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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연준을 의심하는 시장…금리 더 오를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연준을 의심하는 시장…금리 더 오를까

연준의 말이 시장의 발목을 잡다… FOMC 하루 만에 금리 1.7%↑
3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음먹고 휘두른 회심의 일격이었다. 연준은 지난 몇 달간 금리가 오를 때마다 상황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시장이 말을 듣지 않자 이번에는 끝장을 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그래서 어조가 대단히 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올리고, 실업률 전망치는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도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유동성 회수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 시장에 믿음을 주려고 한 것이다. 그 덕분에 회의 직후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는 떨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연준의 노력이 하루 만에 영향력을 잃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1.7%를 넘었다.

시장이 연준을 의심하고 있는 부분은 셋이다. 먼저 연준의 분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6.5%, 물가상승률 2.2%를 예상했는데 장기 금리가 1%대 중반인 게 맞느냐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금리는 그 나라의 잠재 성장률과 물가를 더한 것과 비슷하다. 연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성장률과 물가를 합한 수치가 8.7%이다. 지난해에 성장이 마이너스(-)여서 올해 수치가 유난히 높을 수밖에 없다 해도 둘 사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 경제가 정상이 되는 내년에 성장률이 3.3%로 낮아지지만 물가가 2%를 넘어 둘을 더한 수치가 여전히 5%를 넘는다. 연준이 내놓은 전망치가 반대로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다.

두 번째는 고용이다. 지난 몇 달간 연준은 물가보다 고용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해왔다. 완전 고용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섣불리 올리는 일은 없을 거란 의미였다. 연준이 올해 실업률을 4.5%로, 내년은 3.9%로 전망했는데 이 정도면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얘기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완전고용에 도달한 후에도 최저금리를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2019년 미국의 실업률이 3%대 중후반일 때 기준금리는 2.5%였다. 지금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시장은 연준이 갑자기 정책을 바꾸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마지막은 사안을 대하는 연준의 태도다. 인플레이션 논쟁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일시적인 과열’이란 시각을 유지했다. 연준에 대한 신뢰가 두터울 때에는 연준의 강한 확신이 시장에 도움이 된다. 허나 이유 있는 논쟁에 대해 연준이 지나치게 확신에 찬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연준이 내리고 있는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의심을 갖는 순간 시장은 정책판단 오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때문에 주가 부진할 수도
미국 경제 전망이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올해 성장률을 각각 8.0%와 8.1%로 전망할 정도다. 이 전망은 기존 경제 전망에, 원활한 백신 접종과 1조9000달러의 경기부양책 실시가 더해진 결과다. 경제 전망치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연준의 말이 불확실성으로 바뀌어 시장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다른 것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만큼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 경제의 모멘텀이 서서히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중국과 미국 경기의 차이는 코로나19 충격 발생 시점 때문에 발생한다. 지난해에 코로나19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미국은 기저효과가 강해 경기 모멘텀이 살아있지만, 기저효과가 약한 중국은 1분기를 기점으로 경제가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1조9000달러 부양책을 통과시킨 데 이어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경제 정상화에 관심이 있다. 최근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유지하는 정책을 편 것도 자산 버블 방지라는 명분하에 긴축을 통한 경제 정상화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를 지난해 3.6% 올해는 3.2% 내외로 낮춰 잡았다. 재정정책을 강하게 쓰기보다 코로나19로 흩어졌던 정책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다.

중국 경제를 감안할 때 올해 우리 기업 이익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과거에도 중국과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엇갈린 적이 몇 번 있었다. 모두 중국보다 미국 경제가 좋았던 때인데, 첫 번째는 2013~2014년이다. 미국은 3차 양적 완화 이후 테이퍼링을 고민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던 반면 중국은 정부의 그림자 금융 규제 강화로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졌던 때다. 코스피는 2년간 1800~2150 사이에 머물렀다. 두 번째는 2017~2018년으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로 내수 경기가 좋았지만 중국은 무역분쟁 여파로 수출과 제조업 경기 모두가 좋지 않았다. 코스피는 반도체 특수로 2017년에 2600까지 올랐다가 2018년에 2200으로 다시 떨어졌다. 두 경우 모두 우리나라 주가와 기업 이익이 미국에 비해 좋지 않았는데 올해도 같은 이유로 주가 상승이 더딜 가능성이 있다.

1월에 시작된 미국 금리 상승 영향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당분간 미국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심하게 떨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연준을 신뢰한다기보다 시장이 금리 상승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나온 모습이다.
 금리상승으로 채권도 투자자산 지위 회복 중
문제는 2차 영향이다. 금리가 올라 투자자들이 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할 경우 자금 이동이 발생해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우리 국채 10년물 금리가 2.1%를 넘었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계속돼 2.5%가 되면 A등급 회사채는 3.5%, 투자등급 회사채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은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채권도 상당한 투자매력을 갖게 된다.

2007년에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다. 올 초 3000을 돌파했으니까 13년 만에 50% 오른 셈이 된다. 같은 시간에 A등급 회사채에 투자했다면 채권으로 주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단순 이자 수익만 따져도 그 정도인데, 채권가격이 올라서 생긴 이익까지 감안하면 둘 사이의 수익률 차는 더 벌어진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1%대 초반이고 금리의 방향성까지 밑으로 향했기 때문에 채권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채권을 통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 주식에 몰려있던 자금이 다른 곳으로 흩어질 수 있다.

올해 주식시장의 여건이 상당히 좋다. 여전히 시중에 돈이 많고 경기도 회복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다. 지난해가 워낙 좋아 올해는 환경이 지난해보다 못할 수밖에 없는데 주가가 크게 반응하는 건 절대수치가 아니라 상대수치다. 지금 주식의 경쟁자는 지난해 주식시장인 셈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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