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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린이’ 新르네상스①] ‘레깅스·조거팬츠’ 입고 골프를?…편견 깬 패션

골프복 시장 2030세대가 주도, 이색 스타일 경쟁 치열
신규 브랜드 론칭만 50개…일상복처럼 편안함이 대세
세계서 골프의류 지출 1위…'제2 아웃도어 꼴날까' 우려도

 
 
 
레노마골프에서 내놓은 레깅스 팬츠. [사진 레노마골프]
#. 누가 봐도 필드룩. 몇 년 전까지만해도 필드 위 패션은 ‘티 나게’ 입는 게 트렌드였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골퍼임을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열 중 아홉 브랜드는 ‘기능성’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짧은 큐롯팬츠(치마바지)와 형형색색 화려하면서도 몸에 딱 붙는 상의. 대부분 여성 골퍼들에겐 일종의 패션 공식처럼 정형화된 디자인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비싼 가격대에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도 어쩐지 자주 입기는 싫은, 골프웨어가 주는 인식은 그랬다.  
 
#. 후드 티셔츠, 맨투맨, 레깅스…. 동네 주변 산책이나 운동에 어울릴 법한 이 패션이 최근 ‘핫’ 하게 뜨는 필드 위 패션이다. 과거와 달리 최대한 ‘티 안 나게’ 입는 게 트렌드다.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때도 입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 각광받으면서다. 디자인 범위가 넓어지면서 골프웨어는 한 방향으로 정의를 내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큐롯팬츠가 짧아졌다 길어지기도 하고, 레깅스가 등장하거나 조커팬츠를 입고 티샷을 날리는 골퍼들도 늘고 있다.  
 
김포현대아울렛 골프의류존. [사진 김설아 기자]
 
빚을 내서도 친다는 ‘가을 골프’ 시즌. 골프장이 달라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놀이터’에서 2030세대 젊은 층이 유입되기 시작하더니 필드 위 패션도 확 바뀌고 있다. 이른바 ‘공치는’ 골린이(골프+어린이)의 등장. 커지는 골프웨어 시장에서 골린이 소비를 잡기 위해 골프웨어 브랜드도 분주하다. ‘전통’ 콘셉트를 버리고 패션 범주를 넓히고 있다.  
 

‘공치는’ 골린이 늘어나니…패션업체 들썩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2015년 3조750억원에서 지난해 5조1000억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오는 2022년에는 6조335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외부활동을 하지 못한 MZ세대(1981~2004년 출생자) 사이에 골프가 유행처럼 번지면서다. 2030세대 골린이들은 올해 115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의 골프복 소비는 전체 매출의 2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패션기업들은 앞다퉈 ‘골린이 공략’ 골프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올 한해 생겨난 골프웨어 신규 브랜드만 50여개. 기존 패션기업뿐 아니라 SNS 인플루언서들도 속속 골프웨어 브랜드를 신규 론칭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LF는 3040세대를 타깃으로 온라인 전용 골프웨어 브랜인 ‘닥스런던’을 론칭했고, 2030세대를 공략한 신규 브랜드 ‘더블 플래그’도 새롭게 내놨다.  
 
골든베어 화보. [사진 코오롱Fnc]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스트리트 감성을 특화한 골프 전문 온라인 셀렉숍 ‘더 카트 골프’를 통해 자체 브랜드 ‘더 카트’를 선보였다. 왁, 엘로드, 잭니클라우스, 지포어 등에 더해 MZ세대 타깃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추가하면서 골프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젝시믹스 같은 레깅스업체뿐 아니라 구호, 아이잗바바, SJYP 등 여성복 브랜드도 속속 골프웨어 라인을 출시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진입도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브랜드 듀베티카는 기은세, 온주완 등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라운딩룩’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골프룩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LA 기반의 라이프스타일브랜드 ‘말본골프’도 공식 온라인스토어를 열면서 MZ세대를 겨냥했다.  
 
골프브랜드 관계자는 “골프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존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거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신규 골프 브랜드를 론칭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가기 어렵고, 회식이나 모임이 줄면서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인원에 적합한 골프랑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용도‧성별 경계 무너진 보더리스 패션 ‘각광’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골프복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색 아이템들의 등장이다. 이른바 ‘보더리스(borderless)’ 패션. 용도와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트렌드가 골프웨어에도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골프웨어와 일상복으로 동시에 활용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듀베티카 모델인 기은세. [사진 기은세 인스타그램 캡처]
타이트한 핏의 팬츠와 패턴 등 정형화된 스타일을 벗어나 조거팬츠, 점프슈트, 후드 티셔츠, 카고팬츠처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편안한 골프웨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평소 집에서 입는 복장으로 인식됐던 레깅스와 트레이닝 팬츠까지 골프웨어 반열에 올랐다.  
 
패션브랜드 관계자는 “영골퍼들은 정형화된 디자인의 골프웨어를 거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골프웨어를 선호한다”면서 “골프웨어와 캐주얼 웨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소재와 컬러, 디자인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골프웨어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웨어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웨어 성장은 당분간 계속…열풍 뒤 도태 우려도   

패션업계에선 골린이들을 중심으로 한 골프웨어 성장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잇따라 골프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 골프의류 지출 비용 1위 국가로 꼽힌다. 한국보다 골프용품시장 규모가 7배나 큰 미국보다도 많다. 2019년을 기점으로는 일본도 추월했다.  
 
다만 골프 소비시장을 잡기 위한 브랜드 경쟁이 과열된 만큼 여기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한번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패션시장 특성상 붐이 사그라들면 도태되는 브랜드가 훨씬 많아서다.  
 
김포현대아울렛 골프의류존. [사진 김설아 기자]
 
지금의 골프 열풍을 과거 아웃도어 열풍에 빗대는 시각도 많다.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 7조1600억원까지 규모가 커졌지만 경쟁 심화와 트렌드 변화로 2019년 2조원대로 주저앉았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과 보복심리 등으로 골프에 대한 젊은층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여행 등이 풀리면 골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이어질지 미지수”라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지 않거나, 강력한 브랜드 파워 없이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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