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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음식료·전자상거래업종 고성장 예상 [이종우 증시 맥짚기]

미국, 유럽 등 경제 전망치 충족 여부가 주가 좌우
빠르면 3분기부터 기업이익 기대치 밑돌 가능성 커

 
 
앞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 민감주보다 경기 방어주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조짐이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3분기에 미국경제는 6.8% 성장을 할 걸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3.4%로 떨어졌다. 시간을 좀 더 넓혀 올해와 내년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는 각각 4%와 3%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6.5%, 내년 4% 성장을 기대하고 있고, 유럽도 4.6%와 4.2%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올해 6.8%와 4% 성장할 거란 전망은 수긍이 된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해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성장률 기대치가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많은 기관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2%중반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평균 성장률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사실을 무시하고 내년에 미국이 과거 평균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내년에 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성장률이 평균 1%대였던 걸 감안하면 어떤 힘이 성장을 더 올리는 요인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전 세계적으로 1년간 4경1000억원 이상 부채 늘어  

똑같은 경우가 기업에도 적용된다. 지금은 기업의 체감 경기가 대단히 좋은 상태다. 상반기에 가지고 있던 재고의 많은 부분을 털어낸 상태에서 신규 주문이 늘어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급병목현상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제품 가격이 올라간 상태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만 있으면 큰 이익을 볼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익 전망도 따라 올라갔다.  
 
현재 나오고 있는 제조업 관련지표를 볼 때 앞으로 수요는 조금씩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 1년간 국내외 경제를 끌고 온 동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원금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 직후부터 1년간 전세계적에서 36조달러(약4경1384억원)의 부채가 늘었는데, 그게 상승 동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기존에 나온 정책은 집행이 끝나가고 있다. 새로운 정책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다. 너무 많은 지출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또 다른 정책을 내놓기 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지켜봐야 한다. 당분간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이 보강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주식시장은 국내외 경제 모두가 높은 성장을 할 거란 가정 아래 움직여왔다. 그래서 기대가 현실이 되어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렇게 가정해왔기 때문이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가 문제다. 실망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이 그 분기점에 서있다.
 
경제 동력 약화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유동성이다. 전세계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의 M2(총통화) 증가율이 올 초 20%에서 15%로 낮아졌다. 과거 해당 지표의 평균이 5%였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 10%포인트 정도 더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유동성이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었음을 감안할 때 유동성 공급 축소는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정책 부재다. 많은 나라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보다 기존 정책을 정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 초 미국 정부가 내놓았던 경기 부양대책의 집행률이 70%를 넘었다. 개인 지원금 지급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더 이상 경제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기 힘들다. 주식시장이 강한 정책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정책 부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 힘든 상태다.  
 
여기에 서비스업 경기 회복에 대한 의문이 더해졌다. 상반기에 제조업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시장은 강한 제조업에 서비스업 경기 회복이 더해지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 상황은 기대와 달리 서비스업 회복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를 보여주는 공급관리자(ISM) 비제조업지수가 코로나 19 발생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서비스업 경기는 한번 회복됐다가 다시 낮아지고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경기가 나빴다면 모를까 이미 회복이 이루어진 상태여서 서비스업 회복이 더해지더라도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비슷한 관계가 기업이익에도 적용된다. 이익 전망치가 연초보다 35% 높아졌다. 1년 넘게 뛰어난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전망치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전망은 다르다. 이익은 경제를 기업 단위로 잘라 놓은 것이기 때문에 경제는 이익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8월에 국내외 경제 지표가 기대치를 밑돌기 시작했으니까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부터는 기업이익이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가 진폭이 줄어들고 있다. 하루하루 주가는 상당한 변동성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를 모은 한 주나 한 달 주가는 시작 가격과 끝나는 가격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추석 이후에도 이런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아직 위든 아래든 시장을 움직일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기 민감주보다 방어주가 유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 민감주보다 경기 방어주에 집중했으면 한다. 유통 관련주, 특히 신선식품과 전자상거래 관련주식이 괜찮아 보인다. 지난 2018년부터 신선식품과 전자상거래업체가 국내 유통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둘 다 두 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다른 유통산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코로나 19로 배달산업과 전자상거래의 편리성을 맛보았기 때문에 당분간 고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음식료업종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연 평균 3% 정도 성장하고 있는데, 음식료가 생활필수업종인 걸 감안하면 갑자기 성장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성장주에서 시작해 경기 민감주로 확대되던 주가 상승기간에는 상승 대열에 끼지 못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하반기에 경기가 조금씩 약해지면서 방어적인 주식이 눈길을 끌 것이다. 음식료는 다른 업종이 오르는 동안 소외됐기 때문에 주가도 높지 않다. 
 
주식시장의 초점이 성장에 맞춰져 있을 때 주가는 빠르게 상승한다. 경제 성장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장이 약할 때에는 주가 움직임이 느려진다. 상승보다 하락하는 종목이 늘어나기도 한다. 지금은 성장에서 방어로 넘어오는 국면이다. 투자자들은 성장에 기대를 맞추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런 괴리를 무시하고 투자를 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수익만큼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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