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치며 거액 혈세 삼킨 아시아나항공, 결국 합병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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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치며 거액 혈세 삼킨 아시아나항공, 결국 합병 수순

[혈세 '1조' 수혈 기업] ④ 아시아나항공
그룹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메랑 맞아
감사 한정 의견으로 주식거래 정지되기도
현대산업개발 인수 불발 후 대한항공 품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약 3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의 아시아나 보잉 777 여객기. [연합뉴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약 3조3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2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계류장의 아시아나 보잉 777 여객기. [연합뉴스]

정부는 부실기업의 재기‧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공적자금'을 비롯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 등 이른바 '정책금융'이다. 정책금융의 주체는 은행이고, 이 은행의 최대 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이다. 1조원 이상 지원을 받았던 국내 기업의 현 상황은 어떤지 [이코노미스트]가 대표 기업 9곳을 분석했다. [편집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인수합병 후 통합)으로 거대 항공사의 출현을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이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끝에 얻은 결과다. 업계 재편으로 이어진 양대 항공사의 합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 회수는 통합항공사 출범과 업황 개선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그룹 경영 악화로 흔들린 아시아나항공의 존립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대형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로 손꼽혔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위시한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난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업 확장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을,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약 10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부족한 금액은 금융권에서 끌어왔다. 총수일가가 그룹 재건을 위해 벌인 이 사업 확장과 대규모 차입은 부메랑이 돼 회사의 자금난, 계열사를 동원한 부당지원, 그룹의 유동성 위기, 채권은행의 재무개선작업 등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그룹의 손 안에서 경영정상화를 모색하던 아시아나항공는 2018년 기내식 공급 차질 사태(기내식 공급업체의 변경과 공장 화재로 인한 납품물량 부족)에 이어, 2019년에는 회계법인에게서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까지 받으며 다시 위기에 빠졌다. 감사 한정 의견은 감사범위에 제약이 있거나 재무제표 내용이 부적절할 때 내리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2019년 3월에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상장폐지 사유에 속하는 감사 의견에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정된 재무제표에서 영업이익은 쪼그라들고 당기순손실과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산은과 그룹이 그 해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에 들어갔으며 그룹은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전체 지분의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산은 등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관한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매각 방침이 결정되자 채권단은 이날 공적자금 1조6000억원 투입을 결정했다. ▶영구채 매입 5000억원 ▶신용한도 8000억원 ▶항공기 도입 시 리스금융에 대한 신용보증(스탠바이 L/C) 3000억원 등이다. 영구채 5000억원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이 7대 3 비율로 부담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당초 요구한 금액인 5000억원의 약 3.5배 규모였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외에 금호고속에도 1300억원을 투입했다.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지분(45.3%)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용도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졌다. 금호고속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려 매각 주체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1조7000억원 공적자금 지원에도 인수 불발

 
자금지원을 받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금호산업이 2019년 11월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건설사업을 주로 하는 현대산업개발은 항공 분야에 진출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호텔·면세점 등 기존 사업과의 융합·상승 효과를 키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인수 작업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연기를 거듭한 끝에 인수는 불발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해 4월 산은·수은 등 채권단이 공적자금 1조7000억원을 지원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 300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인수 불발을 막을 수 없었다.  
 
채권단이 지원한 1조7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으로 산은이 1조2000억원, 수은이 5000억원을 부담했다. 차입목적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이었으며 차입형태는 한도여신이었다. 한도여신은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개념이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한도 대출 8000억원을 모두 대출받아 사용한 상태였다.  
 
산은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 등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받은 몫까지 고려하면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지원 받은 저비용항공사와 비교하면 상당한 지원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에게서 지원받은 자금 외에도 1조5000억원 규모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의 일부 상환과 만기 연장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적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공적자금 일부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는 영구채 형태로 지원돼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항공업이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아 회생 불능에 빠져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 탓에 현재로선 항공업계의 업황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며 집단면역 달성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확산세는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도 일일 신규 확진자는 줄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객 수요도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항공 여객시장 승객 수는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3940만명으로 감소했다. 2019년 대비 68.1% 줄어든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2020년 국제여객수송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위축과 국가별 입국제한 조치 등으로 2019년 9039만명보다 84.2% 감소한 1424만명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 된 지난해 3월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3~12월 승객 수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96.8%나 급감했다. 국내여객 부문은 전년 대비 23.7% 감소한 2516만명으로 주저앉았다. 제주노선을 중심으로 4월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수요가 급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하면서 중국 등 53개 국가는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부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어 항공분야 영업 환경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산은이 공적자금 채권회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이 인수한 영구채는 회계 상 자본으로 잡힌다. 산은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높이며 연 7%대 이자수익을 얻을 채권을 회수할 실익은 없어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완료된 후 업황이 회복되면 통합항공사를 상대로 채권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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