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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해외 기업 - 배당은 기업과 CEO의 자랑거리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해외 기업 - 배당은 기업과 CEO의 자랑거리

지난해 부진한 연간 실적을 보인 애플의 CEO 팀 쿡은 스티브 잡스 시절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던 조치를 취했다.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식을 분할하는 한편 배당을 확대한 것이다. 180억 달러(약 20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애플 주가는 25%가량 뛰어올랐다.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등으로 주주들에게 모두 740억 달러(약 82조5000억원)를 돌려줬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금 반환 계획을 시행한 것이다. 애플은 “2015년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총 1500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당 확대 소식 이후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치로 오르고 있다. 11월 18일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인 115달러로 치솟았다.
 한국 기업의 배당 수준 해외의 절반
스티브 잡스와 달리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로 애플 주가를 크게 끌어올린 팀 쿡 애플 CEO.
이처럼 해외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주주 환원조치를 자랑한다. ‘우리 회사는 이렇게 배당을 할 만큼 잘 나간다’는 식이다. 주주에게 이익을 많이 나눠줄수록 기업에 대한 신뢰와 가치가 오르면서 주가도 동반 상승한다. 기업이 현금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것보다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돌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은 지난 10월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만난자리에서 “한국과 국민소득 규모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은 배당률이 4%대인데 한국은 1%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액면분할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해외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45개국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의 배당 성향은 44위다. 한국의 배당 성향은 11.7%로 아르헨티나(11.3%)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뉴질랜드가 76.1%로 가장 높다. 영국(51.6%)·독일(38.4%)·미국(32.3%)·일본(27.9%) 등 선진국의 배당 성향은 높은 편이다. 한국은 대만(47.8%)·태국(43.5%)·인도네시아(38.8%)·중국(31.7%) 등 다른 신흥국보다도 배당 성향이 낮다. 한국의 배당수익률 역시 1.1%로 최저 수준이다. 태국(4%)·영국(3.9%)·중국(3.8%)·대만(3.5%)·독일(3%)·미국(2.1%)·일본(2.1%)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해외 기업들은 1~2년 정도 수익이 감소해도 직전 연도 배당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배당수익이 줄면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고 이는 향후 투자금을 모으는 데약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크면 배당액이 부담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 중에도 배당에 신경을 많이 쓰는 기업이 제법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배당수익률이 3%를 넘고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를 웃도는 기업은 50개가 넘는다. 제너럴일렉트릭(GE)·필립모리스·맥도널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시가총액 기준을 약 1조~10조 원으로 낮추면 150여 기업으로 늘어난다. 유럽 증시에서도 덩치가 큰 고배당 기업이 흔하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로열더치쉘·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유니레버 등이 대표적이다. 호주의 금융회사들은 매년 6%대 초고배당률을 자랑한다.

고배당을 하는 해외 기업의 업종을 보면 소비재와 유틸리티 부문 기업이 많다. 또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머크나 화이자 같은 고령화 산업에 속하는 헬스케어 기업의 배당수익률도 3%를 웃돈다. 한국에서는 이런 해외 고배당주를 골라 담은 펀드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해외 펀드의 환매런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해외 고배당주를 담은 펀드에는 꾸준히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런 펀드들은 대개 네덜란드 출판기업 리드엘스비어, 스위스 제약사 로슈홀딩스와 노바티스, 네덜란드 금융사 월터스 클루베, 미국 제지사 킴벌리클라크, 미국 제약사 애브비 등을 담고 있다. 애브비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5.2%에 이른다. 이외에 주식들도 배당수익률이 대부분 4%를 넘긴다. 고배당주를 모은 펀드들의 전체 수익률은 가치가 등락하는 다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미국 S&P500 기업의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 성향(자사주 매입액/순이익)을 조사한 결과, 미국 상장사들은 순이익의 평균 55%를 자사주 매입에 지출했다. 또 순이익의 40%를 배당 지급에 썼다. 올해 1분기에도 S&P500 기업들은 총 1590억 달러(약 177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들 기업의 1분기 순이익 합계는 2220억 달러(약 247조5000억원)였다. 전체 순이익의 72%를 자사주 매입에 썼다.
 워런 버핏은 단 한번도 배당하지 않아
미국 기업들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에 더 적극적이다. 둘 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수단이지만 세금을 떼이는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은 세금 부담이 없는데다 지배권을 강화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들도 자사주 매입에 열성을 보인다. 미국 기업들은 CEO 실적을 평가할 때 주당순이익(EPS) 상승률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하면 순이익이 늘지 않아도 수학적으로 EPS를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의 전문경영인들은 실적 자랑에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물론 모든 해외 기업이 배당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지난 50년 간 단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480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의 현금을 배당해야 한다는 한 주주의 주장에 대해 “배당보다 현금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당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버핏은 정작 자신이 돈을 벌어들이는 투자처를 고를 때는 배당 성향이 높은 회사를 고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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