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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줄다리기…이번엔 ‘두 자리 인상률’ 가능할까

노동계 “최소 6.3% 이상 올려야 朴정부 연평균 인상률과 비슷”
김성희 교수 “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 반영해 높여야”
경영계 “동결 또는 저소득 근로자에 장려금·세제 확대로”
송영길 “큰 폭 인상, 자영업자 타격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지난달 18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공익위원 유임을 규탄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2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노동부의 고시 전 이의 제기 절차 등이 있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끝내야 한다.  
 
지난달 18일, 박준식 공익위원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양정열 공익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한 최임위는 오는 15일 전문위원회의 심의 결과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노동계는 1만원 인상안을 꺼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단 “무조건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와 자영업자는 “동결 내지 최소한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의욕이 앞섰다”고 말하는 등 경영계 주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중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이다.  
 

“최소 6.3% 인상” 노동계 내부에서도 진통 예상

 
먼저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최저임금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은 지난해 민주노총이 요구한 금액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1만770원을 제시한 바 있다. 1만770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내년 최저임금은 코로나19 피해 극복과 2년 연속 최저 수준의 인상에 따른 임금 손실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아직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최소 6% 이상의 인상 폭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4일, 한국노총이 주최한 ‘2022년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를 위한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을 6.3% 이상을 제시했다. 정부가 지난 5월 초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에 소비자물가상승률 2.3%(4월 기준)를 더한 값이다. 올해 대비 최저임금을 6.3% 올릴 경우 9270원이 된다.  
 
김 교수는 ‘6.3%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로 “최저임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으면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만큼 올라가지 않으면 경제성장 과실이 저임금 노동자에게 배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5월 1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인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이 최저임금 평균인상 비교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6.3% 인상’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연평균 인상률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16.4%)과 2019년(10.9%)에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을 단행했다. 그러다 2020년에는 2.87%, 2021년에는 1.5%까지 인상 폭이 떨어졌다. 만약 올해 인상률이 최소 5.3% 이상으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인 7.4%보다 낮아지게 된다. 6.3% 인상하면 집권 기간 연평균 인상률(7.5%)은 박근혜 정부 인상률을 간신히 넘긴다. 친(親)노동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노동계는 지난해와는 달리 양대 노총과 다수의 시민단체가 연합한 ‘최저임금연대회의’와 머리를 맞대 공동으로 마련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심의에 함께하는 한국노총과 합의하지 않은 단독안(1만770원)을 제시했었다. 최저임금 인상에는 한마음 한뜻이지만 인상률을 놓고 노동계 내부에서 진통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최임위 안팎의 시각이다.  
 

“1만원으로 인상하면 일자리·실질GDP 감소 우려”

 
경영계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초반과 같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국회를 찾아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만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취약 업종이나 어려운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겠으나,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 이로 인한 부담의 대부분을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충격과 최저임금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에 올라온 만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장려금을 지급해 근로 의욕을 높이는 근로 장려 세제 확대와 같은 유인책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3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일 송 대표를 만난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을 최소화 해달라”며 업종·규모별로 구분해 적용하는 방안의 법제화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가 2일 개최한 ‘최저임금의 중소기업 일자리 영향 토론회’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최저임금 관련 주요 경제 및 고용지표’를 분석한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힘들어지면서 오히려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했던 2018년의 경험을 되새겨 소득 격차 감소를 목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실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9000원이 될 경우 13만4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16조9000억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1만원으로 인상하면 일자리는 56만3000명, 실질 GDP는 72조3000억원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한편, 노동정책 방향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2년 최저임금 인상 시 경제적 파급효과. [자료 파이터치연구원]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홍림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도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는 것과 지방 산업단지 출근해서 불편한 제조업 하는 것이 임금이 같아지니, 인력난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애로를 호소했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시급이 1만원이 넘어 초단시간 근로자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생산성 등을 고려해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기중앙회가 경총과 함께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고용 애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57.1%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동결이나 인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서는 ‘최소 동결돼야 한다’는 응답이 72.1%로 압도적이었다.  
 

“의욕이 앞섰다”는 송영길, 최저임금위에 입김?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 대표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반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지난달 25일 민심경청 프로젝트 첫 행보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아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등 일하는 사람에게 돈을 더 보태주는 방식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장려세제는 최저임금 인상 대신 손경식 경총 회장이 제안한 유인책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 경청 프로젝트 ‘찾아가는 민주당’ 현장 방문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장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경청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송 대표는 같은 달 31일 직장인, 소상공인과의 ‘파라솔 간담회’에서는 “의욕이 앞섰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그는 “4년 평균을 내면 (인상률은) 7~8%로 비슷한 데 초반기에 16%를 올리다 보니 큰 부담이 와서 그 다음에는 2%밖에 못 올려 평균을 내면 비슷하다”며 “초반기에 너무 급속히 올린 게 우리가 좀…”이라고 했다.  
 
송 대표의 잇따른 최저임금 관련 발언으로 인해 여당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최임위 안팎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중소기업·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송 대표는 “경제 여건상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부담 능력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는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며 “당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최저임금위원들에게 (이런 뜻이) 잘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이 9명씩 27명에 국장급 공무원인 특별위원 3명 등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의 견해차가 커 대부분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에 키를 쥐고 있다.
 
송 대표 발언에 비판적인 의견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지난 1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저임금이 심의되고 있는 시기에 쏟아내고 있는 집권여당의 공격성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송 대표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을 놓고 재계와 노동계는 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정치권까지 여러 목소리가 뒤엉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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