로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마침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월 15일 미국 외신기자클럽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종식을 선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주식과 펀드의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이동 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점쳐지기도 한다.

다만 리스크 관리는 꼭 필요하다.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적립식으로 투자기간도 나누는 게 좋다.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전문가들이 다루는 간접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소득 절벽기’ 대책 캄캄= 재무상담 신청인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시점까지 ‘소득 절벽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였다. 퇴직 후 소득흐름이 끊기는 구간을 여하히 돌파하느냐에 노후생활의 연착륙 여부가 달린때문이다.

6개월 전 재무상담을 진행한 경기도 수원의 박모(47)씨는 퇴직을 3년 앞두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타는 63세까지 생활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연금과 퇴직금 중간정산을 합쳐봐야 63세부터 월 200만원을 쓰겠지만 이마저도 퇴직 후 8년 동안은 조달이 불가능해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시계는 국민연금수급 개시 이후로 맞춰져 있다. 퇴직 후 상당한 세월을 허공에 붕 뜬 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퇴직하게 되면 은행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하루 아침에 끊겨 삶의 질은 그야 말로 급전직하다. 이 시기는 자녀 교육비가 한창 들어가는 때다. 자녀 결혼자금도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부모가 살아 있는 경우라면 봉양 부담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하면 마의 소득절벽 구간을 돌파할 수 있을까. 강을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현역과 은퇴생활 사이를 가로지는 소득절벽이란 강을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하다. 개인연금이란 다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연금의 역사가 얼마 안돼 소득 절벽기에 혜택을 보는 퇴직자가 많지 않다. 연금저축은 2001년, 퇴직연금은 2005년 각각 첫 선을 보였다.

올해 55세인 퇴직자가 13년 전 연금저축에 가입했다면 올해부터 연금수령이 가능했겠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아 가입자는 드물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갖는 것. 재취업은 경제·정신적 안정까지 가져다 준다. 쉽지 않다고? 그럼 눈높이를 낮춰 현역시절보다 훨씬 못한 임금이라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가져보자.





◇젊은층이 노후 준비에 들어간 까닭= 지금의 20~30대는 부모세대보다 불행한 세대다. 무엇보다 20~30년 후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데 따른 막대한 사회보장비용을 물어야 할 판이다. 부모 세대들은 그나마 부동산 값이 크게 오른 덕에 재산형성을 그럭저럭 해나갔지만 이들 젊은 세대는 이조차 바라기 힘들다.

최근 2~3년 사이 노후 준비에 관심을 보이는 20~30대가 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미국에선 23~24세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직이 되면 바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적립하기 시작한다. 20세부터 준비한다고 할 때 노후를 위한 최소 투자는 월 소득의 10%면 충분하다. 30~40대가 되면 그 비율은 20%로 급상승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노후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 그래서다.

지난해 재무상담을 요청한 20~30대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주로 직장에 갓 입사한 사회초년병이나 신혼부부들이다. 회사원인 35세의 김모씨는 신혼부부지만 많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복지체계와 주거비 교육비 부담을 생각하면 적극적인 노후 대비가 필요해 상담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65세부터 월 270만원의 생활비를 쓴다고 가정할 때 지금부터 얼마를 저축해야 할까. 중앙일보 재무설계 자문단이 계산한 결과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감안할 때 월 110만원을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익률 연 3% 기준 월 50만원을 55세까지 20년간 부어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재무설계 전문가들이 조기 노후 준비를 외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복리효과 때문이다. 복리효과란 한마디로 시간의 힘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어 시간이 흐르면서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연 8%의 복리로 1억원을 굴리면 10년 후 2억1500만원이 된다. 이를 30년으로 연장하면 얼핏 네 배쯤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원금의 열 배인 10억원이다.



◇내 집이 애물단지?= 지난해 9월에 재무상담을 신청한 김모(50)씨는 부인과 사별하고 자녀 2명과 사는 자영업자였다. 모아 놓은 자산은 14억8000만원 정도지만 내 집이 없이 전세를 살고 있었다. 노후자금은 보유 금융자산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김씨처럼 적지 않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집이 없는 사람이 많다.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봤자 재산상의 이득도 안 생기고 환금성 제약도 심해 차라리 전세를 살고 남는 돈은 금융자산에 굴려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최근 수년간 침체의 수렁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볼 때 이런 생각은 어느 정도 유효했다. 하지만 이젠 시각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치고 올라오는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기현상이 집값 바닥론에 슬슬 불을 지피고 있다. 재산 가치로서의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해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뛰는 전세를 사느니 차라리 집을 구매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 수요가 일부 내 집 장만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엔 그동안 쌓인 적체 매물이 하나 둘씩 소화되면서 거래단절 현상이 크게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현재로선 부동산 경기의 본격 회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 무주택자인 경우 내 집 마련을 고려해 볼 만하다. 대신 내 집은 재산 측면보다는 거주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부동산 투자로 돈을 좀 벌어 보겠다는 생각은 집어 던지는 게 좋다.

내 집은 특히 노후에 꼭 필요하다. 주거안정성을 기할 수 있어서다. 내 집 없는 노후는 치솟는 전셋값, 남의 집에 산다는 불안감 등으로 정신적으로 쫓기는 생활이 된다. 게다가 집은 현금흐름이 쪼들릴 때 주택연금(역모기지)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대가 큰 제주도의 꿈= 오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은퇴 후엔 지방에 내려가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역 때엔 몸이 부서지는 줄 모르고 일했으니 노후만큼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목가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12월 상담을 신청한 경기도 분당의 김모(62)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평생 재산 8억원을 모았고, 올 1월 퇴직하면 제주도로 내려갈 작정이었다. 대학생인 외동 아들에겐 결혼자금으로 2억원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노후에 생활비로 270만원이 있어야 했지만 확보해 놓은 건 국민연금과 사적 연금 170만원 뿐이었다. 답이 안 보였다. 이런 상태에서 제주도 꿈을 실현하려면 은행 예금을 헐어 써야 했다. 그러나 노후에 은행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걸 지켜보는 것만큼 피 말리는 일은 없다. 목가적 생활을 즐기는 대신 치르는 재정적 압박감은 대가치곤 너무 크다. 김씨에겐 재취업이란 솔루션이 제시됐다.

최고의 노후 준비는 평생현역이란 말이 있다. 특히 저금리 시대엔 근로소득의 자산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금리가 3%일때 근로소득 100만원은 4억원의 자산과 맞먹는다. 금리가 2%로 1%포인트 떨어지면 자산 가치는 6억원으로 늘어난다. 또 1%로 금리가 더 떨어지면 자산가치는 12억원으로 2%일 때보다 무려 6억원이나 증가한다. 이처럼 금리가 낮을 때엔 근로소득의 가치는 올라가는 반면 금융자산의 가치는 떨어지므로 오래 일하는 것이 좋다. 고령화 저금리 시기에는 은퇴 전에 인적 투자를 통해 나의 가치를 한껏 올려놓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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