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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andMe와 DTC시장의 미래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㉞]

‘조상 찾기’ 서비스로 모은 유전자 정보의 가치에 주목
헬스케어로 전환하면 폭발 성장

 
 
23andMe 제품 모습 [사진 23andMe]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여러 발명품 중에는 23앤미(23andMe)가 있다. 23andMe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키트이자 이를 공급하는 유전체 검사 전문 회사의 이름이기도 하다. 유전자가 포함된 인간 염색체가 23쌍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소위 유전자분석정보를 통해 ‘나의 조상‘ 즉 뿌리를 찾을 수 있어 화제가 됐다. 23andMe를 사용하면 본인의 DNA나 예상 병력, 조상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
 
순혈주의가 만연한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내 몸에 어느 민족의 피가 흐르는지 관심이 높을 수 있다. 23andMe의 유전자 검사는 ‘뿌리 찾기’ 서비스로 미국에서 활용됐으며, 수십 년 만에 가족을 찾는 사례가 나오며 인기가 치솟았다.  
23andMe의 가치는 조상 찾기에 그치지 않는다. 23andMe 키트에 침을 뱉어 회사로 보내면 일주일 안에 갖가지 유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알려 준다. 23andMe를 비롯한 많은 바이오업체에서 건강검진을 하면 피 몇 방울로 유전정보를 분석해 미래에 걸릴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유전정보를 통한 분석이 이슈가 된 사례도 있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수년 전 예방차원에서 유방, 난소(나팔관 포함) 절제 수술을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의 외할머니는 난소암으로 45세에 숨졌고, 어머니는 49세에 난소암 진단을 받아 2007년 57세에 세상을 등졌다. 이모도 2013년 유방암으로 61세에 사망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도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 졸리의 주치의들은 그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50%라고 추정했다.
 

스팩상장으로 억만장자 오른 워치츠키 CEO

23andMe는 영국의 ‘괴짜 재벌’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스팩(SPAC·기업인수 목적회사) ‘VG 애퀴지션 코프(VG Acquisition, VGAC)’와의 합병을 단행해 2021년 6월 7일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23andMe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의 아내였고 지금은 이혼한 앤 워치츠키(Anne Wojcicki)다. 포브스는 “워치츠키는 스팩 합병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최초의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23andMe에도 위기는 있었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회사의 검사 키트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다. 분석 결과를 의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워치츠키 CEO는 좌절하지 않았다. 의학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정보는 제외했다. 대신에 발병에 유전자 영향이 명확히 밝혀진 특정 유전병(블룸증후군)에 대해서만 FDA에 서비스 허가를 다시 신청했고, 2015년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냈다. 이에 따라 의사 없이도 유전자를 검사하는 ‘소비자직접의뢰(DTC, Direct-To Consumer), 검사 시장이 처음 열렸다. FDA는 이후 2017년 파킨슨병·알츠하이머·셀리악병 등 10개 질환의 위험도를 살펴보는 유전자 검사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23andMe의 장기적 성공은 유전자 검사 회사에서 의약품 개발사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워치츠키 CEO가 당장의 이익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워치츠키 CEO는 많은 유전자를 분석하면서 쌓아온 데이터가 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23andMe 고객 대부분은 자신의 데이터를 질병 발생 원인과 치료 연구에 사용하도록 동의하는데, 이를 통해 축적한 ‘유전자정보 데이터’는 각종 신약개발과 치료를 위한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3andMe의 출발점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전자분석키드나 나의 조상 찾기였지만, 이 과정에서 축적한 방대한 ‘유전자정보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유전자정보를 활용한 치료제는 현실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유전자정보를 통한 백신(mRNA 백신)이 개발됐고, 앞으로의 신약 개발과 치료는 유전자단위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3andMe가 축적한 방대한 유전자정보 데이터를 통해 신약개발과 헬스케어산업으로 방향성을 전환하면 그 성장성은 폭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분석과 유전정보 데이터는 단순한 신약개발과 헬스케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전자 성형’‘유전자 프로그래밍’ 같은 상상할 수 없던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암, 치매와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생명의 본질 자체를 새롭게 규정하는 큰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한 미래의 핵심은 바로 유전자분석과 정보통신(IT)·인공지능(AI)기술의 결합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미래의 가능성이 기업의 실제 실적으로 나타나는 데는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 분야가 미래에 인류기술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할 주제라는 점이다.
 

한국도 DTC 연구·검사 활발… 제도·생태계 마련할 때

우리나라에도 DTC와 관련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회사는 마크로젠이다. 이 회사는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 국내 최초로 제2형 당뇨병을 포함한 질병에 관한 DTC 유전자검사 소비자 실증특례 연구를 시작했다.  
 
올해는 디엔에이링크, 에스씨엘헬스케어, 지니너스, 엔젠바이오, 메디젠휴먼케어가 유전자검사 기관으로 지정됐다. 또 테라젠바이오 등 많은 기업들이 더욱 풍부한 유전 정보와 다양한 솔루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제 다양한 전공의 의료인과 유전체 과학자들이 균형감 있게 의견을 개진하면서 합리적인 제도와 바람직한 국내 생태계를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필드 메뉴얼]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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