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상징인 구스 이불도 없다고?”…‘비건’ 위해 호텔 공식 깼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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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상징인 구스 이불도 없다고?”…‘비건’ 위해 호텔 공식 깼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국내 첫 비건 객실 오픈
음식부터 가구·침구류까지…식물성으로 교체
英 힐튼 호텔 2019년부터 비건 전용 객실 운영

  
 
국내 호텔 중 처음으로 오픈한 '비건 전용 객실'.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국내 호텔 중 처음으로 오픈한 '비건 전용 객실'.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보송보송한 구스(거위 털) 침구도 없는데,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이라고요?”  
 
동물성 음식과 모피, 성분 등을 피하고 채식주의 삶을 추구하는 ‘비거니즘(veganism)’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하면서 국내 호텔에도 비건 콘셉트 방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5성급 특급호텔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스위트 객실 3곳을 비건 전용 객실로 바꾼 것이다. 기존에 국내 호텔 업계에서 일시적으로 비건 룸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방에 비치하는 어메니티만 비건 제품을 사용하는 등의 움직임은 있었지만, 방 전체를 상시로 비건 전용 객실로 운영하는 것은 업계 첫 시도다.  
 
국내 첫 비건 전용 객실을 살펴보면 5성급 특급호텔이 전통처럼 지켜오던 ‘호텔 공식’을 과감하게 뒤엎었다. 가장 먼저 럭셔리 호텔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구스 침구’를 없앴다. 동물성 충전재인 거위 털이 들어있는 침구 대신 국내 비건 인증원에서 인증받은 식물성 비건 충전재를 채웠다. 이불과 베개 커버 역시 친환경 인증인 ‘오코스텍’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한다.  
 

가죽 제품 쫓겨나고…실내 자전거가 방 한가운데  

비건 전용 객실에는 식물성 가죽 쿠션과 비건 어메니티가 있다.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비건 전용 객실에는 식물성 가죽 쿠션과 비건 어메니티가 있다. [사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값비싼 가죽 제품들도 모두 방에서 쫓겨났다. 가죽 방석과 쿠션은 모두 닥나무 소재로 한 식물성 한지 가죽 제품으로 교체됐다. 제공되는 식음료도 모두 비건 식품이다. 웰컴 드링크로는 ‘100% 비건 프렌들리’ 인증을 받은 와인을 마실 수 있고, 객실 미니바에서는 비건 맥주와 비건 쿠키, 비컨 초콜릿을 즐길 수 있다. 룸서비스로 준비되는 조식 역시 무농약 야채샐러드와 비건 빵, 대체육을 활용한 미트볼, 수제 그래놀라 등 모두 비건 식품이다.  
 
고급 호텔 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실내 자전거가 방 한가운데 들어선 것도 특이점이다. 이 기기는 단순 운동기기가 아닌 자가 발전기로, 투숙객이 실내 자전거로 운동하며 자신이 사용할 전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자가 발전기인 실내 자전거 밑에는 스마트폰 충전기가 설치됐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오는 가족 투숙객이 많은 편인데, 이때 자녀를 생각하며 호텔의 친환경적인 요소를 중요시 생각하는 고객이 많아지는 점을 파악하고 친환경 활동의 한 일환으로 비건 전용 객실을 마련했다”며 “비건 객실 외에도 연말까지 모든 객실에 비치하는 어메니티를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인애플로 만든 소파와 침대…비거니즘 문화 확산  

영국 힐튼뱅크사이드 호텔 비건 객실에는 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든 소파가 있다. [사진 화면캡처]

영국 힐튼뱅크사이드 호텔 비건 객실에는 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든 소파가 있다. [사진 화면캡처]

 
사실 비건 객실은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도입된 형태다. 인스타그램에 ‘비건 호텔’을 의미하는 영문 ‘vegan hotel’을 검색하면 관련 사진만 1만장이 나온다. 글로벌 호텔 중 비건 객실을 선보인 대표적인 특급호텔로는 영국 런던에 있는 힐튼뱅크사이드 호텔이 꼽힌다. 
 
힐튼뱅크사이드 호텔은 지난 2019년 스위트룸을 비건 전용 객실로 꾸몄다. 대나무로 만든 바닥, 메밀과 기장으로 채워진 베개 등으로 방이 꾸며졌다. 소파와 침대 역시 모두 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호텔에서 투숙객에서 전달하는 카드키 역시 파인애플 가죽이다. 이 호텔은 지붕에 채소를 재배하는 정원을 꾸며, 호텔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채소를 직접 기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9년부터 비건 객실을 운영한 힐튼뱅크사이드 호텔은 지붕에 정원을 꾸며 레스트랑에 사용하는 채소를 직접 재배한다. 오른쪽 사진은 비건 객실에 제공되는 비건 메뉴. [사진 화면캡처]

2019년부터 비건 객실을 운영한 힐튼뱅크사이드 호텔은 지붕에 정원을 꾸며 레스트랑에 사용하는 채소를 직접 재배한다. 오른쪽 사진은 비건 객실에 제공되는 비건 메뉴. [사진 화면캡처]

영국 힐튼뱅크사이드 호텔이 제공하는 파인애플 가죽 카드키. [사진 화면캡처]

영국 힐튼뱅크사이드 호텔이 제공하는 파인애플 가죽 카드키. [사진 화면캡처]

 
독일에는 비건 호텔만 찾아주는 호텔 검색 사이트 ‘veggie hotels(비기 호텔)’도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전 세계에 운영되고 있는 수천 개의 비건 호텔 정보를 파악하고, 직접 숙박도 예약할 수 있다. 이 호텔 사이트가 운영하는 SNS 팔로워 수는 3만명이 넘을 정도로 비건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선 비거니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비건 호텔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트위터에 비거니즘과 관련한 ‘#비건’ ‘#채식’ ‘#채식주의’ 키워드가 총 160만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당 평균 4000건의 비거니즘 키워드가 온라인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고로 호화스러워야 하는 공간인 특급호텔 스위트룸이 최상급 가죽 제품을 없애고, 광택도 나지 않는 식물성 가죽 제품을 들이는 것은 큰 변화”라며 “아직 국내에선 비건 호텔이 시작하는 단계지만, 비건 라이프스타일은 세계적인 트렌드인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더 많은 국내 호텔들이 이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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