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매금융 출구전략 갈수록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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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소매금융 출구전략 갈수록 ‘안갯속’

소매금융 통매각·분리매각·단계적 폐쇄 등 3가지 시나리오 거론
세 방안 모두 고용불안 해소 못할 가능성↑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 전략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내부 직원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쇄만 아니라 분리매각이 진행돼도 인력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매각이 씨티은행 입장에선 가장 유리한 방안이지만 현재 시장엔 매수자가 보이지 않아 결국 씨티은행이 소매금융 폐쇄 전략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불발 시 HSBC 철수 수순 밟을 수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소매금융 부문 출구 전략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이사회는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을 비롯해 총 13개국의 소매금융 출구 전략을 발표한 후 진행한 첫 이사회다. 하지만 이사회는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씨티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소매금융 조직 정리를 두고 이사회가 통매각과 분리매각, 단계적 폐쇄 등 3가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선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쇄가 유력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매각의 경우 예상 매각가가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임금 인력까지 수용할 만큼 씨티은행 소매금융의 매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리매각을 시도할 경우엔 직원 고용 승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금융당국과 노조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예금·대출,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사업 각 부문을 별도로 떼어내 매각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지만 통매각과 마찬가지로 뱅킹 부문이 고임금 인력 구조에다 부진한 수익까지 내고 있어 이를 매수할 금융사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매각이 가능한 업무 조직만 털어낸 채 남아있는 뱅킹 부문의 단계적 폐쇄가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매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쇄가 결정될 경우엔 2012년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접은 HSBC 사례와 비슷한 수순이 예상된다. 당시 HSBC는 산업은행에 소매금융 부문을 매각하려다 직원 고용 승계 등의 문제에 부딪혔고, 결국 2013년 소매금융 청산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기업금융 점포 1곳만 남기고 소매금융 점포 10곳을 폐쇄했다. 소매금융 부문 전체 직원의 90% 이상은 명예퇴직 형식으로 구조조정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시 HSBC 직원 790여명 중 230여명이 소매금융 부문 직원이었다.  
 
한 씨티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부분도 매각이 아닌 폐쇄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특히 씨티은행이 2017년부터 진행한 대규모 점포 폐쇄 이후 콜센터 등을 포함한 대고객업무로 이동한 인력이 있다. 다른 금융사처럼 콜센터 업무를 보는 직원인데 이들에 대한 고용도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9년간 신입공채 없어…고임금 구조가 매각 불투명 키워”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출구 전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장에서 매수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마다 대면 영업을 줄이는 상황에서 씨티은행의 직원 규모가 2012년 당시 HSBC보다 크다는 점이 이번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전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특히 각 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까지 계획하고 있어 씨티은행 소매금융 인수를 타진해올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씨티은행의 정규직 직원은 3300명이다. 소매금융에 속해 있는 직원은 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와 1인 평균 연봉은 각각 18년, 1억1200만원이다. 국내 대표 시중은행인 국민은행(16년, 1억400만원), 신한은행(15년, 9600만원)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한 씨티은행 관계자는 “9여년 동안 한국씨티은행이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한 적이 없다”며 “그 결과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다른 은행 대비 높고 연봉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OK금융그룹이 씨티은행 소매금융의 잠재적 인수후보가 될 것이라 점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OK금융그룹에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로 이름 올리고 있어 당장 은행업을 영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OK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씨티은행의 여·수신 부문과 카드 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는 식의 거래구조가 필요하다. 
 
카드 부문만 분리 매각한다고 해도 딜 성사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는다. 기존 씨티은행 직원의 고용 승계 문제다. OK금융그룹을 비롯한 잠재적 인수후보들은 고용 승계 의무 없이 우량자산과 부채만 인수할 수 있는 자산부채이전(P&A·Purchase & Assumption)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씨티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고용 승계 의무 없이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면 반발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도 대규모 해고가 예상되는 인수 후보에게는 기업결합을 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은행법 제55조에 따르면 은행은 분할과 합병만 아니라 해산 또는 폐업 시에도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씨티은행은 현재까지 소매금융 철수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 이사회와 관련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쇄 등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방침대로 (씨티은행의) 방안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당국의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며 “현재까지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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