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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가입자 순증 축소, 한국 OTT가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

신규 가입자 수 성장 둔화 뚜렷, 북미에선 ‘역성장’
경쟁 서비스 쏟아져 나오는 시장, 성장에 제약 요인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AFP=연합뉴스]
올해 2분기, 넷플릭스가 글로벌 1위 OTT 업체다운 실적을 냈다. 매출은 73억4200만 달러(약 8조4360억원), 영업이익으로 18억4800만 달러(2조1233억원)를 벌었다. 2020년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9.4%, 36.0% 증가했다. 
 
좋은 실적을 냈지만, 투자자들은 넷플릭스의 주식을 담지 않았다. 회사 실적이 발표된 7월 21일(현지 시간), 넷플릭스는 나스닥서 전날보다 3.28% 떨어진 51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신규 가입자 증가 폭이 둔화하며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 매출의 근간이 되는 ‘유료 가입자’의 증가세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2분기 넷플릭스 서비스를 새롭게 구독한 고객의 숫자는 154만명이었다.  
 
지난해 2분기 가입자 순증 실적(1010만명)과 견줘보면 84.7%나 줄어든 수치다.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기도 어렵다. 지난 1분기 숫자도 신통치 않았다. 398만명이 새롭게 가입했는데, 1580만명이 순증했던 지난해 1분기 가입자 수와 비교하면 둔화 폭이 크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순증 감소는 한국 OTT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OTT 업체 대부분은 넷플릭스와 비슷한 성장 모델을 추구하고 있어서다. 넷플릭스는 월 1만원 안팎의 저렴한 요금제와 막대한 자본을 들여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트의 힘으로 2억900만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세계 각국에서 케이블방송·IPTV·위성방송 같은 유료방송을 끊고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을 유도했다.  
 
웨이브, 티빙, 시즌 등 토종 OTT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투자 전제는 ‘점유율의 꾸준한 우상향’이다. 넷플릭스 같은 대박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노림수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성장 둔화에서 보듯, 이 계획이 순탄하게만 진행되긴 어렵다. OTT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황금알과 같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2분기에 넷플릭스는 안방 시장인 북미에서 43만명의 유료 가입자가 이탈하는 ‘역성장’을 겪었다.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팬데믹 여파가 완화하면서 자사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고 설명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석도 설득력을 잃는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성장세가 주춤한 진짜 이유론 경쟁 OTT의 등장이 꼽힌다.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16개월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모았다. 워너브러더스의 OTT인 HBO맥스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이는 한정된 파이를 두고 경쟁 서비스와 겨루는 OTT 시장의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쟁의 강도도 격화할 수밖에 없다. 한번 제품을 팔면 끝인 일반 제품과 달리, 주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지갑을 열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가입하기가 쉬운 만큼 갈아타거나 해지하기도 쉽다. 새로운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지 않으면 언제든 고객이 구독을 끊을 우려가 있다.  
 
여러 개의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멀티 구독’이 유행한다지만, 동시 구독의 숫자엔 한계가 있다. 시장에 나온 서비스를 다 시청하려면 기존 유료방송 시청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마저 성장세가 흔들린다는 건 그만큼 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라면서 “미국에선 이미 구독 피로감이란 유행어까지 등장한 상황인 만큼 한국 OTT 업체 역시 고공 성장을 낙관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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