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프로 환율 돋보기] 코스피와 원화의 공통분모 ‘수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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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 환율 돋보기] 코스피와 원화의 공통분모 ‘수출’

[백프로 환율 돋보기] 코스피와 원화의 공통분모 ‘수출’

원화 가치 추가 상승 동력은 수출 확대 여부에 달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가득 쌓인 수출입 컨테이너 /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가득 쌓인 수출입 컨테이너 / 사진:연합뉴스

언제부터인가 한국 코스피에는 ‘박스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반도체가 호황이었던 2017년을 제외하면 선진국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동참하지 못한 채 박스권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2020년 초에도 코스피 전망은 장밋빛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중국·유럽·일본과 비교했을 때 2020년 글로벌 주식시장의 승자는 코스피였다.

그런데 새삼스럽지만, 코스피가 주요국 증시의 성과를 장기간 능가했던 시기가 있었다. 최근 20년을 반으로 쪼개 보면 전반부의 코스피와 후반부의 코스피는 그 양상이 판이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코스피는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 대비 수익률이 독보적이었다. 2000년 말 대비 2010년 말 종가를 비교하면 미국·유럽·일본은 모두 하락했고, 중국도 3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 코스피는 무려 4배로 뛰었으니 수익률로는 300%를 넘겼다. 이 기간 중 2006년을 제외하면 나머지 9년은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이 1위 또는 2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황금기에 절정이었던 원화 강세

특히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은 코스피의 황금기였다. 5년 연속으로 연간 수익률이 가장 우월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왕년의 코스피는 자취를 감췄다. 2011년부터 지난 10년 간 미국 주가지수가 3배, 일본이 2배로 뛰는 동안 코스피는 유럽·중국과 함께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의 상승에 그쳤다. 2020년을 제외하면 2010년대 코스피는 제자리걸음이다.

2001년 이후 코스피 황금기는 달러화 약세의 시작과 사실상 겹친다. 미국 경제가 2001년 3월 경기 침체에 진입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반짝하며 4월 초 정점(장중 최고 1365.3원)을 찍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어 달러화 인덱스도 2001년 7월 초 121포인트를 정점으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2001년 10월부터 상승하여 2007년 10월에는 2000포인트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900원까지 레벨을 낮췄다.

당시 달러화의 광범위한 하락세는 유로화의 외환시장 데뷔에 탄력을 받았다. 유로화 실물화폐가 2002년 초부터 통용되기 시작했는데, 유로화는 유럽 통합의 아이콘이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다수 국가들이 공동으로 채택했기에 기축통화의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사실 유로화가 출범한 1999년 1월 1일 이후 달러화에 비해 약 25% 가량 하락했지만, 실물화폐 도입을 계기로 의구심이 걷히면서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달러화가 과대 평가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상황에서 유로화의 잠재력이 재평가되어서다.

외환시장에 유럽 호재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진입한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 세계에 달러화 공급이 급증하여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2004년 중에도 유로화의 급등과 달러화의 광범위한 하락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 경기 과열 및 한국 조선업의 최대 호황기가 겹치며 원화 강세 압력까지 더해졌다.

코스피 황금기와 함께 했던 원화 강세의 일등 공신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국의 결단으로 2001년 11월 중국에게 세계무역기구(WTO)의 문이 열린 것이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본격 편입되어 비약적 성장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수출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대거 방향을 틀었다. 단지 방향만 돌린 것이 아니라 수출이 날개를 달면서 원화 강세 압력을 드높였다. 2001년에는 당시 최대 수출국이었던 미국은 경기 침체에 빠져 수출액이 12.7% 감소했다. 반면 2002년부터 중국의 WTO 가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한국 수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2년부터 5년간 전세계 수출액은 1.40배(연평균 6.9%) 증가했고, 한국의 수출액은 2.16배(연평균 16.7%)로 증가했다. 증가율이 전 세계 대비 2.4배에 이를 만큼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즉, 2002년부터 본격화된 달러화 약세기는 한국 수출의 급성장이 뒷받침된 원화 강세 압력이 더해져 탄력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01년 20%를 넘었던 미국 수출 비중이 2006년에는 13%로 급격히 하락했다. 반면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12%에서 급증하여 20%를 넘어섰다. 2001년 WTO에 편입된 중국의 잠재력을 보고 전 세계 기업들이 앞 다퉈 중국으로 진출했다. 중국에서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중국 성장의 과실을 향유했다.
 2000년대 초반 같은 상승 동력의 부재
하지만 한국의 수출 시계는 2011년에 멈춰 섰다. 2017년 전후 반도체 호황기가 있었지만 2020년 수출액은 2011년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쳤다. 전 세계 수출은 2011년 이후 2019년까지 8년간 연평균 2%씩 증가했지만, 한국의 수출은 같은 기간에 연평균 0.3%씩 감소했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로 수출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됐고, 한국은 전통적 수출산업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수출액이 감소한 것이다.

2020년을 거치면서 달러화는 하락할 채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할지르 보면 원화 자체의 동력이 얼마나 강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성장 산업이 출현하지 않는다면, 원화 자체의 동력은 반도체 경기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이 경우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 호황기를 지나고 나면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원화 자체의 동력이 지속적으로 제공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수출이 재도약하지 못한다면 2000년대 초반과 같은 기세로 원화 가치가 상승하기는 어렵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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