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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 증시로 몰리는 중국 유니콘 기업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 증시로 몰리는 중국 유니콘 기업

미국에 상장해온 전례와 다른 움직임…주식예탁증서 발행 등 인센티브 제공 고려
홍콩 번화가 몽콕에 자리한 샤오미의 공식 서비스센터.
올해 중국 금융시장에서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의 중국 증시 상장이 가장 큰 이슈다. 지금까지 중국 인터넷 기업은 여러 가지 지배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 미국 증시에 상장해왔다. 중국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동닷컴)’ 역시 마찬가지다. 텐센트만 홍콩에 상장했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에 상장했다.

그런데 최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아닌 외국인이 다 가져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중국에서 돈을 벌지만, 기업 성장의 과실은 외국인 주주들이 다 가져간다는 논리다. 사실 중국 투자자들이 중국 민영기업 중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좋은 중국 인터넷 기업에 투자할 수 없는 건 아이러니다. 중국 관영언론도 이런 사실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말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사는 ‘중국 자본시장의 BATJ 꿈이 실현돼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서 우량 기업들이 해외로 가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중국 자본시장의 자체적인 BATJ 육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곧이어 중국 언론에서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유니콘 기업의 기업공개에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패스트트랙이 적용된 케이스도 나왔다. 지난 3월 8일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역대 최단 기간인 36일 만에 상장심사를 완료했다. 중국은 상장대기 기업이 몇 백 개에 이르기 때문에 상장심사 완료까지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
 유니콘 기업의 상장에 패스트트랙 적용
얼마 전에는 중국 소프트웨어 보안 업체인 치후360이 우회 상장을 통해 상하이 증시에 상장했다. 뉴욕증시에 상장했던 360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중국으로 돌아왔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뉴욕증시에서 약 9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 머물던 시가총액은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지금 약 3300억 위안(약 56조원)으로 6배 가까이로 늘었다. 중국 투자자의 우량 인터넷 기업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애기다.

패스트트랙 외에 중국 금융당국이 고려중인 건 중국 주식 예탁증서(CDR, China Depositary Receipt) 발행이다. 중국 주식예탁증서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의 주식을 금융회사에 위탁하고 수탁은행이 이에 상응하는 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해서 중국 증시에서 거래되게 하는 방법이다. 중국 역내에 있으면서 역외금융시장 역할을 하는 홍콩증권거래소는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차등의 결권 제도는 경영진에게 보유 지분보다 높은 의결권을 부여해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알리바바는 홍콩증시 상장도 고려했으나 차등의결권 때문에 결국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홍콩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고려하는 이유다. 중국이 CDR 발행 대상으로 고려 중인 기업은 8개 정도로 알려졌다. 가장 우선적인 고려 대상은 중국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BATJ다. 올해 중국 투자자들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동닷컴의 CDR를 거래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해야 할 점은 물량 부담이다. 알리바바 시가 총액(약 5000억 달러)의 5%만 CDR로 발행해도 중국 증시에 250억 달러(약 27조원)에 가까운 물량이 쏟아진다.

유니콘 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VIE 제도의 인정 여부다. VIE는 중국 인터넷 기업이 인터넷 업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외자투자 제한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기업구조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케이만 군도 같은 조세회피처에 지주회사를 만들고 지주회사가 다시 중국에 외자법인을 설립한다. 다음 단계는 외자법인이 인터넷 사업을 수행하는 중국 기업과 지분관계가 아닌 계약을 통해서 지배관계를 구축하는 모델이다. 그동안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해외 증시에 상장한 이유도 거의 VIE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상장시키려 하는 유니콘 기업은 어떤 기업들일까. 그리고 중국 유니콘 기업은 얼마나 될까. 미국 시장 조사 업체인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2월까지 세계에서 230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이 중 미국이 절반에 가까운 113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고, 그 다음 중국이 62개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켰다.
 중국의 유니콘 기업 62개에 달해
미국 유니콘 기업은 인터넷 서비스와 금융업종이 많았지만, 중국 유니콘 기업은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컸다. 중국 투자은행인 CICC는 중국 유니콘 기업이 소비지향적인 반면, 미국 유니콘 기업은 기술지향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유니콘 기업은 인터넷을 활용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엔터테인먼트·교육·게임·쇼핑·여행 등 다방면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켰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서비스 관련 기업이 중국 유니콘 기업의 60%를 차지한 반면, 미국 유니콘 기업의 60%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혁신지향적인 분야에 투자했다.

시가총액 별로도 살펴보자.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시가총액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유니콘 기업 8개 중 미국 기업은 5개였다. 우버(차량공유)·에어비엔비(숙박공유)·스페이스X(우주산업)·팔란티르(빅데이터 분석)·위워크(공유오피스)다. 중국은 샤오미(스마트폰)·디디추싱(차량공유)·메이투안디엔핑(소셜커머스)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샤오미다. 샤오미는 올해 말 홍콩증시(H) 혹은 상하이와 홍콩 동시상장을 준비 중인데, 시가총액이 적어도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BATJ 중 마지막인 징동닷컴(시가총액 약 630억 달러)을 단숨에 제칠 수 있는 규모다.

시가총액 100억~200억 달러에 속하는 유니콘 기업은 8개였다. 이 중 미국 기업이 4개, 인도 기업이 1개, 중국 기업이 3개다. 루팩스(핀테크)·진르토우탸오(뉴스큐레이션)·DJI(드론제조)다. 모두 쟁쟁한 기업들이다.

중국 유니콘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도 놀랍다. 지난해 중국 유니콘 기업은 264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세계 기업공개 규모 1위를 기록한 뉴욕증시보다는 적었지만, 2위인 홍콩거래소의 기업공개 규모(172억 달러)를 초과했다.

유니콘 기업이 가져올 변화도 크다. 중국 증시는 대형 국유기업 위주이며 민간기업 중에서는 성장성 있는 종목이 드물다. 중국 유니콘 기업은 인터넷,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뉴이코노미를 대표하는 민간기업들이다. 중국 유니콘 기업이 중국 증시에 본격적으로 상장하기 시작하면 중국 증시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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