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상반기 은행권 결산] 코로나 위기가 은행 전성시대 열었다

2분기에도 KB·신한금융, 1조원대 순이익 달성할 전망
올해 첫 디지털 성적 공개 후 대면영업 축소 속도↑
상장·출범 등 인터넷銀업계 올 상반기 급격한 변화 기류

 
 
서울 시내에 설치된 각 은행 ATM [연합뉴스]
 
‘역설적 호재’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에도 다른 세상에 있었다. 모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말할 때 은행권은 기회를 말했다. 고객이 빚으로 버티는 분위기라 대출액은 계속 신기록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초저금리 시대에도 은행권의 이익은 견고하게 성장했다.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어 더 큰 폭의 순익 증가도 예고된다. 은행권만큼 역설의 시대를 경험하는 업계도 찾기 힘들다.  
 
특히 비대면 금융거래가 완전히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는 상장의 신호탄을 올렸다. 토스뱅크는 본인가에 성공, 출범을 앞두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디지털금융 확대를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감한 대면 영업 축소는 필수가 됐다.  
 

금융지주 순이익은 분기마다 ‘역대급’ 기록

금융권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순이익이다. 업계 빅2 KB금융과 신한금융이 한 분기만에 1조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두 지주사의 연간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서며 ‘4조클럽’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도 빠르게 늘어난 모습이다. 코로나19 시국이 업계의 최대 호재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28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9% 증가, 리딩금융그룹의 자리를 유지했다. 신한금융 순이익은 같은 기간 1조2179억원(전년 동기 대비 28.2%↑), 하나금융은 8520억원(26.4%↑), 농협금융은 7471억원(114%↑), 우리금융은 7188억원(28.8%↑)를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크게 증가한 모습이다.  
 
지주사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들의 순이익도 모두 늘었다.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6905억원(전년 동기 대비 17.8%↑), 신한은행은 6565억원(4.8%↑), 하나은행은 5776억원(2.5%↑), 우리은행은 5917억원(17%↑), 농협은행은 4097억원(29.5%↑)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나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은행들의 순이익 성장 속도가 올해 들어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은행들의 순이익 증가는 코로나19 시국이 만들어준 결과다. 지난 6월 기준 가계부채가 1765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초저금리 시대에서도 은행의 이익 증가를 만들었다. 아울러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원으로 1년 전보다 131조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빚을 끌어다가 버티기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은행만 아니라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15% 급증한 7846억원을 기록하며 지주 전체 순이익 증가를 도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증권사 순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2분기에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최소 10%에서 최대 1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순이익이 각각 1조1683억원, 1조696억원을 달성, 1년 전보다 17.7%, 19.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금융은 20.1% 증가한 8348억원, 우리금융은 171.1% 급증한 58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금융지주사 추정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9% 급증한 약 4조90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큰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름 양호한 대출성장률과 순이자마진(NIM) 추가 상승, 1분기 대비 2분기에 영업일수가 많은 기저효과 등으로 은행 순이자이익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금융 공시 올해 첫 시도…“경쟁 더 치열해진다”

상반기에 은행들은 디지털금융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각 금융지주들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처음으로 디지털금융 성적을 공개했다. 각 지주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금융 채널 비중이 큰 폭으로 커졌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디지털로 이뤄진 신용대출 비중이 86.9%에 달했다. 예·적금과 펀드의 디지털 판매 비중도 각각 70.7%, 92.8%에 이르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여신과 수신에서 디지털로 이뤄진 거래는 각각 전체의 60.1%, 73.1%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2019년 50%를 넘어선 이후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KB금융의 경우 디지털 채널 고객 수가 지난해 1012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이미 대출 채널이 대면에서 디지털로 옮겨갔다고 판단했다. 한 금융지주 디지털 담당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부문 현황을 공개하면서 각 금융사가 디지털금융 경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며 “처음 내놓은 자료기 때문에 2분기 이후로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검토된 자료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금융으로의 빠른 전환을 위해 은행들은 대면 영업 축소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해야 디지털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지점을 통폐합하고 직원의 희망퇴직 규모를 늘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지난달 10~14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신청을 한 133명을 모두 받아들여 희망퇴직 인원으로 확정했다. 대상도 1972년생까지 확 낮췄다. 최대 36개월 특별퇴직금과 전직 지원금, 학자금 등을 제공해 연말 희망퇴직자들과 차별을 두지 않았다.  
 
점포 축소 규모는 지난해부터 커진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국내 점포는 303개 줄어 연간 기준으로 2017년(312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은행들은 상반기에만 점포 100여개를 줄였고 하반기에는 신한은행만 40여개를 통폐합할 예정이다. 다른 시중은행까지 포함하면 연말까지 점포 200여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과 인터넷 금융거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점포와 인력 감축은 은행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점포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8개 국내 은행과 우체국 예금고객 기준 일평균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은 9조373억 원으로 2019년보다 45% 증가했다. 
 

카카오뱅크 상장·토스뱅크 출범·케이뱅크 급성장 

 
인터넷은행권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코스피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인터넷은행으로서는 국내 첫 기업공개(IPO)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고, 일반공모 증자 방식으로 6545만주를 신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 입성일은 8월5일로 예정됐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희망공모가를 적용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15조7000억~18조5000억원이다. KB금융(23조7400억원), 신한금융(21조5700억원)의 뒤를 이어 단숨에 3대 금융사가 될 수 있다. 만약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160%↑)에 성공한다면 KB금융의 시총도 뛰어넘는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달에는 토스뱅크가 오는 9월 제3호 인터넷뱅크 출범을 예고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4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는 등 자본 유치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처럼 토스 전체 가입자 2000만명을 바탕으로 빠르게 금융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토스베트남 법인이 지난 2019년 설립 이후 최근까지 월 사용자 300만명 달성, 매달 유입 고객 50만명을 기록하면서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해외에서의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케이뱅크 또한 고객 수가 올해 상반기 크게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에만 228만명에 달하는 고객을 새로 유치해 6월 말 기준 누적 고객 수는 620만명에 달했다. 여신잔액은 3개월 만에 1조2600억원 늘어 총 여신액은 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20~30대 고객들이 케이뱅크로 유입된 것도 자산 확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LGD가 해냈다…‘주사율·해상도 조절’ 가능한 세계 첫 OLED 패널 양산

2‘전기차 올림픽’에 LG가 왜 출전?…“영향력 상당하네”

3“포르쉐 안 부럽잖아”...중국 시장 홀린 스웨덴 폴스타

4미국 주택에 스며든 삼성전자 가전…건설사 ‘클레이턴’에 패키지 공급

5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 강화…‘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

6 서울대·울산대·원광대 의대 교수들, 주 1회 휴진…‘의료 공백’ 심화 조짐

7페퍼저축은행, 제2회 페퍼저축은행배 전국장애인양궁대회 성료

8“극한의 기술 혁신”…삼성전자, TLC ‘9세대 V낸드’ 양산

9SK그룹 경영진 머리 맞대고 ‘리밸런싱’ 고민…최창원 “전열 재정비” 주문

실시간 뉴스

1LGD가 해냈다…‘주사율·해상도 조절’ 가능한 세계 첫 OLED 패널 양산

2‘전기차 올림픽’에 LG가 왜 출전?…“영향력 상당하네”

3“포르쉐 안 부럽잖아”...중국 시장 홀린 스웨덴 폴스타

4미국 주택에 스며든 삼성전자 가전…건설사 ‘클레이턴’에 패키지 공급

5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 강화…‘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