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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지침 해제가 ‘한국판 스페이스X’ 길 열어줄까

기대감에 방산주 대부분 오름세 ‘들썩들썩’
한국 달 탐사계획에 美 도움 가능성 기대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국자정책 가동 필요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에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전환점이 찾아왔다. 42년여 동안 족쇄로 작용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료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미사일 지침 종료가 알려지자 방산 업체의 주가는 바로 뛰었다. 24일, 국내 대표 방산주인 LIG넥스원은 전 거래일 대비 3850원(9.75%) 오른 4만3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방산주인 한일단조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1.11% 뛴 2400원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3.81% 오른 3만2700원에 각각 마감했다. 이밖에 한화시스템(3.75%), 한화에어로스페이스(1.87%), 휴니드(1.13%) 등 대부분의 방산주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각) “한국은 미국과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 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의 합의로 최대 사거리와 탄도 중량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면서 한국은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물론 군사위성 발사용 우주로켓 개발 등도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양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민간 우주 탐사와 과학·항공 연구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 서명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4년까지 달에 다시 한번 인류를 보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우주 계획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이력.
 

미국에게서 항공우주 기술 이전 협의 가능성 커져

 
한·미 미사일지침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9년 10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 받는 대신 최대 사거리를 180㎞, 탄두 중량500㎏으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제한이 단계적으로 점차 완화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엔 탄두 중량 제한이 풀렸고 지난해에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이 허가됐다.  
 
지난해 7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자격으로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허가를 발표한 김현종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자신의 SNS에 “국방과 안보, 산업기술은 모두 비례해 발전한다.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기로 우리나라도 우리 기술의 위성을 쏘아 올리고, 세계 각국의 위성과 우주탐사선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서비스를 제공할 날이 올 것이다. 한국판 스페이스X는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이다.  
 
한국은 2022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을 계획 중이다. 따라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는 우리의 달 탐사 준비에 적잖게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지침 종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경태 세종대 교수(기계항공우주공학)는 “항공우주분야의 기술이전이나 장기적인 산업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초석을 깔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당장은 미사일 탄도 중량이나 사거리 제한이 풀렸기 때문에 방위산업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달 탐사나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에 미국의 지원을 좀 더 끌어낼 수 있는 근거가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과거 미국은 한국과 로켓 엔진 관련 논의조차 꺼렸다”며 “이번 지침 종료로 족쇄가 풀린 만큼 기술 이전과 같은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기계공학부)는 연쇄적인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미사일의 사거리가 늘어나면 로켓(발사체) 엔진이 커져야 하고 탄두, 제어 분야의 기술 발달이 더 요구된다”며 “관련 분야의 지원과 인재 유입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포스터. [중앙포토]
 

민간으로 파급효과 키우려면 “정부 컨트롤 타워 필요”

 
업계는 이번 지침 종료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참여해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1~2년 안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며 “발사체 개발이나 발사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연구 개발했지만, 사업화가 가능한 부분들을 민간 기업에 이관한다면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가 진입장벽이 높긴 하지만 성장성이 높은 만큼 수익성이 조금씩 확보되면 여러 기업들이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민간 우주산업 규모는 2017년 3480억 달러(약 392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3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는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항공우주산업을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는 바로 도움이 되지만 발사체나 위성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수익이 나려면 부가적으로 국가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우주업계에서는 항공은 돈이 되는데 우주는 ‘쇼(show)’라는 얘기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우주 산업이 성장하겠지만 당장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의 육성 방향과 산업과의 연결 지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칭 항공우주청과 같은 정부기관을 통해 연구·개발 등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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