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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판교신도시 집값 희비] 국민주택 규모 같아도 시세 4억 차이

[‘대박’ 판교신도시 집값 희비] 국민주택 규모 같아도 시세 4억 차이

동판교 공시가 서판교보다 40% 높고, 고급연립보다 아파트가 더 올라
판교신도시 전경. 전체적으로 집값이 강남 못지않게 올랐지만 지역별, 주택 유형별 편차가 심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2기 신도시 판교. 집값을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1~2기 신도시 15곳 중 가장 성공했다. 2006년 분양 때 4억원대였던 84㎡(이하 전용면적)의 실거래가가 지금은 4배가량인 최고 16억원까지 치솟았다. 형님 격인 1기 신도시 분당을 저만치 제쳤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판교 아파트값 시세가 3.3㎡당 3600만원 정도로 2700만원선인 분당보다 30% 정도 더 비싸다. 분당은 84㎡ 실거래가가 14억원을 넘지 못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의 상승률이 50% 정도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84㎡가 11억~12억원에서 21억~22억원으로 100%가량 상승했다.
 중소형 평수 크게 오르고, 동판교가 더 비싸
그런데 판교에서도 크기·지역·주택 유형 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 10년간 분양가 대비 몸값이 20억원 넘게 오른 집이 있는 반면, 20억원 떨어진 집도 있다. 지난 14년 동안의 판교 주택시장 판도 변화를 실거래가격, 거래가가 없는 경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살펴봤다.

판교는 85㎡ 초과까지 모든 아파트가 처음으로 상한제 적용을 받았다. 85㎡ 이하는 택지비와 건축비의 원가를 기준으로, 85㎡ 초과는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채권입찰제(시세 80%)로 각각 분양가를 산정했다.

분양 당시 85㎡ 이하 가격은 분당 시세의 60% 선, 85㎡ 초과는 80% 수준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85㎡ 초과 중대형보다 가격이 저렴한 85㎡ 이하 중소형 수요가 늘면서 중소형이 더 많이 올랐다. 중소형이 4배 가까이 뛰는 사이 중대형은 2배가량 상승했다. 7억원대의 115㎡가 2배가 넘는 19억원까지 찍었다. 중소형 중에서도 소형이 더 많이 올랐다. 판교에서 처음으로 삼평동 봇들마을4단지 59㎡가 지난 1월 실거래가 10억원을 기록했다. 2006년 3월 분양가가 2억3400만원이었다. 판교 분양 때 59㎡ 땅값이 84㎡보다 낮게 책정돼 분양가가 3.3㎡당 150만원(20%가량) 저렴했다.

판교는 남북으로 가르는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서판교와 동판교로 나뉜다. 분양 때부터 서판교(운중·판교동)는 쾌적성이, 동판교(삼평·백현동)는 편리성이 장점으로 꼽혔다. 동판교엔 지하철(신분당선 판교역)이 지나고 상업지역이 많다.

분양 때 동판교 선호도가 더 높았다. 민영 중소형 청약경쟁률(40세 이상·10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 기준)이 서판교 26대 1, 동판교 44대 1이었다. 현재 시세도 동판교가 서판교보다 비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3.3㎡당 시세가 백현동 4218만원, 운중동 3180만원이다.

비슷했던 84㎡ 분양가가 지금 시세로 4억원까지 차이 난다. 동판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지가 백현동 봇들마을8단지다. 84㎡ 최고 실거래가가 지난 2월 16억2300만원이다(분양가 4억원). 서판교 운중동 민영단지 84㎡는 12억2500만원이다(분양가 3억8700만원). 임좌배 판교로뎀공인 사장은 “봇들마을8단지는 판교에서 지하철·학교·백화점 등 편의시설을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도 마찬가지다. 115㎡ 분양가가 12억원으로 비슷했지만 동판교 봇들마을9단지 금호어울림이 19억원까지 오른 사이 서판교 같은 주택형은 14억3000만원이 최고가다.

동판교와 서판교 가격 차이는 집값 상승세를 타고 확대됐다. 공시가격으로 보면 2015년까지 10% 이하이던 차이가 2018년 20%를 넘더니 올해는 40%에 가깝다. 집값이 오를 때 입지여건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판교 분양 때 최고 2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 동판교에서 나왔다. 삼평동 봇들마을1단지 신미주 82㎡가 성남 이외 일반 1순위 207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433가구 모집에 총 15만여명이 청약해 무주택·일반 1순위 전체 경쟁률이 360대 1이었다. 일반적으로 방이 3개인데, 이 주택형은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4개까지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이 주택형의 최고 실거래가는 지난 1월 13억원이다. 봇들마을8단지 비슷한 주택형에 밀리는 가격이다. 평면보다 입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2006년 분양한 판교 아파트 입주 직후인 2010년 판교에 이색적인 고급연립주택이 분양됐다. 운중동 월든힐스(300가구)다. 109~207㎡의 대형 위주로 대부분 복층 구조였다.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제현상설계공모까지 거쳐 아파트를 지었다. 설계가 너무 튀어 미분양이 생기자 일부는 재분양하기도 했다.
 운중동 산운아펠바움 최대 20억원 하락
월든힐스 127㎡의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11억5500만원이다. 같은 주택형의 삼평동 판교푸르지오월드마크 공시가격이 13억5700만원으로 17% 더 높다. 정부가 밝힌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75%로 계산한 시세가 월든힐스 15억, 18억원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월든힐스가 독특한 설계 등으로 주목을 끌긴 했지만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보다 시장 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6년 9월 아파트와 함께 분양된 연립도 아파트보다 몸값이 떨어진다. 같은 판교동에서 같은 현대건설이 지은 원마을 10단지 힐스테이트연립 125㎡와 원마을11단지 현대아파트 115㎡를 보면 지난해까지 연립 공시가격이 아파트보다 조금 비쌌으나 올해 공시가격에선 아파트(9억2200만원)가 연립(8억9600만원)을 추월했다.

국내 최고가 단독주택 단지로 꼽히는 운중동 산운아펠바움은 34가구다. 176~311㎡ 규모로, 대지면적 330~596㎡다. 단지를 이루고 있어 아파트처럼 공동관리한다. 2010년 10월 분양가는 가구당 30억~80억원이었다(평균 46억5000만원). 최고가인 80억원짜리의 올해 공시가격이 37억2600만원이다. 올해 시세 30억원 초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62.4%를 적용하면 시세가 60억원이다. 10년 전 분양가보다 20억원이 내린 셈이다. 이 집은 2016년 62억원에 한차례 거래됐다.

판교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265㎡(복층)다. 올해 공시가격이 37억6300만원으로 시세가 47억원으로 추정된다. 4가구 중 2가구가 거래됐고 거래가가 2015년 34억원, 2018년 45억원이었다. 분양가가 2009년 22억원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판교 주택들의 다양한 시세 변동은 내가 살기 좋은 집보다 남이 많이 찾는 집이 재테크 효자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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