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에너지 원하는 곳 어디든” 풍력 노마드 씨에스윈드 [이철현의 한국 친환경산업 10대장③]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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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에너지 원하는 곳 어디든” 풍력 노마드 씨에스윈드 [이철현의 한국 친환경산업 10대장③]

김승범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부사장
현지 생산 전략 전 세계 풍력타워 시장 1위
육상 이어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성장 전망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김승범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 씨에스윈드]

김승범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 씨에스윈드]

250만분의 1. 자연에서 부는 바람의 0.0000004%만 전기로 바꿀 수 있다면 인류가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 무한의 바람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가 풍력발전기다. 풍력발전 설비는 블레이드(날개), 넛셀(발전기와 변속기 등), 타워로 구성된다. 바람이 불어 날개를 돌리면 변속기를 거쳐 발전기에서 전기 에너지가 생산된다. 초속 4m, 대략 나뭇잎이 흔들리는 정도의 바람만 불어도 풍력발전기 날개를 돌릴 수 있지만, 바람이 강할수록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 덕분에 풍력발전기 날개를 높은 곳에 설치할수록 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전환율이 커진다. 풍력발전에는 높은 타워가 필수다.
 
그러나 타워 구조물을 만드는 게 만만치 않다. 변속기, 발전기, 날개의 중량과 그 날개가 회전하면서 만드는 진동과 충격, 하중을 견뎌야 하는 만큼 내구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타워 내부에는 2만~3만개 내장재를 견고하게 설치해야 한다. 한번 설치하면 20년 이상 온갖 기상 변화를 버텨야 한다. 제작 난이도가 상당하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다. 풍력 타워 시장에서 세계 1위 시장점유율과 기술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씨에스윈드다. 최대주주 김성권 회장이 2006년 8월 중산풍력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07년 8월 씨에스윈드로 사명을 바꿨다.  
 

10년 업력 회사서 10년 경력 쌓은 대표이사 김승범

씨에스윈드는 곁눈 팔지 않고 오로지 풍력 타워 사업에만 몰두했다. 지난 2018년 인수한 계열사 씨에스베어링도 풍력터빈 부품업체다. 김승범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부사장이 씨에스윈드를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씨에스윈드 초창기 멤버다. 33살 나이, 설립 두달 만인 2006년 입사했다. 13년이 지난 2019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씨에스윈드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김 부사장은 크누드 뱔느 핸슨 대표이사 부사장과 함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핸슨 부사장은 덴마크 풍력터빈 업체 베스타스 출신이다. 핸슨 부사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베스타스타워 애프터서비스 사장을 지내다 2018년 11월 씨에스윈드에 합류했다. 김승범 부사장은 베스타스, 지멘스, GE 같은 풍력터빈 고객사를 상대로 한 영업, 기술 개발, 인수·합병 등 경영 전반을 핸슨 부사장과 협의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내·외부 행사를 주관하거나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이는 김승범 부사장이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 김성권 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472억원 투자를 유치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에보니골드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검퍼니를 설립했다. 국내 언론이 2013년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 회장 부자가 조세 회피와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뒤로 활동이 뜸해지다 김승범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전면에 나섰다.
 
씨에스윈드는 유럽, 아시아, 미국 모두에 생산거점을 가진 풍력 부품업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터키, 중국 등 전 세계 6개 제조사업장을 운영한다. 지난 5월에는 1억5000만 달러(약 1665억원)를 투자해 베스타스의 미국 타워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미국 콜로라도 주 푸에블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규모 타워 제조시설을 갖추고 연매출 3000억~4000억원을 거두고 있다.
 
김승범 부사장은 얼마 전 미국 뉴욕과 뉴저지 항구를 답사하고 돌아왔다. 현지 해상풍력타워 생산거점을 찾기 위해서다. 유럽 기업 인수합병과 합작사 설립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내 제조사업장은 없다. 현지화를 성장전략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현지화하면 반덤핑, 상계관세 같은 무역 규제에서 자유롭고, 현지 고용창출에 기여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타워 제품이 무겁다 보니 고객사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납품하는 것이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원가경쟁력 면에서도 유리하다.
 
씨에스윈드가 제작한 해상풍력용 타워가 선적되고 있다. [사진 씨에스윈드]

씨에스윈드가 제작한 해상풍력용 타워가 선적되고 있다. [사진 씨에스윈드]

씨에스윈드는 말 그대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수주잔액은 6억500만 달러다. 올해 수주목표 7억 달러를 3개월 만에 거의 달성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해도 2배가량 늘었다. 덕분에 창업 이래 처음으로 올해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은 지난 2018년 5000억원을 넘긴 이래 해마다 2000억~4000억원 늘어났다. 얼마 전 앞으로 5년간 베스타스와 1조5000억원 규모 타워를 공급한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독일 풍력터빈업체 노르덱스, 스페인·독일 합작 풍력터빈업체 지멘스 가메사와 공급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풍력발전 타워시장의 16%를 점유하고 있다. 2위 기업은 점유율 10% 안팎이다.
 
불안 요인은 육상 풍력발전 시장의 성장 정체다. 씨에스윈드 주력 제품은 육상 타워다. 육상 풍력발전 시장이 성장을 멈췄다. 조만간 역성장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성장산업에게 시장 정체는 치명적이다. 새 성장동력이 절실했다. 김승범 부사장이 주목한 건 해상 풍력발전 시장이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풍력발전 104기가와트(GW) 중 해상 풍력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GW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 해상풍력은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풍력에너지위원회는 해상풍력 설비용량이 2019년 말 29GW에서 2030년 234GW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씨에스윈드는 2017년 해상풍력 타워를 납품하며 해상에 이어 육상 풍력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 6월에는 베스타스, 한국남동발전과 해상풍력 에너지산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상풍력 12GW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고객사로부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2024년쯤 해상풍력 발전설비 용 대구경 하부구조물에 대한 유럽 내 수요가 공급의 5배가량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현지 기업을 사들이거나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유럽 해상풍력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탄소배출 감축 추진, 호재 맞은 씨에스윈드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이 잦아지면서 세계 각국 정부들이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올리고 있는 것은 씨에스윈드에 호재다. 탄소순배출 제로를 이루려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늘릴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내 6만개 풍력터빈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하며 2030년까지 30GW 해상 풍력발전소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승범 부사장은 자신과 회사를 ‘풍력에너지 노마드’로 칭한다. 바람 에너지에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도는 유목민에 비유한 것이다. 김승범 부사장은 “풍력 시장이 있는 곳은 전 세계 어디든 간다”라고 말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풍력발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풍력 노마드가 돌아다녀야 할 곳은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바람의 유목민, 그의 여정이 기대된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철현 sis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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