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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대주주 기준 완화 파급력, 우려만큼 크지 않아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대주주 기준 완화 파급력, 우려만큼 크지 않아

과거에도 대주주 물량 출회와 공매도 매매제도의 영향은 미미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10월 23일 청와대 앞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10억원)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증시 제도를 놓고 요즘처럼 얘기가 많았던 적이 없었다. 논쟁거리는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올해 말이 되면 대주주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지는데, 그게 맞는 조치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동안 금지돼왔던 공매도가 내년 초에 허용되는데 이를 어떻게 개선할거냐다.

2019년 말 현재 종목당 3억원 이상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계좌가 10만개 가까이 된다. 전체 액수로는 42조원 정도다. 올해 주가가 지난해보다 상승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면 보유액수가 45조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과 증권사가 대주주 기준 완화와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점은 이 물량이 앞으로 두 달 동안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10만개 계좌 중 4억원의 주식이 있는 계좌를 생각해보자. 요건을 피하기 위해서는 4억원 전체가 아니라 1억원을 약간 넘는 주식만 팔면 된다. 나머지 3억원 미만 금액은 기준 밑에 있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10만 계좌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두 모으면 30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 주식은 이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없다.

2018년과 지난해 11월에도 대주주 관련 물량으로 주가가 하락할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대주주 기준 변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코스닥은 2018년 11월에 657에서 시작해 연말에 675로 끝났다. 지난해에도 11월 이후 두 달간 662에서 669로 올랐다. 대주주 물량 출회와 관련해 우려가 많지만 주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대주주 기준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 영향이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연말까지 시장을 전망할 때 대주주 기준 완화에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시장을 움직이는 다른 이유는 무시하고 대주주 기준완화라는 수급 요인에만 치우치다 보면 주가를 판단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주가 움직이기는 규모·규정 한계로 힘들어
공매도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건 대략 세 가지다. 제도의 성격상 공매도 혜택이 외국인이나 기관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이들이 매도할 때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그 피해를 정보에 취약한 일반투자자가 고스란히 본다는 것이다.

일반투자자 중에서 공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는 게 맞다. 주식을 빌려줄 기관이 없고, 거래의 안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개인투자자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왜 일반투자자가 공매도에 참가하기 힘들 정도로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었을까? 매도는 매수와 달리 손해액이 정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어떤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매수했을 때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은 투자 원본이 전부다. 신용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반면 삼성전자를 빌려서 매도한 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은 무한대가 된다. 주가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개인이 공매도의 위험을 감당하기 힘들고, 최악의 경우 매매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어 규정을 엄격하게 만든 것이다.

공매도로 주가 변동이 당연히 커질 수 있다. 문제는 변동의 정도인데 실제 공매도가 얼만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서는 연구된 게 없다. 재료의 성격상 주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공매도로 속도가 약간 빨려졌을 뿐이다. 만약 공매도라는 수급 요인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면 그 부분은 빠르게 회복됐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가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투자론의 기본 틀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공매도가 문제라는 인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공시제도 강화나 기업분석 자료의 공정성 개선을 통해 개선할 문제지 공매도 제도 자체를 없앨 건 아니다.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크지 않다. 실제 공매도 액수가 많지 않은데다, 공매도의 성격상 주식을 한 번 판 후 다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영향이 한 쪽으로 쏠릴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제도가 주가를 움직이지 못했다는 공인된 연구 결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말까진 박스권에 갇혀, 종목별로 대응해야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3월 이후 6개월간 상승으로 주가가 높은 수준이 된 데다 새로운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3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LG화학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유동성의 성격도 바뀌었다. 지난 3~4월처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때에는 돈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추가 상승이 예상되므로 가격을 올려서라도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가 지지부진해지면 공격적인 성향이 약해지고 대신 수비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낮은 가격에 매수를 넣어 놓고 체결을 기다리는 패턴으로 바뀌는데 이런 매매는 주가가 떨어지는 걸 방어할 뿐 가격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을 끌고 가는 종목이 달라지고 있다. 먼저 수출주가 약해진 반면 철강을 비롯한 중간재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한달 반 사이에 50원이나 떨어졌다. 환율이 갑자기 변하면 수출기업들이 제대로 적응하기 힘들므로 4분기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간재도 환율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악재보다는 호재에 대한 반응도가 더 높다. 중국 경기 회복은 중간재 입장에서 상당히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은행을 포함해 증권·보험 등 금융주도 상승하고 있다. 은행은 지난 3년간 실적이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었다.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대손 충당금 증가 우려부터 라임사태로 인한 손실 가능성까지 이유가 다양했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순자산의 0.3배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고, 배당수익률이 5%까지 올라갔다. 주가만 보면 은행주 자체의 매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증권은 2~3분기 이익이 많이 난 게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2.5배 정도 늘었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인데 현재 시중 유동성을 감안할 때 시장 규모가 갑자기 줄어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연말까지 시장이 정해진 폭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걸로 보이는 만큼 개별 종목별로 시장에 대응했으면 한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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