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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사라진 주택시장]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9년 만에 최대치

[비수기 사라진 주택시장]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9년 만에 최대치

사진:중앙포토
#1. 6월 2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현대 아파트 59㎡형(이하 전용면적)을 매입하기 위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던 박건일(38)씨. 당시 박씨는 “한 달 사이에 집값이 1000만원가량 올랐다”는 얘길 전해듣고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봄 이사철이 끝난 5월에도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져서다. 박씨는 “비수기에도 집값이 오르는 걸 보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하는 건지, 아니면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건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2. 5월 28일 387가구를 분양하기 위해 1순위 청약을 접수한 대구 신천동 동대구 반도유보라 아파트에 10만6020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이 273대 1이었고, 84㎡A타입의 경우 94가구 모집에 5만4935명이 청약통장을 꺼내 584대 1에 이르는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주택시장에 ‘비수기’가 실종됐다. 봄 이사철이 끝났는데도 주택매매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오름세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이 5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새 아파트 분양 현장에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등 청약 열기가 뜨겁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5월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거래는 1만2735건.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5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1만1631건)보다 1100건 이상 많은 수치이며, 6053건에 불과했던 지난해 5월 거래량에 비해선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주택거래 성수기인 올 3월(1만3005건)과 4월(1만 3827건) 못지 않은 활기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연립·다세대주택도 5월 한 달간 5942건이 거래돼 연중 최대치인 4월(6527건)에 육박했다. 지난 3월(5424건) 거래량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단독·다가구주택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5월 거래량이 2602건으로 4월(2111건) 거래량을 훌쩍 넘어서며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거래가 늘면서 아파트값도 상승하고 있다. 거래량이 늘어난데 비해 가격은 안정적인 편이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뚜렷하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값은 4월보다 0.47% 올랐다. 5월 변동률로 보면 2006년(1.66%) 이후 9년 만의 최대치다. 성수기인 지난 4월(0.38%)보다도 오름폭이 커졌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깊어져
이런 흐름을 보이는 것은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연초부터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서울 개포동 세방공인 전영준 사장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계속되다 보니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른다”며 “이참에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는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5월 29일부터 재건축 연한이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기준도 완화되면서 규제 완화 혜택을 보게 된 목동·상계동 일대의 집값이 들썩였다. 용적률이 110%대에 불과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의 경우 53㎡형 호가(부르는 값)가 5억8000만원으로 한 달 새 2000만원 정도 올랐다.

분양시장 역시 비수기를 잊었다. 청약자의 발길이 이어져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이 속출했고 1순위 마감도 잇따랐다. 우미 건설이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 선보인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 센트럴 아파트는 5월 28일 475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8184명이 청약, 평균 38.2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317.5대 1에 달했다. 앞서 대림산업이 5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에 공급한 e편한세상 신촌은 최고 112.9대 1, 평균 1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의 청약열기도 거셌다. 광주광역시 진월동 토담휴로스 에듀파크와 부산 광안동 광안역 예서 더불어 아파트는 1순위에서 각각 47.3대 1, 1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3월부터 수도권 1순위 자격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는 등 청약제도가 크게 개편된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분양 열기를 타고 주택건설업체들이 6월에도 분양물량을 쏟아낸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하반기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분양시장 열기가 꺼지기 전에 물량을 털어내려는 것”이라며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는 식으로 최대한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전국에서 5만6711가구가 쏟아진다. 5월(6만9361가구)보다 1만2650가구 줄어든 수준이지만, 지난 3년(2012~2014년)간 6월 평균 분양물량인 3만184가구보다는 2만6527가구 많다. 서울(1782가구)을 포함한 수도권이 3만4326가구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서울에선 SK건설이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대치국제SK뷰 240가구, 하왕십리동 왕십리자이 713가구 등이 분양된다. 경기도(2만8641가구)에선 공공택지 물량이 적잖게 나온다. 광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이곳에서 주상복합아파트 686가구, 958가구를 각각 내놓는다.

지방에서는 2만2385가구가 새 주인을 찾는다. 부산에서 GS건설·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재개발 아파트 분양에 나선다. GS건설은 해운대구 우동6구역에서 해운대자이 2차 813가구를 분양한다. 49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대우건설은 남구 대연6구역에서 대연파크푸르지오 1422가구를 선보인다.
 집값 상승폭은 제한적일 듯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시장과 분양시장 열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서울 중심의 재건축 이주수요, 민간 아파트 준공물량 부족 등 요인으로 전세난은 이어질 것”이라며 “전세난을 완화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매매전환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매매 거래량이 요즘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집값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변수도 있다.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많이 오르면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가계부채 문제도 주택시장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규정 NH농협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새 아파트 청약열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입지나 상품별로 편차가 심해 무조건적인 투자보단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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