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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2인자' 이더리움, 비트코인 넘어설 수 있나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짧은 임기동안 '가상자산 정책' 보여줄까
겐슬러 SEC 위원장, 암호화폐 규제 시사…코인업계 저승사자 되나
런던 하드포크 이후 가격 급등한 이더리움
미국의 인프라법 개정안 통과 여부 주목해야

 
 
이더리움이 런던 하드포크 업그레이드 이후 가격이 급상승 중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길게보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가격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중앙포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복지부동(伏地不動). 땅에 바짝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스스로 움직여 일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말한다. 자연스럽게 ‘공무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새로운 일을 맡는 건 자살행위다. 선례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 그래야 길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공무원 조직에 전해지는 암묵지다. ·
 
그런데 자꾸 새로운 게 생긴다. (전통)금융은 아닌데 금융인 핀테크가 생겨났다. 이제는 P2P업체들까지 관리해야 한다. 최근엔 암호화폐라는 게 등장했다. 근대 국가 권력의 근간인 발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민간화폐다. 가능한 멀리해야 피곤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암호화폐 관련 산업을 금융업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에 “암호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니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 모피아와 코인의 상관관계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정책을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교체됐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부친이 김영삼 정권 시절 건설부장관을 지낸, 이른바 ‘금수저’다. 행시 28회 합격 후 평탄하게 공직생활을 이어왔다. 2016년부터 금융통화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4월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고 내정자 여동생의 남편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다. 
 
고 내정자는 6일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금융시장·시스템의 안정, 자산시장 과열 문제에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며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규제 방향이나 ‘코인 광풍’에 대한 견해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삼갔다. 코인 투자자들이야 신임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와 관련한 입장에 궁금하겠지만, 금융위원장 입장에서 코인은 순서가 밀려도 한참 밀린 문제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가상자산 규제 방향이나 ‘코인 광풍’에 대한 견해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삼갔다. 그의 남은 임기는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에 시장에서는 그가 가상자산과 관련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역시 행시 28회다. 무려 그해 재경직에 수석 합격했다. 수석답게 경제 관련 부처의 요직을 거쳤다. 2019년부터는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로 지냈다. 이번 정권 들어 첫번째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다. 6일 취임사에서 금감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가계부채, 사모펀드 사태, 암호화폐 시장을 꼽았다. 그는 “최근 빅테크 등을 위시한 금융의 플랫폼화, 암호화폐·가상자산과 같은 금융의 확장과 변화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금법 시행 이후엔 등록을 완료한 거래소가 금감원의 감독 대상이 기업이 된다는 걸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내년 5월까지가 이번 정권의 수명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금감원장이 사퇴할 이유는 없지만, 대개는 자리를 비워준다. 다시 말해,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이나 모두 남은 임기가 1년이 채 안 된다. 그때까지 뭘 할 수 있을까. 뭘 적극적으로 하지 말라는 사인이다. 그래서 정권 초기 감독원장 자리에 민간 출신을 앉힌 것과 달리, 이번엔 관료를 골랐다. 무탈하게 임기를 마무리하라는 신호다.
 
9월 25일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특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특히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자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유예기간 연장이 되레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예기간은 9월 24일까지다. 거래소는 이날까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를 마쳐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 암호화폐는 증권? 상품?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금의 암호화폐 관련 투자자 보호는 충분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와일드 웨스트(Wild West, 미국 개척 시대의 황량한 서부)에 더 가깝다”며 암호화폐 규제를 시사했다..[사진 폭스TV]
 
월가는 떨었고, 코인업계는 환영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대한 반응이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IB) 업계에 20여년 몸담으며 규제를 비판했던 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규제론자로 돌아섰다. 2009~2014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내면서 파생상품 규제 강화를 주도했다. 2018년부터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을 강의했다. 암호화폐업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SEC 수장으로 온다니, 코인업계는 쌍수를 들어 반겼다.
 
아는 사람이 더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역시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선 확신했다. 3일 한 포럼에 참석한 그는 “블록체인 혁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인터넷 미래를 위한 진정한 가치 제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선 코인 시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암호화폐 관련 투자자 보호는 충분하지 않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와일드 웨스트(Wild West, 미국 개척 시대의 황량한 서부)에 더 가깝다”며 “의회에 암호화폐 규제를 위한 더 많은 권한과 자원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ICO(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모집)는 증권이며, 주식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법에 따라 증권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현행 연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SEC 감독 관할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또 다른 규제기관은 CFTC가 목소리를 냈다. 브라이언 퀸텐즈 CFTC 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EC에는 암호화폐 자산을 포함한 상품 혹은 거래소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농업위원회는 해당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암호화폐는 SEC보다 크다. 의회는 투자자 및 혁신 보호를 위한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를 두고 서로 자기의 관할권이라고 규제기관이 다투는 사이,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 법안을 놓고 씨름 중이다. 인프라 투자는 좋지만 재정적자가 문제다. 
 
인프라 법안과 암호화폐가 무슨 관계냐고? 이 법안을 뜯어보면 업계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법안에는 재원 마련의 한 방편으로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대해 엄격하게 세금을 부과한다고 나와 있다. 이를 통해 280억 달러 상당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세 대상으로 ‘암호화폐 브로커’를 적시한 부분이 문제다. ‘브로커’의 정의가 모호하다. 자칫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따라 상원의원인 마크 워너와 롭 포트먼은 작업증명(PoW) 마이닝 또는 사용자가 직접 개인키를 제어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판매는 브로커 범위에서 제외하는 인프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개정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개정안도 암호화폐 업계에는 재앙이다. 작업증명 방식의 비트코인 외에 지분증명(PoS) 등 다른 합의 메커니즘 기반 프로젝트와 디파이(탈중앙화금융) 등에는 과세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를 이끌고 있는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보다 금을 선택하겠다"고 발언하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실망케했다.[사진 블룸버그]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내 머리에 총을 대고 ‘둘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비트코인을 조금 가지고 있다”는 깜짝고백으로 코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금에 대한 믿음은 강건한 모양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JP모건은 최근 프라이빗뱅크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패시브펀드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3만~3만3000달러 ‘박스비(박스권에 갇힌 비트코인)’를 벗어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낙관론이 쏟아진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인 추세가 지속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곧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판테라캐피탈 CEO 댄 모어헤드는 “비트코인 가격은 10년 후 개당 7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위클리 코인= ‘진짜’ 가치저장의 수단, 이더리움(ETH)

이더리움 체인의 업그레이드인 ‘런던 하드포크’가 5일 오후 9시 33분경 이뤄졌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하드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되지 않는 프로그램 업데이트다. 런던 하드포크를 통해선 총 5가지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이번 '런던 하드포크'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은 ‘진짜 가치저장의 수단(ultra store of value)’이 됐다.[중앙포토]
 
그 중 핵심은 채굴자에게 대부분 돌아가던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업그레이드다. 가스비를 기본 수수료와 우선 수수료(priority fee)으로 구분해, 기본 수수료는 소각하고 우선 수수료만 채굴자들에게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기본 수수료만큼 이더리움 공급량이 감소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당연히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이런 기대감이 선반영돼 그동안 이더리움 가격이 올랐는지 모른다. 막상 하드포크 시점을 전후해서 2800달러까지 치솟았던 이더리움 가격은 2600달러선으로 내려왔다. 추세가 꺾이는가 싶었는데 하드포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가격은 반등에 성공했다.
 
이더리움 소각량을 체크할 수 있는 ‘울트라사운드머니’ 사이트에 따르면, 이더리움 런던 하드포크 이후 생산된 100개 블록까지 총 37.56개의 이더리움이 소각됐다. 이런 속도라면 현재 가치로 하루 약 7000ETH(약 2000만 달러), 1년 255만ETH(약 70억 달러) 상당이 소각될 전망이다.
 
그간 투자 대상으로서 이더리움이 공격 받아왔던 지점이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이 ‘진짜 가치저장의 수단(ultra store of value)’이 됐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CEO는 최근 우블록체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추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테라캐피털 창업자는 “이번(EIP-1559)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이 고정자산(fixed asset)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으로 부(가치)를 저장하려는 사람들의 변화를 보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 인프라법 개정안 통과될까

11일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시장 예상치는 5.3%다. 근원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는 4.3%다. 예상치대로 하락할 경우, 지난해 높은 기저에 따른 낮은 증가율이 반영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추세적인 변화인지 여부를 확인해야겠지만 테이퍼링을 늦추는 해석으로 받아들일 경우 자산시장에는 호재다.
 
각 연방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이어진다. 9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가 발언한다. 10일에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11일에는 보스틱 총재와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10일 장마감 후에는 코인베이스 실적이 나온다. 나스닥에 상장한 최초의, 유일한 암호화폐 거래소다. 코인베이스 실적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관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인프라법 통과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 어떤 개정안이 통과되느냐에 따라 PoS 방식의 프로젝트나 디파이 등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런던 하드포크의 성공으로 불이 붙은 코인 시장에 인프라법이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주식·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좋아요·알림설정은 사랑이다.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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