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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개편안에 부패·방만경영에 대한 진단도 대책도 없었다”

국토부의 LH 모·자 분리 조직 개편안 ‘뭇매’
“모회사가 자회사 이익 뽑아낼 때 갈등 빚을 것”
“복지·개발 분리하면 견제·균형 작동하지 않을 것”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처리 예정

이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에서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공식 유튜브 채널]
 
신도시 땅 투기로 국정을 농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수술 방안을 두고, 정부는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모(母)회사와, 토지·주택개발을 담당하는 자(子)회사로 수직분리”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각계 전문가들의 뭇매만 맞았다. 전문가들은 LH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견제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이 빠진 채 여론 무마용 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LH가 국토교통부(국토부) 대표 공기업임에도 LH 직원들이 국가 정책사업에서 사리사욕을 쉽사리 채울 수 있었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LH가 국토 개발의 정보와 권한을 독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H는 토지수용권·용도변경권·독점개발권이라는 3대 권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입지 선정에서 개발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정보와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곳이었다. 해체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LH를 견제와 균형을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라는 여론이 이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20일 국회에서 열린 LH 조직개편안 논의 2차 공청회에서 국토부가 제시한 개편안은 국민의 바람과는 동떨어진 방안으로 평가 받았다. 앞서 지난 28일 1차 공청회에서 국토부는 LH 조직개편안으로 3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제1안은 토지부문과 주택·주거복지부문을 나누는 방안 ▶제2안은 주거복지부문과 주택·토지부문을 분리하는 안 ▶제3안은 수평분리방식의 1·2안과 달리 수직분리방식으로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만들고, 주택·토지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국토부의 자문 역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제3안을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발표했다. 박진표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개발부문의 자회사 분리를 통해 개발부문에 대한 이중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거복지부문과 개발부문이 각각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부문별 정부 통제를 적용 받으면서, 동시에 주거복지부문이 개발부문을 2차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주거복지 재원 확보·조직 개편 비용 최소화도 3안을 미는 근거로 들었다. 박 변호사는 “개발부문 이익을 주거복지부문에 배당 방식으로 이전함으로써 개발부문의 이익 환수를 통해 주거복지부문 안정적인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 비용에 대해서는 “’국세나 지방세 등의 특례 입법’과 ‘수직 관계에 있는 기관에 대한 법인세 연결 납세 적용’ 등을 통해 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개편안 제3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민들의 LH 해체 요구를 표현 그대로 조직을 쪼개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했다”고 비판했다. 모자 구조로 조직을 분리한다고 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 투기 억제 효과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빗발치는 국민의 해체 요구를 눈앞에서 무마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섣불리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공청회에 참석자 중 한명인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돈을 벌지 못하는 모회사는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게 돼 있다”며 “자회사의 이익을 뽑아 올리려고 할 때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3개안 모두 투기 억제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방안으로 LH의 미래 역할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다양성을 상실한 조직 개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변호사는 “투기 억제를 위해선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조직 개편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짚으면서 “국무총리가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언급했다고, 공공성 강화에 대한 고민 없이 조직만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해체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니 조직이 해체돼야 하는 것처럼 됐다”며 “그러나 현재 개편안에는 부패와 방만 경영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담겨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와 개발을 갈라놓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정해놓은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LH의 역할이 주거·토지·개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도시재생 같은 다른 역할들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다”며 “현재 조직개편안은 과정도 원칙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2030년 이후를 대비하는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회계사는 “2030년까지는 3기 신도시 개발이 계속돼 개발이익과 임대손실이 상쇄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LH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며 “사실 현재도 자잘한 사업들은 수익 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에 2030년 이후에는 적자 가능성을 점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날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눈치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혁이 여론 무마용 명분에 집중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개편의 최우선 순위는 국민 복지 극대화와 차질 없는 주택 공급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수직적·수평적 갈라치기보다는 제대로 된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조직 분리로 인해 주택공급 기능이 훼손되면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공청회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비판적인 목소리에 동참했다. 이날 실시간으로 공청회가 중계된 유튜브 영상 댓글창에는 ‘일방적인 조직 분리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것’, ‘주택 부문의 적자는 뻔하고 개발 부문은 오히려 통제되지 않을 것’ 등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다만 국토부는 주거복지부문 강화를 수직분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주거복지) 재정확보 측면에선 수평보다는 수직 분리가 낫다”며 “(부문별) 교차보전을 축소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고민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재정투입을 늘려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린다면 국민들이 LH를 오히려 비대화 시킨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어서 말을 아껴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국회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LH 조직 개편안 최종안을 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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