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해외 M&A 실패의 반면교사 - 日 정부 팍팍 밀어도 성공 사례 10%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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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해외 M&A 실패의 반면교사 - 日 정부 팍팍 밀어도 성공 사례 10%

日 기업 해외 M&A 실패의 반면교사 - 日 정부 팍팍 밀어도 성공 사례 10%



일본에서 거액의 기업 인수·합병(M&A)이 급증했다. 정부의 성장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례 없던 M&A 붐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해외 기업 인수 후 오히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 일본 기업이 적지 않다. M&A의 성패를 결정한 것은 무엇일까?

최근 해외 기업 M&A 소식이 매주 일본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5월 15일에는 산토리홀딩스가 미국 증류주 제조업체 빔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금액 1조6000억엔(약 15조8700억원)의 빅딜이다. M&A 후 신용평가사 무디스재팬은 산토리의 신용등급을 2단계 낮췄다. 세멘코 마리코 무디스재팬 주임 애널리스트는 “거액의 재무부담 때문에 신용등급은 떨어졌지만 인수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1주일 후인 5월 22일에는 대형 조미료회사 미츠칸홀딩스가 영국-네덜란드계의 글로벌 식품회사 유니레버로부터 파스타 소스사업 부문을 2150억엔(약 2조1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 부문은 미국에서 유명한 파스타 소스 브랜드 ‘라구’와 ‘베르톨리’를 갖고 있다. 또 소프트뱅크는 2조엔 이상의 거액 인수를 노리고 미국 업체와 교섭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휴대통신회사 스프린트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지금은 미국 통신회사 T모바일 US 인수를 노린다고 알려졌다.

M&A 시장에서는 1000억엔 이상 거래를 흔히 빅딜이라고 부른다. 최근 이런 빅딜을 일본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분위기다. 공공 금융회사인 국제협력은행(JBIC)를 통해 융자 범위를 확대하는 비책이 성장전략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유례 없는 해외 M&A 붐이 일어날 조짐이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불안한 뉴스도 나온다. 4월 일본의 대형 제약회사 다이이찌산쿄는 2008년 4994억엔(약 4조95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인도의 후발 제약사 랜박시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일본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도 2009년부터 총 2667억엔(약 2조6400억원)을 출자한 인도의 타타텔레서비스의 보유 주식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과거 사례를 보면 일본 기업의 대형 해외 기업 인수는 실패에 가까운 사례가 많은 듯하다. 핫토리 노부미치 와세다대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유럽의 불경기나 엔고를 배경으로 2번 정도의 M&A 붐이 있었지만 결과는 대부분 참패였다”고 말했다.

M&A 컨설팅기업 레코프에 따르면, 과거 일본에서 해외 기업 M&A가 활발했던 것은 2006년이다. 일본담배산업(JT)이 2조2000억엔(약 21조8200억원)에 영국의 갤러거를, 소프트뱅크가 1조9000억엔(약 18조8400억원)에 보다폰을, 일본이타가라스가 영국 필킹턴을 6160억엔(약 6조1100억원)에 인수한 해다.



해외 기업 M&A가 전체의 80%M&A 관련 통계를 보면 ‘자국 회사 간(인-인) M&A’ ‘국내에서 해외(인-아웃) M&A’ ‘해외에서 국내(아웃-인) M&A’를 합친 총액은 변동폭이 크다. 이는 국내외 경기나 환율 변동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인-아웃 M&A 비율은 경기나 환율에 상관없이 60% 전후의 큰 비중을 나타낸다. 특히 올해 1~3월은 80%대로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건수로는 아시아 기업 인수가 가장 많다. 금액으로는 유럽이 1위다. 1건당 평균 단가는 유럽 기업 인수가 아시아의 3배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유럽에서 거액의 M&A가 많이 성사된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거액 인수는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태국 아유타야 은행(6760억엔) 정도뿐이다. 이와 달리 유럽에서는 LIXIL그룹의 독일 그로헤 인수(3816억엔), MUFG의 독일 PB캐피탈 인수(3563억엔), 오릭스의 네덜란드 라보뱅크 인수(2420억엔) 등 대형 M&A가 줄을 이었다.

대형 M&A 중 얼마나 성공하고 얼마나 실패하는 것일까? ‘M&A 성적표’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분석해봤다. 1985년 이후 1000억엔 이상의 대형 해외 기업 M&A는 모두 134건이다. 여기에서 금융과 에너지 기업을 제외하면 100건이다. 또 비상장기업과 그룹 재편 목적과 부동산 취득, 순투자가 목적인 종합무역상사를 제외한 48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매수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하게 마련M&A를 성장전략으로 삼았다면 최소한 인수 후 이익이 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M&A 성적표는 기업 이익이 최고 수준을 달성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M&A 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기존 최고치의 2배를 웃돈 곳은 소프트뱅크·JT·브릿지스톤 등 7개 기업이다. 그중 미국의 컬럼비아를 6440억엔(약 6조3800억원)에 인수한 후 회계에서 노렌(M&A 때 실자산가와 매수가와의 차이) 2652억엔(2조6300억원)을 일괄상각한 소니를 제외하면 성‘ 공’이라고 할 만한 거래는 48건 중 6건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최고치를 깨지 못한 거래는 14건이나 됐다. 영업이익만 보면 총 20개 기업이 최고 이익을 넘어서지 못했다. 다이이찌산쿄는 랜박시 인수를 발표한 직후 주가가 6.56%나 오르는 등 주식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최고치를 밑돌았다.

결국 일본 기업의 해외 대형 인수가 사업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1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10년 이상 지난 거래를 보면 더 심각하다. 13건 중에서 6건이 사실상 해당 사업에서 철수를 했고, 나머지 7건은 거액의 특별손실을 계상했다. 마쓰모토 시게루 SCS글로벌컨설팅 이사는 “이는 일본기업이 해외 M&A를 실적 성장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미시나 카즈히로 고베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일본 기업의 M&A 실패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인수자인 일본 기업의 경영진 대부분은 매도자가 왜 파는지 진의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인수를 발표할 때도 지극히 자기 입장에서의 이점만 얘기한다. 인수 회사는 중개인에게 휘둘려 ‘그렇게 좋은 건이면 빨리 결정해야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말 좋은 매물이라면 상대방이 그렇게 간단히 경영권을 포기할까? 장래성이 있는 회사라면 경영권을 지키고 싶어할 것이다. 주식이나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건 어지간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M&A는 처음부터 굉장히 구린 구석이 있는 것이다.

매각자의 의도는 두 종류다. 하나는 매수자를 이용하려는 경우다.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고 매수자의 자금과 신용을 얻고자 한다. 기존의 경영방식으로는 기업 가치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시가보다 높게 사들인 주식의 프리미엄분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다른 의도는 장래성이 없는 회사를 확실히 팔기 위한 경우다. 매수자가 사전 조사로 얻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M&A는 파는 쪽이 훨씬 유리한 게임이다. 상대가 아직 경영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매수하는 적대적 M&A라면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경우 우호적 M&A가 많다. 정보가 더욱 적은 해외 기업을 우호적으로 인수하면 실패 확률은 더 커진다.

뒤집어 생각하면 상대가 경영권을 포기하는 이유가 분명할 경우에는 인수가 순조롭다. 이런 사례가 많지 않지만 그중 하나가 로토제약이 미국 맨소레담을 인수한 건이다. 이 때는 멘소레담이 회사를 매각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가족경영을 해오다가 더 이상 창업자의 후계자가 없어 경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로토제약은 멘소레담을 인수하면서 위장약·안약 등 기존 사업과 더불어 새로운 분야를 손에 넣었다. 기존 판매채널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도 냈다.

다른 예로는 일본전산이 있다.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경쟁에서 패한 기업들을 인수했다. 이후 성공을 위한 경영방식을 주입해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였다. 로토제약과 일본전산의 공통점은 모두 오너가 직접 경영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주주이기 때문에 매물로 나온 회사 주주의 심중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M&A 실패 요인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이 어려워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썩은 동아줄을 잡듯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예를 들어 NTT도코모에는 미국 AT&T와이어리스에 1조엔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IT버블 붕괴로 2004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때 해외통신 인프라 사업의 어려움을 인지했음에도 이 회사는 2009년 인도의 통신회사 타타텔레서비스에 2667억엔을 투자했다. 애초 예상은 빗나갔고 결국 올해 4월 철수를 발표했다. 다이이찌산쿄가 랜박시를 인수했다가 매각한 것을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세 번째 실패 요인은 일본 기업에게 M&A 업무가 낯설다는 점이다. 미국의 시스콘시스템·GE·애플 등은 M&A가 잦다. 이런 회사에서 M&A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직원들은 해당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일본 기업에서는 보통 10년에 한 번, 경영진은 재임 중 한 번 정도만 M&A 이슈가 발생한다. 이래서는 학습효과가 나지 않는다.

미국의 효과적인 M&A 전략 중 하나는 작은 회사를 틈틈이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작지만 좋은 매물에 대한 정보는 일본까지 잘 넘어오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두는 등 정보 수집을 하기도 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다. 정작 중요한 정보는 실제로는 업무와 관계 없는 파티 등의 장소에서 오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은 매물에 대한 정보는 미국과 중국에 넘어가고 일본으로 오는 매물 정보는 별 볼일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독자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게 나을 수도의류나 주류 등 브랜드에 기반한 사업에서는 브랜드 육성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는 게 낫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면 자력으로 브랜드를 해외에 침투시키는 게 어렵지만은 않다. 실제로 패스트패션 H&M이나 자라, 무지 등은 다른 브랜드의 힘을 빌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에 확산됐다.

보통 일본 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다고들 한다. 그러나 해외기업 M&A는 사장이나 회장이 “하자”고 하는 순간 단숨에 추진되곤 한다.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이사회는 M&A라는 미지의 영역을 맞이하면 ‘멘붕’에 빠진다. 흔히들 M&A를 일컬어 ‘시간을 산다’고들 한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의 정상화에 시간을 뺏겨 자력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결국 자신에게 투자하는 편이 M&A보다 효과적인 성장수단일지도 모른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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