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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잘 모르면 S&P500 지수에 투자해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지난 200년간 S&P500 우상향…미국 증시 시총은 글로벌 전체 60%
상장기업 대부분이 주가 하락하면 기업 자사주 소각해 주가 올려

 
 
지난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536.9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포토]
 
최근 가치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의 2019년과 2020년 주주 서한을 다시 읽었다. 버핏이 왜 개인투자자들에게 그토록 스탠다드앤드푸어(S&P500) 인덱스 펀드(또는 상장지수펀드)를 강추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S&P500 지수는 지난 200여 년간 지속적인 우상향을 그려 왔다는 점이다.  
 
1929년 대공황,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1987년 블랙 먼데이, 2000년 초 인터넷 버블,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까지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S&P500은 결국 그 고비를 넘어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런 이례적인 상승 추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만 하더라도 길게 보면 우상향했지만, S&P500 지수에 비하면 상승률도 낮고 변동성도 매우 높다. 그리고 수익의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투자해야만 했다. 반면 S&P500 지수는 수익률은 말할 것도 없고 위기 후 회복 탄력성도 높았고 변동성은 코스피보다 낮다.  
 
일단 몇 가지 설명 가능한 논리를 찾아보자. 미국은 가장 성공한 자본시장을 가진 나라이다. 자본시장은 때때로 투기장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한 사회의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미국은 벤처캐피탈부터 사모펀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투자가 이뤄지고, 또 투자 산업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다.  
 

자사주 소각하면 주주 지분율 올리는 효과 나타나  

미국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의 시가 총액은 글로벌 시가 총액의 60%나 된다. 혁신기업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늘 새로운 기업이 출현해 혁신을 이끌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자리 잡는다. 올해 초 세계 10대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7개가 미국 기업이다. 10대 기업에 포함된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20년 전만 해도 상위 리스트에서는 볼 수 없던 기업들이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새로운 혁신 기업이 등장해 시장을 선도하면서 파이를 키워 나가는 나라는 아직은 미국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여기까지는 거대 담론에 가까운 얘기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버핏도 위기 때마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는 항상 기적이 일어났다”, “앞으로도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미국 기업들이 많이 포진할 것이다” 등 미국 주식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국가와 자본시장 시스템 외에도 주식 그 자체로 S&P500지수가 좋은 성과를 내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이 부분이 궁금했다. 먼저 주주 친화적인 문화를 언급하고 싶다. 대표적인 게 자사주 소각이다. 버핏은 애플 주식의 예를 들어 자사주 소각의 효과를 설명한다. 애플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의견을 묻자, 버핏은 “현재 우리가 보유한 애플 지분이 5%인데, 시간이 흐르면 자사주 매입 덕분에 6~7%로 증가할 수 있으니까요. 한 푼 안 들이고도 우리 지분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기쁠 수밖에요”라고 답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소각 후에 기존과 동일한 배당을 하면 주당 배당금도 늘어나게 된다. 물론 버핏은 단순히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는 엄격히 반대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고, 여유자금이 있고, 매력적인 기업인수 기회가 없을 때만 해야 합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일부 경영자들이 자신의 경영 성적표가 주가와 연계된 탓에 채권을 발행해, 즉 빚을 내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잘못된 관행도 존재한다. 이런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은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서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버핏의 기준에 따라 단순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매력적인 기업 인수 대상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 때, 자사주 소각을 한다면, 투자자들이 주주들은 복리 기계를 하나 가지게 되는 셈이 된다.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을 때, 자사주 소각을 사면, 기존 주주들은 주식을 추가로 사는 효과를 얻게 된다. 소각하지 않았다면 추가로 주식을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자사주 소각 효과로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배당이 이뤄지고, 그 배당금이 재투자된다면, 추가로 주식을 더 사들이는 셈이 된다.  
 
결국 기업이 투자나 M&A를 통해 성장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이 정착되어 있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좋은 복리 기계를 하나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성장을 하면 기업의 매출액과 이익이 늘어나 주주의 이익이 증가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의 재투자를 통해 주식을 추가로 싸게 사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하는 기업들이 국내에는 얼마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삼성전자가 가장 근접한 주주 정책을 보이는 것 같다. 자사주 소각과 분기 배당을 꾸준히 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을 국내에선 많이 찾기 어려운 듯하다. 심지어 일부 대주주들은 자사주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주식을 싸게 비쌀 때 자사주를 내다 파는 식으로 말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이는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수많은 주주를 우롱하는 격에 불과하다.  
 

노후대비 위해 S&P500 ETF에 적립식 투자도 방법  

버핏은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길 돈 대부분은 S&P500인덱스 펀드에 투자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자신의 재산은 대부분 버크셔 헤서웨이 주식으로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신은 버크셔에 대한 애정이 있고, 자신의 뛰어난 후계자들이 회사를 잘 운영할 것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아내에게는 S&P500 인덱스를 추천하고 있다. 그의 생각을 들어보자.
 
“나는 버크셔 주식을 좋아하지만, 일반인이 선정할 수 있는 주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전혀 모르고 버크셔에 대해 특별한 애착도 없는 사람이라면 S&P500을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그냥 전체 시장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십시오. 그래서 나는 아내를 위해서 S&P500 인덱스펀드를 선택했습니다”  
 
S&P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각 분야에서 글로벌 1등을 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금을 늘려 간다. 자동으로 재투자가 이뤄지는 메커니즘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산업 구조가 변하면, 알아서 포트폴리오도 재정비해 준다.
 
당연히 S&P500 인덱스 투자가 만능일 수는 없지만, 버핏의 얘기처럼 초보자들이 복리 효과를 얻으면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만일 당신이 초보자이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 해도 포트폴리오에, 특히 연금에서 S&P500 ETF를 꾸준히 적립식으로 사들이는 것은 저비용의 복리 기계를 마련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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