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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상장' 크래프톤은 어떻게 성장했나…‘테라’부터 ‘배그’까지

[크래프톤 파헤치기①] 장병규 의장 세 번째 창업
‘테라’ 성공 이후 힘든 시간 보내 …‘배틀그라운드’로 기사회생
‘펍지 유니버스’로 IP 확장…세계관 공유 신작 게임도 개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배그)’로 전 세계에 ‘배틀로얄’ 열풍을 일으킨 크래프톤이 10일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다. 과거 ‘블루홀’ 시절 PC MMORPG ‘테라’ 등을 통해 'MMORPG의 명가'를 꿈꿨던 그들은, 이제 배그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펍지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콘텐트 세계관을 꿈꾸고 있다.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07년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장병규 의장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성공한 창업가로 꼽힌다. 대구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입학,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블루홀 통해 MMORPG 명가 꿈꿔

1996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해 이름을 알렸으며, 2005년에는 온라인 검색 서비스 업체 ‘첫눈’을 창업했다. 첫눈은 2006년 NHN에 350억원에 매각됐다. 당시 장 의장은 매각 대금 가운데 105억원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일화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이후 세 번째 창업한 회사가 바로 블루홀이다.
 
블루홀의 대표 게임은 40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2011년 출시한 PC MMORPG 테라다. 테라는 블루홀에 최초의 성공을 안겨준 게임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높은 게임성으로 출시 직후인 2011년 하반기 대한민국게임대상을 수상했다.  
 
테라는 엔씨소프트의 간판 프로젝트였던 ‘리니지3’ 개발자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게임이다. 테라와 관련해 블루홀과 엔씨는 장기간 소송전을 펼치기도 했다.
 
테라는 출시 당시 ‘논타깃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기술력으로 호평받았다. MMORPG 명가 타이틀을 내세운 블루홀이 야심차게 선보인 첫 작품이다. 실제로 테라는 출시 첫날 16만명이 넘는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블루홀은 운영 등에 있어서 미숙함을 보였다. 결국 유저 숫자가 급감하자, 2013년부터는 정액 요금제를 과감히 부분유료화로 변경했다. 부분유료화 변경으로 유저 숫자가 다시 증가했지만, 테라 하나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후 블루홀은 모바일시대에 발맞춰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을 하나둘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입한 개발사들은 2018년 크래프톤의 기틀이 됐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8년 11월 블루홀이 개발사간 통합 브랜드로 강조하기 위해 변경한 사명이다. 크래프톤이란 이름은 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을 가리키는 ‘크래프트 길드(Craft Guild)’에서 착안했다.  
 
당시 영입한 중소 개발사 중에는 2015년 합류한 지노게임즈(현 펍지)도 있었다. 게임업계에서 크래프톤의 지노게임즈 영입을 ‘신의 한 수’로 꼽는다. 당시 지노게임즈의 김창한 대표가 지금의 배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6년 당시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물론 배그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그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장르를 만든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일종의 모험이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설득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배틀그라운드 이미지 [사진 크래프톤]

‘한 편의 소설’과도 같았던 ‘배틀그라운드’ 개발 과정

크래프톤의 발전 과정을 소개한 저서 ‘크래프톤 웨이’에 따르면 당시 회사는 김 대표에게 배틀로얄 장르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개발자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오면 프로젝트를 승인해주겠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김 대표는 브랜든 그린 영입에 성공, 그렇게 배그는 세상에 나오게 됐다. 배그는 이용자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생존해야 하는 FPS 서바이벌 게임이다. 배그의 풀네임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unkown’s Battlegrounds’의 ‘플레이어언노운(Playerunkown​)’이 바로 브랜든 그린의 게임 닉네임이다.
 
배그 출시를 앞둔 2017년 초반 크래프톤의 재정 상황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크래프톤 웨이’에는 임직원 월급이 2개월분밖에 남지 않은 재정 상황에서 창립 10주년 행사 예산을 놓고 고민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당시에는 추가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7년 3월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얼리억세스(사전 출시)’로 선보인 배그가 소위 ‘대박’을 기록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당시 배그는 스팀 얼리엑세스 기준 최단기간(16일)에 100만장을 판매했고, 역대 스팀 동시 접속자 수 1위도 차지(134만명)했다.  
 
배그의 성공은 스팀 플랫폼과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팀은 유명 게임 제작사인 밸브 코퍼레이션(Valve Corporation)이 2002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유통 시스템으로 글로벌 게임 오픈 마켓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배그의 성공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대부분 부분유료화 모델을 선택하고 있는 국내 게임들과 달리 스팀 패키지 다운로드 판매 방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배그 성공 이후 전 세계 게임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배틀로얄 장르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포트나이트’ 등 다양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등장했다. 국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영향력을 미친 것은 사실상 배그가 유일하다.  
크래프톤 실적 추이 [자료 금감원]

배틀그라운드 성공 매출 1조원 돌파…코스피 상장까지

배그 성공 이후 크래프톤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16년 연결기준 매출 372억원, 영업손실 73억원이었던 실적은 배그가 출시된 2017년 매출 3104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2018년에는 배그 IP의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출시되며 다시금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18년부터 크래프톤의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을 달성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배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하나로, 미국 및 중국 시장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한 유일한 게임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된 PC 게임으로 7500만장(PC·콘솔 포함)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배그 모바일은 올해 3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건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배그 성공을 발판으로 10일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다. 공모가 기준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은 24조원이 넘는다. 이는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 시총(약 1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크래프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전략으로 ‘펍지 유니버스’를 내세웠다. 펍지 유니버스는 게임을 통해 탄생한 강력한 IP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생존’을 테마로 한 배틀그라운드 스토리를 미디어, 플랫폼, 콘텐트로 재생산해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펍지 유니버스 세계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게임 개발에도 나선다. 크래프톤은 간담회에서 올해 출시 예정작인 배그 뉴스테이트를 포함해 2022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 프로젝트명 ‘카우보이(COWBOY)’ 등을 소개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새 수장 자리에 오른 김창한 대표는 “게임은 가장 강력한 미디어이며, 게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즐거움을 팬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크래프톤은 독창성, 끊임없는 도전정신 그리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코스피 상장을 통해 독보적인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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