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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비타민처럼 ‘한입씩’ 체득하는 심리학

심리학 박사 조지선의 신간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
삶에 서툰 어른들에게 힘이 되는 ‘근거 있는 위로’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의 저자 조지선 심리학 박사가 4월 22일 오후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S 사옥에서 출간 기념 인터뷰를 갖고 있다.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
저자 조지선  
책으로여는세상, 272쪽  
가격 1만4500원
  
행복 주식시장이 있다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가장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효자 종목’이다. 심리학자 에드 디너에 따르면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닌 빈도”다. 그가 주장한 행복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엄청나게 기쁜 사건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에 큰 기쁨을 추구할수록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질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행복한 인생을 살길 원한다면 중요한 의사 결정의 기준을 ‘행복의 정의’에 맞게 조정하라고 말한다.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거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등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자주’ 느끼게 할 선택을 하는 것.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 투자 법칙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데도 필요하다.  
 
마음의 움직임을 뜻하는 ‘심리(心理)’는 인간이라면 평생 살아가며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다. 누구나 행복한 인생, 멋진 나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왜 나는 늘 이 모양이지’ ‘남들은 쿨(cool)하게 넘어가는일에 나만 과민반응을 하는 건가’ 하며 스스로를 탓하기 일쑤다. 신간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의 저자 조지선 연세대 객원교수(심리학과)는 “나만 그런 게 아니다”라며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당연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졌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직장 동료 10명 중 9명이 새로 한 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말했는데, 딱 한 명이 별로라고 했다고 가정해봐요. 어느새 아홉 명의 말은 잊혀지고 ‘진짜 그렇게 별론가’ 신경쓰이는 게 보통 사람이에요. 좋은 말보다 나쁜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부정편향’ 때문이에요. 심리학적 이론에 따르면 부정적인 정보가 긍정적인 정보를 압도하거든요. 안 좋은 말만 곱씹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이럴 때는 이 정보를 받아들여 내 행동에 변화가 정말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부정편향 때문인지를 파악하면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돼요.”  
 

나쁜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부정편향’ 탓

  
연세대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기도 한 저자는 대학과 기업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며 코치로 일하고 있다. ‘한입심리학’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스로를 질책하는 청춘에게 심리학에 기반한 위로를 건네며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한다. 심리학자이자 인생 선배로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소통하는 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이코노미스트]에 ‘조지선 심리학 공간’을 연재하고 있다. 
 
조 박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진로를 틀어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에서 품질관리(QA)연구원으로 일했다. 뒤늦게 적성을 찾아 심리학을 다시 배우며 그는 “나를 덜 미워하게 됐다”고 말한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만큼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도 많이 줄었다. 그 사람도 약한 사람이고, 살아내려고 한 행동이라는 게 이해됐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내재된 기본적 속성이 나를 공격하려 할 때는 심리학에 기대어 ‘이제 그쯤하면 됐어’라고 밀어낼 힘도 생겼다.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는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독자와 나누고 싶어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한입심리학이 삶에 서툰 보통의 어른들에게’다. 심리학을 비타민을 먹듯 한입씩 챙겨보면 마음에도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 유튜브에서 ‘한입쌤’으로 통하는 그를 4월 22일 만나 성인이지만 ‘삶에 여전히 서툰’ 한 사람으로서 조언을 구했다.
 
심리학을 비타민에 빗댄 표현이 재미있다. 일상에 '한입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을 아는 건 일종의 ‘마음 영양제’를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 비타민 한알씩을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알약을 삼키는 순간의 목넘김조차 싫어서 점점 먹지 않게 됐다. 그래서 젤리로 된 비타민으로 바꿨더니 훨씬 먹기가 편해져 매일 먹게 됐다. 마음가짐이나 습관도 체득하려면 결국엔 쉽고, 편리하면서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부담 없이 하루 한 챕터씩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매일 조금씩 읽은 내용을 곱씹다 보면 가끔 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소개된 심리학 이론 가운데 평소에 자주 되새기는 내용이 있다면.
하나를 꼽자면 ‘충격편향’을 들 수 있다. 미래 사건이 나에게 미칠 영향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뻥튀기’ 하는 경향성이다. 어떤 목표 하나만 달성하면 평생 행복한 인생을 살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고,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그렇게 오래, 많이 불행하진 않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빨리 적응하게 되어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사건도 영원히 나를 지배할 순 없다. 결국엔 모든 게 희미해져 다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일은 일단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혹 실패하더라도 극복할 거라는 걸 알기에. 남에게 상처주면서까지 무리하게 목표를 이루려고 하지도 않는다. 설사 그 목표를 달성하더도 기쁨의 지속기간이 생각보다 짧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위로’를 담은 심리학 서적이 많은데.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러나 근거 없는 위로는 허무할 뿐이다. 반면 심리학을 알면 ‘근거있는 위로’가 가능하다. 예컨대 ‘나는 왜 다른 사람 말에 쉽게 상처 받을까’라고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다른 사람의 말을 신경 쓰지 않거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성격장애로 진단받거나 고립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 뇌 기관 중에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배측 전대상피질(dACC)’이 있다. 그런데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 기관은 사회적 고통, 즉 마음의 고통도 관여한다. 남의 말에 상처받고,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내가 소심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마음의 고통을 느끼며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증거다. 이렇듯 학문적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면이 있다.
 
유독 MZ세대들이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다.  
2030세대뿐 아니라 70대가 되어도 누구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한다. 기성세대들이 흔히 MZ세대를 보고 ‘요즘 애들은 자기 할 말 다하고 자기 표현이 강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젊은 세대는 그런 프레임에 갇혀 더욱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다. ‘MZ세대답지 못한 나’에 자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조직문화에 맞춰 사는 게 사회적 규범이었다면 지금 젊은 세대들은 본인을 표현하는게 미덕이라고 하니 더 답답할 노릇이다. 그러나 인간의 내재된 속성은 몇 백만 년에 걸쳐 내려왔다. 10년, 20년 주기로 바뀌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려면 우선 나를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 답게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 실천해야 한다. 결국 나를 얼마나 좋아하고, 아껴주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얼마든지 편해질 수 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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