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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전문기자의 ‘뉴노멀, 뉴머니’ - 해외 투자 나서야 하는 5가지 이유

서명수 전문기자의 ‘뉴노멀, 뉴머니’ - 해외 투자 나서야 하는 5가지 이유

일러스트:중앙포토
‘모든 계란을 같은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런 투자의 기본을 내팽개치고 대형 참사를 낸 여러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1995년 영국계 베어링 은행에 릭 니슨이라는 젊은 직원이 있었다. 니슨은 일본의 닛케이 지수의 상승을 예측한 선물에 거액을 투자했는데, 운명의 장난으로 고베 대지진이 터졌다. 그러나 그는 손실을 만회하려고 더 많은 투자를 감행했고, 이런 무모한 행동은 손실 규모가 13억 달러에 달할 때까지 계속됐다. 더구나 손실을 감추려고 휴면계좌를 이용한 거짓 회계방법까지 동원했다. 결국 이 위기로 베어링 은행은 파산해 ING에 단돈 1달러에 팔리는 참극을 빚었다. 니슨도 쇠고랑을 차고 감옥행으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몰빵’ 위험 벗어나는 문어발 투자
니슨과 같은 ‘몰빵’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간단한 방법은 돈을 쪼개 ‘문어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어떻게 쪼개야 할까. 지금부터 2000년 전 유대인의 경전인 탈무드는 가계 자산의 3분의 1은 주머니에, 3분의 1은 집에, 3분의 1은 가게에 배분하라고 가르쳤다. 요즘으로 말하면 3분의 1은 동산에, 3분의 1은 부동산에, 3분의 1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위험이 똬리를 틀고 있는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방법치곤 너무 간단해 보인다.

유대인의 자산 3분법을 이론으로 정립한 사람이 현대 포트폴리오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다. 마코위츠는 1952년 수익을 최대화하는 투자전략을 짜고 싶다면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개별 자산을 노련하게 조합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핵심은 다양한 개별 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요소를 파악해 계량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산 투자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자산의 수익률이 같이 움직이는 정도인 상관관계가 낮아야 한다는 점이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결합하게 되면 위험이 있지만 수익이 그 위험보다 높은 포트폴리오, 또는 수익은 일정하되 위험이 낮은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있다. 이 포트폴리오 이론은 수많은 연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고. 마코위츠는 그런 공으로 노벨 경제학상까지 탔다. 실제로 마코위츠는 주식과 채권에 절반씩 투자했다.

마코위츠식 투자법이 최대 위기를 맞은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보통 때 같으면 주식 값이 떨어지면 채권이 올라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금융공황은 모든 자산을 삼켜버렸다. 그렇다고 마코위츠의 이론이 생명을 다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다른 건 몰라도 자산은 여러 군데로 나눠야 한다는 분산 투자의 대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혹 누군가가 기발한 위험 제어 아이디어를 개발할 때까지는 적어도 그렇다.

다만, 전문 지식이 부족한 개인들이 자산의 적정 분산비율을 분석하고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이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이 있다.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펀드는 그 자체로 위험을 어느정도 버무려 순화시킨 비빔밥이다. 펀드 하나로 부족하면 여러개 펀드를 보유하며 위험의 날카로운 공격에 대해 겹겹이 보호막을 칠 수 있다. 투자 대상도 주식·채권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곡물·원자재 같은 실물 뿐 아니라 미국·영국·중국 등 지역별로도 다양화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한 해외 펀드는 위험 분산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국내에서만 웅크리고 있을 뿐 해외 쪽으론 아직 관심이 크지 않다. 시장은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개방적이지만 투자자들은 국내 편향성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심리가 있다. 투자에선 해외 자산보다는 국내 자산을 선호하고, 더 많은 자금을 국내에 남겨두려는 성향을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 정도가 심하다. 국내 주식 편중(Home Bias) 정도는 한국이 지난 2011년 기준 86.4%으로 미국(41.4%)·영국(55.9%)·일본 (73.3%) 등 선진국에 비해서 크게 높다. 국내 증시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가 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과 같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국내 투자자들
하지만 요즘 급변하는 경제·사회적 상황은 해외 투자를 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해외 투자가 필요한 몇 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에 토대를 둔 수출 국가는 10여년 정도 성장 정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대만은 이미 그 길을 걸었다. 1990년 두 나라의 주가는 나란히 고점을 기록한 뒤 대만은 30%, 일본은 60% 떨어졌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국가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 자연스레 국내 투자 수요는 줄어들고, 원화 가치는 강세가 돼 국내 기업의 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또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어 리스크 노출 정도가 심한 편이다. 핀란드의 대표 기업인 노키아는 한때 핀란드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노키아 주가는 급락했고, 핀란드 주가 지수도 고점 대비 65%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현대차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30% 정도에 이르러 쏠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국들도 기운을 차리고 있다. 중국이 제조업 경쟁자로 나섰으며 일본·독일·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부활하고 있다. 경쟁력을 회복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를 하면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내수 시장의 침체다. 저출산·고령화는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수요 감소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비중(15~64세)은 2010년 73%에서 2030년에는 63%로 20년 동안 무려 10%포인트나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도 수익률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저성장에다 고령화의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과 대만의 경우 최근 해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해외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의 투자 자세로는 저성장·저금리의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다. 국제 경제적 감각을 키우고 개방적인 안목으로 국내외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는 넓고 투자할 상품은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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