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친환경 버크셔 해서웨이 꿈꾸다 [이철현의 친환경 10대장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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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친환경 버크셔 해서웨이 꿈꾸다 [이철현의 친환경 10대장④]

2차전지, 수소 등 친환경 포트폴리오
투자 전문가 지주회사 SK에 대거 포진

 
 
최태원 SK 회장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에 참석해 사회적기업 모어댄이 자동차 용품을 재활용해 제작한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 회장이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에 참석해 사회적기업 모어댄이 자동차 용품을 재활용해 제작한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SK]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최태원 SK 회장은 지주회사 SK를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로 키우고 싶은 듯하다. SK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만큼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SK의 투자 포트폴리오, 임직원 구성, 경영 비전을 꼼꼼히 살펴보면 얼토당토않은 얘기만은 아니다. SK는 자본시장 투자자처럼 인수·합병(M&A), 지분인수, 주식상장 같은 투자 기법을 활용해 덩치를 키우고 사업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SK는 회사 정체성을 전문 가치투자자로 밝히고 있다. 친환경 내지 첨단 기술을 지닌 국내외 업체를 선별해 투자하고 비상장 기업은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해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 기존 계열사 사업 단위를 별도 법인으로 분할해 기업 가치를 키우거나 개별적으로 인수한 업체들을 기존 사업과 엮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덩치도 키운다. 경영진은 SK 기업가치를 2025년 14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 시가총액이 20조원 안팎이니 앞으로 5년 안에 기업가치를 7배 이상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기술혁신 속도 같은 시장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버크셔 해서웨이보다 오히려 나은 점도 있다.
 

투자 전문가 포진한 지주회사 SK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 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 연합뉴스]

버핏은 설명이 필요없는 투자 구루다. 버핏은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19세기 설립된 섬유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코카콜라, IBM, 웰스파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프록터앤갬블 같은 가치주에 투자해 시가총액 600조원 넘는 투자업체로 키워냈다. 해마다 20% 수익률을 거뒀고 복리효과의 마법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최고의 부를 쌓았다.
 
하지만 버핏은 지난 수년간 명성에 걸맞지 않은 민망한 투자 성과를 거두고 있다. 버핏이 가치주 투자를 고집하다보니 주가 변동성이 큰 기술주나 플랫폼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다. 특히 기후위기가 초래한 환경 변화나 기술혁신의 성과물이 주도하는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버핏이 아흔살을 넘어섰고, 그의 영원의 파트너 찰리 멍거는 아흔여섯살이니 자본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도 탓할 수 없을게다.  
 
현재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 세계 정부가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온갖 규제를 잇달아 도입,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이 와중에 버핏은 석유업체 쉐브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주식 투자에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걸 지양한다.” 버핏이 쉐브론 투자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던진 말이다. 총기가 흐려진건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화석연료를 캐내는 비도덕적인 회사에 투자했다고 나무라는게 아니다. 이르면 5년 안에 거대한 좌초자산을 떠안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다는 투자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최태원 회장의 투자폴리오는 꽤 유망하다. 정유·화학, 반도체, 통신 부문에서 거둔 수익으로 재생에너지, 2차전지, 친환경 소재, 바이오, 플랫폼 같은 차세대 산업에 투자해 그룹을 키우겠다는 성장 전략이다. SK에는 다른 지주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투자 전문가 다수가 일하고 있다. 추형욱 수소사업추진단장, 권형균 Green 투자센터 임원, 이지영 수소사업추진단 임원 등 전문 투자자 200여명이 국내외 유망 업체 중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2차전지와 재생에너지 분야, 즉 배터리 셀, 동박, 수소, 친환경 소재 부문에서 놀랄만한 투자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사이 최태원 회장은 그룹 포트폴리오도 다시 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회사에서 2차전지 셀 제조업체 3대장으로 회사 정체성을 바꿔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 수주총액 기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세계 2위(중국 제외)에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분리막 세계 1위로 도약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2차전지 동박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부문에서는 수소에 집중하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분야에서 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SK는 올해 초 세계 최대 수소업체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다.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유통하고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해 28만 톤 규모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2025년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옛 SK건설은 SK에코플랜트로 이름은 바꾸고 6월 9일 세계 최초로 열공급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발전사업를 수주하기도 했다.
 
국내외 기업 가리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자본시장 영역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사 블랙록을 아우르는 투자단체 기후행동(Climate Action) 100+는 SK이노베이션, 포스코, 한국전력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자사가 직간접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에다 물류, 출장, 협력사 제품 사용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탄소국경세가 2023년 도입되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사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2일 스토리데이 행사를 갖고 Scope 3(물류, 출장, 협력사 제품 사용으로 인한 배출까지 집계한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SK는 탄소포집장치 상용화, 친환경 플라스틱, 전지 재활용 사업 등으로 온실가스 간접배출량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플라스틱·석유 vs 배터리·재생에너지

여유자금 1억원으로 A와 B 중 한 곳에 투자한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A는 전문 투자사로 카카오 추출물과 설탕을 듬뿍 넣은 탄산수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파는 음료업체와 땅이나 바다를 파헤쳐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채굴업체의 지분을 잔뜩 들고 있다. B는 사업지주회사로 전기차 배터리 셀·소재, 재생에너지 업체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워런 버핏의 후광효과나 파생상품 투자사기 피해자라는 최태원 회장의 이력를 제외하고 판단하면 당연히 B가 유력하다.  
 
코카콜라는 생산단가가 플라스틱보다 비싼 친환경 대체용기를 구해야 하고 셰브론은 석유 수요 감소로 인해 석유시추시설 같은 좌초자산을 떠안고 물락할 것이다. 반면 전기차 보급은 갈수록 늘면서 2차전지 공급량은 증가하고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의 확대는 불 보듯 명확하다. 최태원 회장의 포트폴리오가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보다 돋보이지 않는가. 21세기 친환경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SK의 비전을 응원한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철현 sis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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