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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진단③] 추경 거듭, 느는 나랏빚…내년 1000조 예상

최근 1년 6개월 추경, 1997년 통합재정 규모 넘어서
내년에 나랏빚 1000조, GDP 대비 채무비율 50% 초과
국채 상환 2조원, 세수의 1% 그쳐...‘생색내기’ 지적도
부동산·주식 세수로 채운 나라곳간, 미래 세대에 부담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2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마련했고 초과 세수 중 2조원을 국채 상환에 사용해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처리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평가한 말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문 정부의 지출 규모는 큰 폭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국민 혈세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가 채무의 폭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번 2차 추경안은 7월 2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33조원보다 1조9000억원이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의 세출 증액 규모다. 추경안 내 공공긴급재난지원사업 예산이 8조6000억원으로 5000억원 대폭 증액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문제는 문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 발발 후 최근 1년 6개월여 동안 통과시킨 6차례의 추경 규모가 120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잇따른 추경 집행으로 올해 정부 총지출이 46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 6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 예상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시점이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후 처음으로 빚을 내지 않는 추경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생색에 불과하고 잇따른 ‘돈 풀기’로 국가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후 지금까지 추경 6차례 120조 육박

정부가 과거 1년 예산에 맞먹는 금액을 추경으로 편성하면서 나랏빚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4차례의 추경이 있었고, 올해 2차 추경이 더해졌다.
 
이 6차례의 추경을 살펴보면 1차 11조7000억원, 2차 12조2000억원, 3차 35조원1000억원, 4차 7조8000억원 등 약 67조원 규모다. 올해 1차 14조9000억원, 2차 34조9000억원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1년 6개월여 동안 추경 규모가 115조원을 넘게 됐다.
 
이는 정부가 1997년 1년간 통합재정 규모로 100조3000억원을 썼던 금액을 넘어선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소비 감소, 경기 침체 등의 위기가 부닥친 상황이어서 특별 예산 편성이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랏빚도 함께 치솟는 점도 문제다.  
 
2018년 말 680조5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이미 72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846조9000억원으로 불어났으며, 3월 1차 추경 때는 올해 말 국가 채무가 965조9000억원이 예상됐다.  
 
정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차 추경으로 국가 채무가 6조원 이상 늘면 2024년 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당장 내년에는 나랏빚이 1061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는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2조원을 나랏빚을 갚는 데 쓰면서 올해 재정지표는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1차 추경 당시 예상했던 965조9000억원보다 2조원 감소한 963조9000억원이 전망된다. 그럼에도 올해 본예산인 956조원보다 7조9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는 여당의 국채 상환 유예 압박에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홍남기의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 채무가 빠르게 늘어나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초과 세수 일부는 나랏빚을 갚는 데 활용해야 한다”며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 22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발표, 올해 2차 추경 재원을 추가 세수로 충당하고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채를 일부 상환하면서 중단기 재정지표가 기존 전망보다 개선될 것이라고도 봤다.
 
늘어난 세수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양도소득세,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등으로 채워진 정부의 ‘불로소득’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이는 주기적으로 늘어나는 세금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가 ‘집값 고점론’을 꺼내 들면서 부동산 거품에 경고등을 밝힌 만큼 2~3년 뒤엔 세금이 그만큼 줄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 늘어날 빚을 갚을 방법도 선택의 여지가 줄어드는 셈이어서 일단 초과 세수를 추경으로 쓰고 보자는 태도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 있으나마나” 재정건전성 지표 흔들려

그러나 정부가 국가 채무 상환에 2조원을 투입한 것은 생색이란 지적이다. 국가재정법 90조를 보면 정부 결산 후 쓰고 남은 세금은 ① 해당 연도에 발행한 국채를 우선 상환 ②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교부금 정산에 사용 ③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어서 위법은 아니란 게 정부의 논리다.  
 
문제는 이 돈이 이듬해에 결산을 마친 후 세계잉여금으로 전환돼 국가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법은 세계잉여금 발생 시 처리 우선 순위를 규정하고 있다. 우선 지방교부금·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재정에 40.03%를 내려 보내고 남은 돈의 30% 이상을 공적자금상환에 써야 한다. 이후 잔액의 30% 이상을 국채 상환에 쓰도록 규정했다. 정부가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한 초과세수 31조5000억원에서 국채 상환에 써야 할 금액은 3조96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실제 추가 세수 중 나랏빚 상환에 배정된 돈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국가 채무 상환에 쓸 2조원 가운데 1조7000억원은 지난해 쓰고 남은 세수, 즉 2020년도 세계잉여금으로 이미 연초에 용처가 정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초과 세수 가운데 나랏빚 상환에는 고작 1%만 쓰는 셈이다.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국가재정법 90조가 재정 건전성 조항이라는 취지를 고려하면 초과 세수를 세계잉여금 처리에 준해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늘어난 세수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양도소득세,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등으로 채워진 정부의 ‘불로소득’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올해 세수는 지난해 말에 올해 예산안을 편성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날 전망인데 정부가 짜놓은 올해 세입 예산 283조원보다 30조원 정도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여당 등은 예측했다. 올해 1분기(1~3월) 국세 수입만 봐도 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 정도 많다.  
 
이는 주기적으로 늘어나는 세금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가 ‘집값 고점론’을 꺼내 들면서 부동산 거품에 경고등을 밝힌 만큼 2~3년 뒤엔 세금이 그만큼 줄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 늘어날 빚을 갚을 방법도 선택의 여지가 줄어드는 셈이어서 일단 초과 세수를 추경으로 쓰고 보자는 태도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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