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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5)] 노후에도 주택은 반드시 보유하라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5)] 노후에도 주택은 반드시 보유하라

내 집 마련이 전 국민의 로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절실함이 달랐다. 도시로 사람이 몰리면서 서울은 만성적인 주택 부족을 겪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긴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지금도 주택은 한국인의 자산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쓸 수 있는 금융자산은 30%를 밑돈다. 현역 시절 성실하게 일하고 근검절약했는데도 노후에 여유가 없는 것은 이같이 부동산에 재산이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온 게 과거 세대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주택 비중 줄이고 현금 비중 늘려라?
그래서 한동안 노후설계 전문가들은 주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을 했다. 지금도 이런 조언이 원론적으로 틀린 얘기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집이 있어도 노후에 현금화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오히려 내 집은 필수품이 됐다. 이런 변화는 앞 세대와 달리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의 수명이 급격히 길어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 오래 살게 됐으니 오히려 내 집은 노후를 책임질 최후의 안전자산이 된다는 얘기다.

일단 내 집이 있어야 기나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이제 현실화된 100세 시대에는 환갑에 퇴직해도 최소 30년, 길게는 40년 가깝게 살아야 한다. 이미 100세 이상 인구가 2015년 2월 기준으로 1만5000명을 돌파했다. 이는 인구추계에 따른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일단 어디선가는 살아야 하므로 전·월세를 전전하게 된다. 문제는 전·월세가 내 집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세입자에게서 받은 전세금은 은행에 넣어봐야 수익률이 연 1%대에 그친다. 반면 월세는 수익률이 5% 안팎에 달한다. 집주인이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무적 이유에 그치지 않는다. 환갑이 넘어도 10~15년 사회활동이 추가적으로 가능한 반퇴시대에는 무엇보다 안정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빈번한 이사는 정서에도 좋지 않다. 과거에는 주거안정이 물리적 공간의 마련이었다면 이제는 90년에 걸친 인생을 보낼 생활의 공간이 된다.

문제는 주택시장 전망이다. 내 집을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부동산시장 전망이 엇갈리면서 내 집 마련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퇴 후를 생각하면 반드시 집을 소유하는 게 좋다. 보유한 금융자산을 모두 털어넣고 대출받아 무리하게 인기 지역·주택을 소유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도한 차입은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어 삶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더구나 소비를 위축시켜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집을 소유해 큰 돈을 벌자는 얘기도 아니다. 저성장 시대가 되면서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리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럼 어떻게 집을 마련해야 할까. 단계별로 주택을 마련하면 된다. 첫술에 배부를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젊은 세대라면 처음에는 59㎡(25평형) 규모 이하의 소형 주택부터 시작하자. 최근에는 젊은 부부만 겨냥만 초소형 아파트도 나오고 있고, 원룸 형태의 도시생활형 주택도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작은 곳에서 출발해 40~50대가 돼 경제력이 더 확장되면 평수를 넓혀가면 된다. 지역 역시 처음부터 인기 지역·주택에 무리하게 진입할 필요가 없다. 꼭 서울 인기 지역이 아니라도 도시정비가 잘 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택가격은 입지에 따라 차별화된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퇴직 무렵 모두 갚아야
한국보다 한 발 앞서 선행하는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일본은 1990년 이후 거품경제 붕괴 이후 주택을 비롯해 부동산 가격이 줄곧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그렇게 된 건 아니다. 인기 지역과 새로 개발된 도시정비 지역은 신규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신축 주택은 생활 편의성이 높고 주변 여건도 좋기 때문이다. 오랜 불황 속에서도 신규 분양주택은 언제나 인기를 끄는 이유다. 커뮤니티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에선 전국 평균으로는 주택가격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지만 도쿄 중심부의 인기 지역은 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교육 여건과 교통환경이 좋은 곳으로 진입하려는 기본 주거욕구는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 지표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주택 규제를 상당히 완화하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에서는 과도한 쏠림 현상이 공급 과잉에 따른 한계상황에 도달하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어 수도권에서도 공급 과잉에 따른 후폭풍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주택 매입 전략도 이런 동향에 잘 대응해야 한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럴 때는 주택시장에 무리하게 투자하면 상투를 잡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동식 중개업을 하는 ‘떴다방’을 단속하지 않는 것은 간신히 살려낸 부동산시장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업률이 5% 대로 내려온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 한국은 심각한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럴 경우 과도하게 대출을 얻어 집을 매입한 경우라면 ‘깡통주택’으로 쪽박을 차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퇴시대에 내 집이 필요하지만 무리한 투자를 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는 주택이 상속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보낼 최후의 보루라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과거에는 환갑을 쇤 어른은 10년 안팎이면 돌아가셨다. 1970년 기대수명은 61.9세였다. 그러니 내 집을 마련했다면 자식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환갑을 쇠고도 30년은 거뜬히 사는 세상이다. 이에 대비하려면 주택은 노후에 자신의 생활을 보장하는 연금 재원으로 써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로 내 집을 마련했다면 퇴직할 때쯤엔 모두 상환하는 게 좋다. 그런 다음 온전한 주택 한 채가 있다면 시가의 30%는 자녀 몫이라고 봐도 좋다. 주택연금 계약을 맺으면 자녀 혼례 등으로 목돈이 필요할 경우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몫은 최소화하자. 주택연금은 오로지 노후의 최후 보루로 사용해야 한다. 2016년부터는 소유자가 아니라 배우자가 60세가 되면 주택연금 자격이 생긴다. 퇴직 후 귀농·귀촌·귀어를 생각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방으로 옮길 때쯤 도시에 있는 주택을 처분하고 전원주택을 마련해 거주하면서 주택연금을 받는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보유주택 합산가격이 9억원 이하라면 다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경제연구소장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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